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28일자 기사 '동북아 갈등 확산시키는 일본의 극우화'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최근 일본의 영토민족주의 도발로 동북아시아의 갈등이 재연됐다. 침탈 야욕을 노골화하는 일본의 ‘극우화’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동북아의 갈등이 앞으로 얼마나 악화될지 우려된다.
일본 시마네현이 주최한 지난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 행사에 일본 정부의 차관급 고위 관리가 2005년 ‘독도의 날’ 제정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것은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게다가 이 행사에 고이즈미 준 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청년국장을 비롯해 현역 국회의원 18명도 참여했다니 지방정부가 아닌 일본의 중앙정부 차원의 침탈 도발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각료가 아닌 차관급을 파견한 게 우리나라를 배려한 것처럼 말했다고 한다. 기가 찰 일이다. 독도 침탈 야욕을 훨씬 더 노골적으로 할 수 있음을 드러낸 망언 아닌가. 일본의 좌충우돌식 도발은 중국도 겨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국을 향해 “아시아에서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일본극우사이트 화면캡처
아베 총리는 “중국이 강압이나 협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를 빼앗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중국은 국내에서 강한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일으켜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어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아연할 일이다.
아베 총리야말로 영토나 역사 문제에서 국수적 민족주의 행보로 정치적 지위를 높여 총리로 다시 등장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그는 영토 및 역사민족주의 도발로 재미를 보지 않았던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동북아시아의 이웃 국가들에 대한 도발로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 분출을 유발해 또 다시 재미를 보려는 아베 총리의 정략적 행태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질 경우, 이에 편승한 아베 총리의 도발로 일본과 한국, 중국 등과의 영토나 역사 분쟁이 지난 해 못지 않게 격렬해질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중국에 대한 이번 발언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 안보동맹의 강화를 통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분쟁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일으켜야 할 절박한 사정’은 아베 총리 자신의 사정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신화통신)은 “아베 총리가 ‘중국 위협론’을 이용해 자신의 강경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고 있다”며 “방위대강 개정, 군사력 강화를 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의 극우적 행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강한 일본을 되찾겠다. 충분히 강한 일본을 복원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에서 극우적 의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문제는 일본의 ‘극우화’를 견제하고 균형을 찾을 세력이 일본 내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침없이 진행될 일본의 ‘극우화’를 어찌 견제할 것인가. 일본 내에서 견제될 수 없다면, 국제관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 22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일 안보동맹의 중요성이 재확인되긴 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극우화’를 경계하며 신중하게 회담에 임했다고 한다. 다행한 일이다. 아베 총리가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 문제에서 미국이 일본 편을 들어주기를 바랐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대해 명시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본의 ‘극우화’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오죽하면 미국에서 벌어지는지 아베 총리는 역사적 진실과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강압이나 협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를 빼앗을 수 없다는 인식’을 다른 나라에게 요구하기 앞서 아베 총리 스스로가 먼저 다짐할 일 아닌가.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이나 식민지 지배의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는 게 ‘자학사관’이라고 여기는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부터가 문제다. 독도 등 과거 제국주의 침탈 과정에서 강탈한 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인식이야말로 침탈 야욕을 드러낸 ‘가학사관’ 이다.
과거 침략과 전쟁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으려는 ‘가학사관’을 바탕으로 이웃 나라들과 역사나 영토 분쟁을 일으키며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극우화’ 행태가 바로 동북아 갈등의 요인이다. 일본이 ‘가학사관’에서 벗어나지 않고 ‘극우화’ 행보를 계속하는 한, 동북아의 평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위안부 강제동원과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 고노 및 무라야마 담화를 파기하거나 수정하겠다고 공언한 터다. 역사교과서 기술에서 이웃 나라들을 배려하는 ‘근린제국 조항’을 비롯해 고노 및 무라야마 담화에 아베 총리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극우화 움직임 향방에 따라 동북아 갈등의 파문이 얼마나 세게 일어날지 그 수위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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