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07일자 기사 '
회초리 때려달라던 제1야당…자성도 없고 존재감도 없다'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용섭(왼쪽 사진부터), 신계륜, 김한길, 강기정 의원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순서는 회견 순서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 3개월
4개월 지나도 대선보고서 안나와
진단없이 ‘혁신안’ 처방만 나온 꼴
보편복지·양극화 문제 고민 없어“정치적 알박기 정당 됐다” 비판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장. 한 의원이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하다 다른 의원에게 검색화면을 보여주며 키득거렸다. 5·4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몇몇 의원들은 의총장 뒷줄에서 동료 의원들과 환담을 나누기에 바빴다.
박기춘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참사, 정부의 4·1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방침 등을 설명했지만, 의총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의원들이 들락날락하느라 의총장에 앉은 의원의 수는 전체 127명 중 절반을 겨우 넘겼다. 한 당직자의 말에 자조가 섞였다. “비상대책위 체제인 야당 같지 않죠? 대선 패배의 이유는 산만한 당의 지금 저 모습에 투영돼 있습니다.”
민주당이 ‘문희상 비대위’를 꾸린 지 9일로 3개월째를 맞지만 대선 패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토대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무기력하고 지리멸렬한 야당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월 국립현충원 땅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참회삼배를 하며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 회초리로 때려주십시오”라고 했던 자성의 분위기가 그새 사그라졌다는 것이다.
‘대선패배 반성문’ 격인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는 대선이 끝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고 있다. 보통 ‘대선평가 이후 당 혁신안 마련’이 정상적인 순서이지만, 민주당은 정치혁신안부터 먼저 발표했다. 진단 없이 처방이 나온 꼴이다. 당 대선평가위원회는 애초 3월 말에 보고서를 내려 했으나, 대선 패배 책임에 대한 표현 수위를 놓고 내부 논쟁을 벌이느라 보고서 발간을 늦췄다. 7일에도 모임을 한 평가위는 10일 비대위에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실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평가위에 참여한 한 교수는 “내부 논란이 많아 ‘친노’, ‘486’, ‘주류’와 같이 특정계파나 특정인을 실명 거론하며 책임추궁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교수그룹이 평가보고서 초안을 써오면 민주당 의원들이 심사하듯 시비를 걸어 그간 논의 과정에서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5·4 전대 이후 2년간 민주당을 책임질 당 대표 경선은 당의 혁신을 위한 논쟁의 장이 되지 못한 채, ‘주류-비주류 경쟁구도’로만 비치고 있다. 당 대표에 출마한 강기정·김한길·이용섭·신계륜 의원은 “계파 청산”, “당원 중심주의”, “민주당 자강론”을 내세우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장하나 의원은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노동가치 존중이란 시대적 과제를 새누리당의 거짓약속에 빼앗긴 것, 사회양극화의 책임이 민주당에도 있다는 점을 통감하는 데에서 당의 혁신이 시작된다. 현재 전대가 계파 문제, 친노·비노 문제로 협소하게 흐르고 있다”고 짚었다. 서민·근로계층의 이해와 요구를 어떻게 끌어안고, 민주당이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실종된 채 맥빠진 전당대회가 돼가고 있다는 뜻이다.
4·24 재보선이 대선공약 후퇴 등 박근혜 정부의 실책에 맞서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서울 노원병에선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가진 영향력의 크기만을 지켜봐야 한다.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선거에선 후보를 냈지만 제1야당의 자존심을 지켜줄 의미 있는 승부를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당을 어떻게 혁신할지를 놓고 전국의 당원들이 함께하는 전당적 논의가 이뤄져 혁신의 동력을 마련해야 했는데, 비대위 출범 이후 전혀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욕먹는 것을 알면서도 ‘시민들이 민주당 말고 다른 대안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며 느긋해하는 것 같다. ‘정치적 알박기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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