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5일 화요일

협상 국면에서 야당 직접 공격·국회 무시… 정치력 부재 노출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04일자 기사 '협상 국면에서 야당 직접 공격·국회 무시… 정치력 부재 노출'을 퍼왔습니다.

ㆍ[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정치’]스타일 분석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8일 만인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촉구한 데는 그의 준비 부족과 정치력 부재가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당사자인 국회 협의 과정을 존중하지 않고 대통령 중심으로만 국정운영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점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 1월30일로, 현재 34일째를 맞고 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법안 제출이 늦어 여야 협의기간이 짧았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거듭 요청했지만 정작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협상 재량권을 주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더구나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방송통신 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대해 박 대통령은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야당에 전적인 책임을 물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야당에 국정 차질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협의·협상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정치력 실종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담화라는 형식에 대해서도 “대화나 소통을 원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 통보였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 담화에서는 국회 역할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나타났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박 대통령으로선 미래부가 있어야 경제발전이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지만 이는 국회 합의가 필요한 의결사안이지 대통령 결정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정동반자’라고 했던 야당을 압박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했는데 그 핵심은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대 개혁입법안을 놓고 얼마나 싸웠는가”라며 “그때 한 말이 ‘야당은 양보할 수 없다. 권한이 있는 여당에서 양보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된 이후 야당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야당을 정조준하면서 새누리당의 운신 폭도 좁게 만들었다. “여당이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는”(김윤태 교수) 상황에서, “여당이 움직일 여지가 아예 막혀버렸다”(윤평중 교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떠올린다는 평가도 있다. 윤평중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도 못하고 협치는 전혀 안됐는데 이것이 민심의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라며 “박 대통령의 담화는 통치에서 정치로, 다시 협치로 가는 ‘동행의 정치’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국민 피해론’에 대한 반론도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물러설 수 없다”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박 대통령도 국민 피해를 초래하는 당사자가 된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여야, 청와대·야당 관계가 악화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세부 정책 추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윤태 교수는 “새누리당에도 좋은 대선 공약이 많은데 지금 방식으로는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박 대통령이 마주친 첫 과제부터 국회 압박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을 보면 앞으로도 쓸데없는 정치 비용이 생겨날 수 있다”며 “협상·대화보다 ‘박정희 모델’에 충실한 국정운영으로 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안홍욱·유정인 기자 ahn@kyunghyang.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