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04일자 기사 '민망한 KBS 창립 40주년 ‘자화자찬’ 리포트'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KBS가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고 시대를 증언?… “자화자찬 지나치다”
지난 3일 공사창립 40주년을 맞은 KBS가 (뉴스9)에서 내보낸 리포트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KBS는 예능과 교양 등 다양한 부문에서 특집 방송을 마련했는데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도 공사창립 40주년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다. ‘신뢰도 1위… 공영방송 KBS 40년’ ‘KBS 대표프로는 9시 뉴스’ ‘국민의 눈과 귀…진실보도 파수꾼’ 등 모두 3꼭지였다.
공사창립 40주년 의미를 되새겨보고, 공영방송 역할을 되짚어본다는 측면에서 일면 이해하지만 문제는 KBS가 지나치게 ‘자화자찬’ 리포트를 내보냈다는 점이다.
공사창립 40주년 ‘뉴스9’ 리포트… 지나친 자화자찬 논란
KBS는 이날 ‘신뢰도 1위… 공영방송 KBS 40년’ 리포트에서 “신뢰도와 영향력 모두 1위를 굳건히 하며 명실상부한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잡기까지 KBS가 걸어온 길”을 정리했다.
KBS는 해당 리포트에서 “(KBS는) 47년 국영 서울중앙방송국으로 다시 출범했다가, 73년 3월 3일 공영방송 ‘한국방송공사’로 탄생했다”면서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국민보다 정권을 바라본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일종의 자기반성인 셈이다. 특히 KBS는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5공 시대, 공영방송다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언급,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3년 3월3일 KBS <뉴스9> 화면캡처
하지만 KBS의 반성은 여기까지였다. KBS는 이후 리포트에서 “(KBS는) 90년대 방송 민주화시기를 지나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더해나갔다”면서 이른바 ‘90년 4월 투쟁’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KBS는 “자본과 권력에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때도 눈 감지 않았다”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등 성역을 두지 않는 탐사 보도는 방송 뉴스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신료의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는 프로그램에도 9시 뉴스와 다큐멘터리 3일,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시사, 다큐 프로그램들이 이름을 올렸다”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어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고 시대를 증언해 온 KBS 뉴스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와 같은 자화자찬 식 보도를 이어갔다.
이 같은 KBS 보도에 대한 내부 평가는 어떨까. 부정적이다 못해 어이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익명으로 멘트 처리를 부탁하는 기자의 전화에 KBS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멘트 할 가치가 없는 리포트” “부끄러워서 할 말이 없다” “후안무치”와 같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보도본부의 한 기자는 “잔칫날 내보낸 의례적인 리포트라는 점을 감안해도, 자본과 권력에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때도 눈 감지 않았다는 부분은 솔직히 좀 낯 뜨겁다”고 지적했다. 자찬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자성에 비해 자찬이 너무 심했다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KBS가 어떤 상황이었는데 이런 리포트를…”
다른 기자는 “지난 5년 동안 정권·경영진에 밉보여 징계를 받거나 좌천된 사람이 몇 명인데 저런 식의 자화자찬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나온다.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기자들은 최근 KBS에 사표를 제출하고 떠난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을 언급하며 KBS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탐사보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능력 있는 기자를 떠나게 만든 KBS가 “성역을 두지 않는 탐사 보도는 방송 뉴스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리포트를 내보낸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
외부 반응도 비슷하다. KBS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낙하산 사장’이 임명돼 정권 입맛에 맞게 KBS보도가 변질됐다는 비난이 지금까지 제기됐는데 어떻게 이런 식의 리포트를 내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처장은 “정권 비판적인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불공정보도 때문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고, MB 라디오 주례연설 때문에 내외부 비판이 제기됐던 게 지난 5년 동안 KBS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마치 이런 일이 아예 없었다는 듯 자화자찬 식 보도를 내보냈다”면서 “논평이나 멘트를 내보내기 민망할 정도의 리포트”라고 비판했다.
KBS는 이번 리포트에서 방송문화연구소가 2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국민패널 전국 성인 남녀 3천 82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터넷 설문 형식의 여론조사를 인용, 보도했는데 이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시청자들은 다큐멘터리, 뉴스, 교양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KBS 프로그램의 질과 신뢰도 등에 대해선 시청자들이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화자찬 이전에 성찰과 반성이 우선

2013년 3월3일 KBS <뉴스9> 화면캡처
그런데 과연 그럴까. 반박 증거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KBS 불공정보도에 항의, 선거를 2주 남긴 시점에서 제작거부를 결의했던 곳은 다름 아닌 KBS기자협회였다.
자사 보도의 불공정성에 항의한 곳이 외부가 아니라 KBS기자들이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시청자들은 다큐멘터리, 뉴스, 교양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는 KBS의 이번 보도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지난해 9월 KBS노사가 참여하는 대통령선거 공정방송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진행된 ‘대선방송공정보고서’는 어떤가.
KBS방송문화연구소가 KBS옴부즈맨으로 활동한 교수진에게 의뢰해 18대 KBS 대통령 선거보도의 공정성 연구를 수개월 간 진행한 결과 대선 보도가 양적·질적으로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공정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KBS는 이번 리포트에서 “KBS 프로그램의 질과 신뢰도 등에 대해선 시청자들이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KBS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많다. 문제는 최소한의 염치와 균형감각이다. 자찬이 있으면 당연히 자성과 비판도 나와야 하는 법인데 KBS는 자성과 비판은 최소화하고 자찬은 극대화했다. KBS의 ‘공사창립 40주년’ 리포트에 대해 KBS 안팎의 반응이 시니컬한 이유다.
익명의 멘트를 부탁하는 전화에 KBS 한 관계자는 ‘답답하다’는 말만 계속하다가 전화를 끊었는데 나중에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왔다.
“자성은 없고 자찬에만 열을 올리는 꼴이 한심하고, 40년 공영방송이 공염불 같아 씁쓸하다.”
지금 KBS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건 자찬보다는 자성이다.
민동기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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