2013년 4월 25일 목요일

민주당 비주류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글은 시사IN 2013-04-25일자 기사 '민주당 비주류 당신은 누구십니까?'를 퍼왔습니다.
김한길 의원과 민주당 비주류는 ‘야권의 재구성’을 주장한다. 안철수를 껴안은 ‘제3지대 신당’일 수도 있다. ‘반노’ 외에는 이렇다 할 공통점이 없는 비주류도 풀어야 할 큰 숙제가 있다.

민주당은 5월4일 정기 전당대회를 열고 2년 동안 당을 이끌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다. 열기는 미지근하다. 비주류 단일후보 격인 김한길 의원의 대세론이 유지되는 가운데, 총선과 대선을 주도했던 친노 그룹은 사실상 대항 후보를 세우지 못했다. 4월12일 당대표 예비경선을 통해 김 의원 외에 이용섭, 강기정 의원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그래서일까. 요즘 민주당에서는 전당대회 결과보다 ‘전당대회 이후’를 둘러싼 갖가지 예측과 시나리오를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 주류의 핵심인 친노, 친노와는 결이 다르지만 크게 보아 범주류로 분류되는 486, 당권 장악을 목전에 둔 비주류 등이, 탄생이 유력한 ‘김한길 체제’ 아래서의 다음 그림을 저마다 그리고 있다.

핵심 변수는 안철수다.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승리한다면, 민주당과 야권의 주도권 쟁탈전을 벌일 안철수 신세력(신당이든 아니든)의 등장은 기정사실이다. 민주당 내부의 노선 논쟁은 안철수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부딪친다.

ⓒ뉴시스 3월24일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를 두고 김한길 의원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4월4일 충청북도 도청을 방문한 김 의원은 “안철수 후보의 재등장으로 야권 재편이 필요해졌다. 외면한다고 피해갈 수 없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의 재구성’은 3월24일 김 의원의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도 똑같이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 말은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김한길 의원 측을 비롯한 비주류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쪽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당권을 빼앗길 것이 유력한 주류는 ‘민주당의 재구성’이 사실상 친노 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3지대 신당론’이라고 의심한다. 
 
비주류 쪽의 말부터 들어보자. 김한길 의원과 수시로 논의하는 한 재선 의원은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친노는 안철수 후보가 개인 자격으로 민주당에 들어오라고 얘기하는데, 불가능한 소리다. 안철수 후보를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기정사실 아닌가? 둘째, 지방선거 안 치를 건가? 특히 호남은 ‘정치 예비군’의 질과 양이 꽤 훌륭하다. 이 층이 안철수 신세력으로 움직이면 정말로 지방선거 힘들어진다.” 
 
그래서 결론은?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전까지 안철수를 품에 안아야 하지만, 동시에 이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대우해야 한다. 필연이다. 이 과정을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친노 쪽의 평가는 좀 더 노골적이다.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김한길 의원의 ‘야권 재구성론’은 결국 당내 비주류와 안철수 신세력이 연대하여 신주류를 형성하겠다는 기획이다. 변변한 대선 주자가 없는 비주류가 안철수라는 ‘얼굴마담’을 내세우겠다는 계산이다. 아마도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신당 창당 형식의 통합을 하면서 안철수 쪽에 지분을 보장해주려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친노는 문재인을 이회창으로 만들어” 
 
비주류도 다시 할 말은 있다. 반노 성향의 비주류이지만 김한길 의원과도 그리 가깝지 않은 한 수도권 의원은 “내가 봐도 김한길 캠프 쪽은 그런 기획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야유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친노가 어떻게 그렇게 훤히 수를 내다볼까? 간단하다. 자기들이 해봐서 아는 거다. 2011년에 이해찬·문재인 등 당 밖 친노가 ‘혁신과 통합’을 띄워서 당 안 친노와 호응해 당권을 장악했던 과정과 판박이다. 그때도 형식은 제3지대 신당이었다.” 
친노 대표주자 문재인 의원(왼쪽)과 민주당 비주류가 연대를 원하는 안철수 후보(오른쪽).


다음 지도부는 일단 지방선거까지 지휘하게 되지만, 다들 눈은 차기 대선에 가 있다. 비주류는 친노가 일종의 ‘이회창 모델’을 따르려 한다고 의심한다. 1997년 대선 석패 이후 당권을 틀어쥐고 내부 경쟁 없이 2002년 대선에 재도전했던 이회창의 길을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앞서의 비주류 재선 의원은 “친노는 문재인 카드를 이회창으로 만들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왜 두 번째 대선도 졌는지 생각해야 한다. 반면 김한길 의원의 ‘야권의 재구성’ 그림은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이 차기 경쟁을 벌이도록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편이 민주당은 물론이고 문재인에게도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주류는 ‘친노·문재인 죽이기’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김한길 의원이 대표가 되면 핵심 당직에 친노를 중용하도록 조언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에서 활약했던 친노 전략통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그는 민주당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친노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철수와의 경쟁이 문재인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관점 역시 동의했다. “다 좋다. 그런데 안철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민주당 내에서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비주류라는 세력이 도대체 정체불명이다. 양질과 악질이 뒤섞여 있고 지향점도 제각각이다. 유일한 공통점은 ‘반노’ 하나인데, 새 정치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안 후보가 이들과 흔쾌히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친노 정치인들은 김한길 의원 본인의 정치 궤적부터가 이렇다 할 일관성이 없다고 야유하곤 한다.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지적을 비주류 쪽에서도 들을 수 있다. 앞서의 비주류 수도권 의원은 “친노와 486은 고유의 역사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곧 당권을 쥘 비주류는 정말로 그런 게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운동권 그룹에서 각계 전문가 그룹으로 당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그것 말고는 공유하는 의제도 지지기반도 뚜렷하지가 않다. 그걸 찾아야만 ‘숫자만 많은 비주류’를 뛰어넘어 ‘신주류’를 형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늘 관건은 이 대목이었다. 당 내외의 숱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친노가 민주당 주류의 한 축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리버럴 성향의 확실한 대중 지지기반과 정치 엘리트들끼리의 끈끈한 동지의식 두 가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공통점이라고는 ‘반노’ 하나 정도인 비주류가 ‘신주류’를 구성하고 나아가 안철수 신세력에게도 매력 있는 연대 대상이 되려면, 노선과 지지기반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비주류가 전당대회 이후에 받아들 최대 숙제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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