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일 월요일

외국 언론에선 한반도는 지금 ‘전쟁상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30일자 기사 '외국 언론에선 한반도는 지금 ‘전쟁상태’'를 퍼왔습니다.
[백병규의 글로벌 포커스]최악·최선의 시나리오 게재…북미 강경·중국 존재감 바닥·한국 지렛대 부재

외국 주요 언론의 보도만 보자면 한반도는 ‘전쟁상태’(state of war)다. 연일 북한의 전쟁 위협이 톱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29일 영국 BBC 온라인 판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0개 가운데 2개가 한반도 ‘전쟁상태’ 기사일 정도다. 북한이 연일 ‘핵 전쟁상태’ 돌입을 선언하고,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다. 북한은 30일 급기야 ‘전시상태’ 돌입을 선언해 긴장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였다. 

외국 언론의 초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하루가 달리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 상황의 전개 자체다. 워낙 긴장의 고조 속도가 급하다 보니까 대다수 외국 언론은 긴장 상황의 전개 과정,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핵폭격이 가능한 B52 전폭기에 이어 스텔스 B2까지 참여하고 북한이 ‘핵전쟁’을 선포하면서 한반도 긴장상황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주일여 거의 매일 북한의 동향이 톱기사로 오를 정도다. 

북한 전쟁 개시는 엄포용?…과거와는 다른 징후들

▲ 3월 30일 영국 BBC 온라인 판 톱기사.

또 하나의 초점은 북한의 의도다. 북한이 실제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여부가 초점이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전형적인 과장된 ‘정치적 외교적 수사’로 보는 분석이 많다. 한마디로 ‘말’과 ‘행동’은 다를 수 있다는 것. 미 정부의 시각이기도 하다. “북한의 말 보다 북한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정은 체제를 굳히기 위한 북한 내부적 요인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과거 한반도 긴장 고조 때와는 달리 북한의 대응과 동향이 심상찮다는 분석도 꽤 있다. 북한이 공언한대로 전면적인 (핵)전쟁 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국지적 군사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물론 미국과 남한의 ‘오판’이 자칫 제어할 수 없는 전면전으로 비화할 개연성도 거론된다. 

해외 언론의 또 다른 초점은 북한의 실력이다. 북한이 과연 공언한대로 미국 본토나 하와이, 괌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대체적인 분석은 불가능하다는 쪽이다. 설령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미 본토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의 시각이 특히 그렇다. 결국엔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한반도에서 국지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의 베이징 특파원 타니아 브라니간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앞으로의 상황 전개와 관련해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니라오는 북한이 미국 본토나 미국 기지 등을 공격하는 경우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본토를 미사일로 공격할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북한이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지만, 미 본토를 타격할 정도의 미사일 기술은 아직 아니라는 것. 대신 장거리 미사일로 태평양 인근의 미군기지 등을 공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북한에게 치명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살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남한을 공격 목표로 하는 것. 그럴 경우 미사일 한두 발로 인천공항 인근이나,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의 배를 목표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점쳤다. 북한의 무력시위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서울을 공격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북한이 미국에 대한 메시지용으로나, 실질적인 이유로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았다. 다만 북한이 정치 외교적 메시지를 던질 정도의 기술 향상이 이뤄졌는지가 관건이다.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고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자면 성능이 향상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 성공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당장의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의 가능성은 적다고 보았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비군사적인 방법을 취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미 군 통신선을 비롯해 남북 간 통신선을 모두 끊은 상태에서 북한이 취할 선택은 거의 없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도 큰 타격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최선의 시나리오는…그러나 누가?

▲ 30일 가디언의 온라인 판 톱기사. 가디언은 이 기사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에 일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도하기도 했다. 브루킹스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마이클 오하니오는 “현재의 대치상황이 과거와는 다르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긴장완화를 위해서라도 북한이 앞으로 2,3년 정도 추가적인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제재를 풀어주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시니라오는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는 것이다. 문제는 ‘누구’와 ‘무엇’을 갖고 대화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9일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이미 6자회담의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게다가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그리고 현재의 긴장 고조는 곧 북미 직접 담판을 희망하는 북한의 전략에 따른 분석이 많다. 그런 점에서도 6자회담은 이미 시효가 끝났다. 6자회담의 주역이었던 중국이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도 이를 거론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외국 언론의 보도에서 주목되는 것 가운 데 하나는 중국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반도 긴장 고조 기사에서 중국이 비중 있게 언급되는 경우는 드물다. 홍 레이 외교부 대변인의 ‘자제 발언’ 정도가 고작이다. 과거 한반도 긴장 상황 때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도 바닥이다. 한반도 긴장관리의 한 축이 망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바는 미국과의 직접 담판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에게 북한은 한 참 후순위다. 세계적으로 연일 북한 문제가 쟁점이 되고, 미 본토 공격까지 거론하자 미국도 북한을 연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황 ‘관리’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엔 B52와 B2기 투입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강 대 강’이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적극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별로 없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이 때문에 북․미 대화 보다는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그것이 보다 유용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한두 달 정도의 ‘드라마’와 ‘험한 말 전쟁’ 후에 대화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다섯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그래도 가장 나은 편이다. 

정부 구성이 지연되고,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로 어수선한 새 정부가 현재의 긴장 상황에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한 신뢰 프로세스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등 야당의 지지도 얻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말처럼 자칫 삐끗해도 “삽시간에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냉정한 대응 플러스알파가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도 지렛대가 거의 없다. MB 5년 동안 다 치워 버렸다. 운신의 폭도 좁다.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래저래 참으로 불안한 2013년 봄이다. 

백병규 언론인 | bkb21@hanmail.net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