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5일 화요일

“미래부가 SO 목줄 죄면 방통위 힘 못쓴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04일자 기사 '“미래부가 SO 목줄 죄면 방통위 힘 못쓴다”'를 퍼왔습니다.
방송 공공성 위협, CJ·KT 최대 특혜될 수도… 박 대통령 고집에 청와대 거수기 새누리당도 ‘곤혹’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 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무거웠다. “절박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표현도 썼다.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한 시간 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전격 사퇴한 것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박 대통령은 참담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전략 조직으로 꼽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핵심이기도 하다. 김종훈 내정자 역시 박근혜 정부 내각의 화룡점정 역할을 했다. ICT(정보통신기술)와 과학을 아우르는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낯설고 막막한 개념을 구현할 참신한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식 일주일이 지나도록 미래부는 야당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출범도 못하고 있고 이제는 그나마 장관 후보자도 다시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박 대통령은 “많은 부분에서 원안이 수정됐고 이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만 남겨놓은 상황”이라며 “이것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미래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로 논의할 수 있도록 청와대 면담요청에 응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상당한 양보를 한 것은 사실이다. 방송·통신 정책 전반을 미래부로 이전하기로 했다가 논의를 거치면서 방송광고를 방통위에 남겨두기로 물러섰고 방통위 조직도 중앙행정기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다 내줘도 SO(유선방송 사업자)만은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통합당은 IPTV나 위성방송 등은 가져가도 좋지만 SO는 방통위에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쪽 다 양보할 만큼 했다면서 마지노선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과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저녁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는 새누리당이 SO 인·허가권을 방통위에 남기고 법률 제·개정권만 미래부로 이관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민주통합당은 법률 제·개정권에 SO의 채널 배정권 등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을 황금채널에 배정하고 그렇지 않은 방송을 뒤쪽으로 배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새누리당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방송을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ICT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방송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은 SO나 IPTV, 위성방송 등은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송출할 뿐이라 방송 장악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SO가 채널 배정권을 쥐고 있는 데다 자체 채널을 통해 지역 뉴스를 내보내는 등 보도와 비보도를 구분하는 것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SO와 IPTV를 흡수해 출범할 경우 당장 점유율 규제 등을 과감하게 풀어 CJ와 KT 등에 특혜를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P(유선방송 채널 사업자)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자생력이 있는 CJE&M 등은 내심 미래부 이전을 바라는 반면 일찌감치 방통위에 발이 묶인 종합편성채널들은 미창과부 이전을 반대한다. 한편에서는 영역을 넘는 규제 완화가 결국 KT에 최대 특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의 거수기’라는 자조섞인 불만과 함게 “박 대통령의 고집이 너무 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여건만 된다면 날치기라도 할 상황이지만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민주통합당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원칙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협상 권한이 없다”거나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전체 TV 시청 가구의 90% 가까이가 유선방송으로 지상파를 시청하는 상황에서 미래부가 SO의 목줄을 죄면 지상파나 종편, 보도채널 등을 방통위에서 관장하는 게 의미가 없다”면서 “SO가 방통위에 남는다고 해서 진흥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진흥을 위해 미래부에 가져가겠다는 건 다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에 욕심을 내면서 정작 ICT 업무는 아직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