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7일 목요일

“또 다른 ID 33개 추가 발견”

이글은 시사IN 2013-03-04일자 기사 '“또 다른 ID 33개 추가 발견”'을 퍼왔습니다.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IP 140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조직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의심되는 ID 33개를 더 밝혀냈다. 운영자는 “33개 ID는 잠적했던 이씨와 또 다른 인물이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정훈씨(가명)는 사무실에서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를 즐겨 본다. 업무가 빌 때마다 접속한다. 지난해 8월31일 오후 4시에도 노트북에 오유 사이트를 띄웠다. 4시32분11초에 이상한 글이 올라왔다. 4시33분까지 14개의 시사성 담긴 글이 올라왔다. ID ‘차익거래’를 쓰는 김씨는, 오유에서 ‘어뷰저(게시판을 도배하거나 조작하는 누리꾼)’를 적발하는 탐정으로 통한다. 

14개 글은 게시판 게재 규칙을 어겼다. 오유 사용자들은 시사적인 내용은 시사 게시판에 올리는데, 이 글은 유머 게시판에 올라왔다. 글 제목도 눈에 띄었다. ‘원숭이만도 못한 것들, MB 외교 폄훼 고만해라!(ID 추○○○○, 올라온 시간 4시32분22초)’ ‘김 박사님이 천안함 발표 전에 봤어야 할 기사(ID 토○○○, 4시32분39초)’ ‘MB가 독도 간 진짜 이유 이제 밝혀본다(ID 진○○○○○, 4시33분17초)’ ‘리정희가 대선에 나온다고?(ID 이○○, 4시33분13초)’. 전에는 잘 볼 수 없던 ‘친MB·반야당’ 성향의 글들이었다. 게시판 규칙을 어긴, 친정부적인 글 14개가 4시32분부터 33분까지 고작 1분 사이에 한꺼번에 올라온 것이다. 3040 세대가 즐겨 찾는 오유는 상대적으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글이 많고 인기도 높다. 이런 친정부 또는 MB 지지 글은 올라오더라도 추천을 받기 어렵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14개 글 추천수가 갑자기 순식간에 늘어났다. 오유 게시판은 반대가 4회가 되기 전에 추천 10회를 받으면 자동으로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베스트 게시판으로 넘어간다. 10회 추천을 받기 전에 반대가 4회가 되면 베스트 게시판에 넘어갈 수 없다. 이상한 글들은 순식간에 추천 10회를 받더니,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아간 것이다. ‘차익거래’ 김씨가 추천 ID를 살펴보니, 자기들끼리 추천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씨는 추적에 나섰다. 오유는 가입한 순서대로 회원번호가 부여되는데, 이들의 회원번호는 일련번호로 앞뒤로 이어졌다. 동시에 가입한 것이다. 김씨는 본능적으로 ‘어뷰저’로 판단하고 화면을 갈무리했다. 운영자 이호철씨에게 메일로 알렸다. 이런 갈무리 화면이 김씨 노트북에 쌓여 있다. 9월3일 오후 3시24분에서 4시10분 사이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김씨는 그저 그런 어뷰저로 여기고 노트북에 저장만 하고 잊었다. 

“국정원 직원 글보다 훨씬 노골적”

5개월 뒤인 지난 1월31일 <한겨레> 보도로 국정원 직원 김 아무개씨가 썼다는 16개 아이디와 내용이 공개되었다. 탐정 김씨는 순간 기사에 나온 아이디가 익숙했다. 8월31일 등장했던 바로 그 아이디와 두 개가 정확히 겹쳤다. 김씨는 본격적인 국정원 ID 추적과 분석에 나섰다.

오유 운영자 이호철씨도 자체적으로 분석과 추적에 매달렸다. 운영자 이씨와 탐정이라 불리는 김씨가 파헤친 결과를 살펴보면, 국정원 직원 김씨가 사용했다고 인정한 ID 16개 외에도 추가로 33개가 더 나온다. 운영자 이씨는 ‘차익거래’ 김씨가 모니터해 적발한 8월을 기준으로 8월부터 12월까지 오유에서 사용된 IP 1400만 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국정원 직원 김씨가 인정한 ID 16개와 같은 IP를 쓰고, 글 내용과 추천·반대 패턴을 비교해 33개 아이디를 더 밝혀낸 것이다. 운영자 이씨 등의 분석을 보면, 현재 오유에서만 드러난 ID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11+5+33이다. 11개는 국정원 직원 김씨, 5개는 잠적한 이 아무개가 썼다. 33개 ID의 가입 시기와 IP, 쓴 글의 패턴을 분석해보니, 사라진 이씨가 썼다는 5개와 비슷했다. 이호철씨는 “분석 결과 33개 ID는 이씨와 또 다른 인물들이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씨 외에도 이들 IP를 쓴 인물이 더 있을 것으로 의심되었다. 38개(5개+33개) ID로 오유에 올라온 글은 165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삭제되었지만 남아 있는 글도 상당수이다. 운영자 이호철씨는 “국정원 직원이 11개 ID로 쓴 91개의 게시 글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정부·여당을 편드는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38개 ID 묶음이 추천·반대를 표시한 것은 2000회가 넘었다. 



국정원 직원 김씨와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한 이씨의 정체를 두고 사정 기관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활용하는 정보망원일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많은 정보망원을 활용하느냐도 정보요원의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2월22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나온 이씨는 “다른 사람이 시킨 게 아니라 내 의사에 따라 글을 썼다”라고 진술했다. 

운영진 이씨 등이 본 수상한 ID들의 오유 사이트 공략법은 세 갈래다. 먼저 친정부적인 글로 도배한 후 추천수를 늘려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기는 공세적인 수법이다. 둘째는 밀어내기 수법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이 올라오면, 상관없는 글을 무작위로 올려 비판적인 글이 게시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밀어내는 식이다. 오유 사이트 운영 수칙을 이용한 게이트 키핑 수법도 썼다. 오유는 추천 10회 전에 반대가 4회 쌓이면 아무리 추천이 높아도 베스트 게시판으로 넘어갈 수 없다. 이들은 재빨리 4회 반대를 하는 식으로 게이트 키핑 노릇을 하며 정부 비판 글의 노출을 억제한 것이다. 

이씨는 2월22일 오전 9시30분 출석해 저녁 6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씨가 직원 김씨의 지인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출석 여부는 우리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자체 감찰을 통해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정보단을 외부에 알렸다며 내부 직원 정 아무개씨를 파면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정씨와 함께 이 사실을 민주당에 제보한 김 아무개 전 직원도 고발했다. 정치적인 글을 쓴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아무개씨에 대해서는 감찰을 하지 않았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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