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3-03-02일자 제35호 기사 '경제사령탑이 안 보인다'를 퍼왔습니다.
Editor's Letter
대통령이 경제를 운용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자신이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일관되게 밀고 가는 길이 있다. 다른 길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는 방법이다. 경제를 잘 모르는 대통령들은 대체로 두번째 방법을 썼다. 그 성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경제와 복지를 깊이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름대로 소신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 교습을 받았다 해도 경제 운용의 원리를 제대로 체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생명체다. 복잡하게 얽힌 현안을 제대로 헤쳐갈 능력과 권한을 가진 경제사령탑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그 일을 맡을 것인가'다. 일단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를 들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국정을 맡기겠다고 했으니 그가 경제사령탑이 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우리라고 예측한다.
오히려 최고 권력자와 가까이에 있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한테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박 캠프의 경제 분야 좌장이던 제3의 인물이 실세로 거론된다. 종합하자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 경제수석은 최고 권력자의 충실한 수족이 되겠지만 정작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란 얘기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현 내정자를 깎아내릴 의도는 없다. 하지만 주변의 객관적인 평가가 그렇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올바른 경제 운용 없이는 박 대통령이 약속한 중산층 복원과 복지 확대는 불가능하다. 경제 정책을 총괄할 사령탑이 분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혹시 경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주요 경제 부처 장관 후보들을 대부분 실무형 관료로 선정했기에 하는 소리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처럼 권력의 의지대로 경제가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경제에는 정답이 없다. 모든 정책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함께 수반한다. 그래서 늘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린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시대 상황에 맞느냐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밀턴 프리드먼도 "내 이론이 각광받은 것은 시대가 그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는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지금은 경제사령탑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궁금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 내정자가 부총리가 된다 한들 제대로 일을 하겠는가. 아마도 부처 간 조정 기능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의 경제 운용은 성장률 몇% 끌어올리는 그런 방식으론 안 된다. 복지와 균형을 잡고 가야 한다. 그러려면 안목과 경륜을 고루 갖춘, 분명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경제사령탑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령탑은 과연 누구인가?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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