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8일 금요일

새 정치 약속, 날치기 금지법… 야당없는 국정 추진 어려운 구조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07일자 기사 '새 정치 약속, 날치기 금지법… 야당없는 국정 추진 어려운 구조'를 퍼왔습니다.

ㆍ박 대통령, 협의 대신 밀어붙이기… 집권 초기 최악 혼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문화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한 정치쇄신 방안으로 ‘국회 존중’ ‘대탕평 인사’ 등을 내걸었다. 대선 승리 후에는 야당에 ‘국정동반자’ 관계를 다짐했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약속들은 점차 빈말이 돼가고 있다. 정권 출범 11일째인 7일까지 국정 난맥상이 계속되는 데는 ‘새 정치’ 약속을 버리고 ‘구 정치’ 통치 스타일을 답습하는 박 대통령에게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쇄신은 지난 대선에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여야 공통의 화두가 됐다. 박 대통령도 다양한 정치쇄신 공약을 내놨다. “우리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야당 지도자들과 민생과 한반도 문제, 정치혁신·국민통합을 의제로 삼아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했다. 당선인 때인 지난달 7일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선 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대하겠다고 말했다. 소통과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야당과의 대화에서 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첫 대국민담화에서 야당에 ‘선전포고’를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그 책임을 야당에 전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 갈등을 부추기면서 정쟁의 전면에 등장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새 정부의 아이콘이라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양보할 수 없음을 보여주려다 스스로 정치력 부족을 고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대화·타협을 통한 정치를 실종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부조직법은 국회에서 여야 협의로 풀어야 할 사안임에도 박 대통령이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실제 타결 기미가 보이던 정부조직법 협상은 다시 꼬이고, 이는 새 정부 파행 운영의 장기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

비단 새 정치가 아니어도 박근혜 정부는 야당의 협력 없이 국정을 운영하기 어렵게 돼 있다. 19대 국회 의석 분포가 그렇다. 이날 현재 새누리당은 152석이지만 야당도 민주통합당 127석, 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 각 6석 등 139석으로 만만치 않다. 18대 국회에서 여당이 힘으로 야당을 누르던 때와는 국회 환경이 다르다. 특히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박근혜 정부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선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민생과 안보’를 무기로 삼아 대국민 여론전을 펴며 야당과 맞서고 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이 약속한 ‘정치 쇄신’과 점점 멀어지고, ‘100% 대한민국’도 요원해지고 있다. 임기 초반 50% 정도에 불과한 박 대통령 지지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에게 ‘제왕적 대통령’의 통치가 아닌 대화·타협에 기반하는 정치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강성 대통령이 반드시 강력한 대통령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 정치로 풀 것을 정치 논리가 아니라 효율과 행정의 논리로 풀려고 해서 성공한 예가 없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정치 구조는 민생 문제 해결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이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정치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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