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3일 수요일

박근혜, 삼성 관계회사 찾아 “정부조직 타협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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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집에 정부조직 개편 교착상태… “방송 플랫폼, 대기업에 헌납 의도”

박근혜 대통령이 SO(유선방송 사업자)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거듭 강조했다. 12일 중소기업 알티캐스트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셋톱박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투자했고 삼성 출신 인사들이 임원으로 있다. 박 대통령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방송 플랫폼의 상징 같은 회사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간의 창의적 노력과 함께 정부도 진흥과 규제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기업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방송·통신 융합 분야를 비롯해 ICT(정보통신기술)와 미래 산업에 대한 각종 업무를 미래부에서 총괄해 원스톱으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배분, 특히 SO의 인·허가권을 두고 벌어지는 공방에 쐐기를 박는 발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알티캐스트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회사다. 창업자 김문영 전 사장은 삼성자동차 출신이고 지승림 알티캐스트 현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부사장 출신이다. 지 사장이 영입한 이필곤 회장은 삼성물산 회장 출신이다. 사업 초기 삼성전자가 150억원을 투자했고 현재는 셋톱박스 제조업체 휴맥스가 47.2%의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취임 이후 첫 창조경제 현장방문지로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IT 벤처기업 알티캐스트를 방문, 아이패드로 스마트 셋톱박스를 조작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하필이면 이 회사를 찾아 SO 인·허가 업무 이관을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송 시장을 진흥 논리로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이야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송 플랫폼이 미래부로 넘어가 점유율 규제가 완화되고 융합 서비스 등이 대폭 허용되면 CJ와 KT 등은 숙원 과제를 해결하게 된다”면서 “스마트TV 플랫폼에서 주도권을 노리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정부에서 IPTV가 굉장히 많이 커졌기 때문에 알티캐스트가 지난 정부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었다”고 알티캐스트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알티캐스트를 둘러싼 온갖 추측을 의식한 듯 조 수석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심정으로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무조건 SO 이관”을 거듭 천명하면서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11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사흘 만에 재개했으나 3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민주통합당은 ICT 진흥 특별법을 준비해서 가져갔는데 새누리당은 빈손으로 왔다. 12일에는 아예 논의를 시작조차 못했다.

새누리당은 SO 인·허가 업무를 미래부로 가져가는 대신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SO를 방통위에 남겨두는 대신 ICT 진흥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SO는 절대 넘겨줄 수 없다는 것 외에 아무런 다른 입장이 없는 것 같다”면서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 건데 이런 식이라면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1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자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의 주장이 잘못된 것은 확실하지만 SO를 방통위에 두더라도 정부조직법을 먼저 처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고 남경필 의원도 “조금 더 유연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청와대가 저렇게 고집을 부리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푸념이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업계에서는 “SO에 왜 이렇게 욕심을 내는지 모르겠다”는 불만과 함께 “뭔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추측이 나돈다. 이미 IPTV를 미래부로 넘기기로 한 상태에서 SO까지 넘어가면 전폭적인 규제 완화와 함께 방송 시장을 산업 논리로 전면 재편해 KT나 CJ,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이 플랫폼 주도권을 잡게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SO가 방통위에 있으면 진흥이 안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면서 “방통위 시절 묶여 있었던 규제를 풀고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라고밖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SO를 빼면 미래부가 껍데기가 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미래부의 핵심이 ICT 융합이 아니라 방송 플랫폼 장악에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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