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0일 일요일

[표지이야기]교육감을 통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다?


이글은 주간경향 2013-03-12일자 제1016호 기사 '[표지이야기]교육감을 통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교육감들의 인사비리 연루 사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현재 인사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드러난 현직 교육감만 6명에 이른다. 교육계의 인사비리 문제가 특정 지역이나 인물에 국한되지 않은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충남도교육청에선 금품을 받고 장학사 시험문제를 유출해 응시자에게 넘긴 공무원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김종성 교육감이 문제 유출을 지시했고 범행에 사용된 대포폰을 김 교육감도 소지하고 있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교육감을 비롯, 충남교육청 교육공무원 상당수가 조직적으로 벌인 일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 교육감이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두 차례 경찰 소환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비리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직후였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인 김 교육감이 조만간 퇴원해 수사가 재개되면 비리의 배후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도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리에 가담한 직원들이 문제 유출에 대한 대가로 현재까지 2억3800만원을 받아 보관하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금액을 사용하지 않고 묶어둔 점이나 “충남 교육의 발전을 위해 쓰려고 했다”는 진술이 나온 점으로 미뤄 차후 교육감 선거 목적으로 만든 비자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교육청 장학사시험 문제유출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2월 27일 대전지방법원에 출두해 증거보전절차를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고질적 인사문제가 시험비리 사태로

충남교육청은 김 교육감 이전에도 직전 교육감 두 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인사비리 문제로 물러난 바 있다. 또 김 교육감 재직시기인 2011년에도 당시 서모 부교육감이 2009년에서 2010년에 걸쳐 미리 내정된 직원을 승진시키도록 인사비리를 저지른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인 서모 전 부교육감은 교과부 인사에 따라 부교육감 자리에서 떠났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강등 처분을 요구받은 인사담당자에 대해 김 교육감은 정직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충남지역 교육계는 지난 2월 27일 충남교육청이 발표한 인사에서도 과거 인사비리 문제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 2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승진하는 등 충남교육청 내부의 고질적인 인사문제가 이번 시험비리 사태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충남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특정 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한 인맥이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요직을 차지해 교육청 내부를 꽉 잡고 있다”며 “이번 (장학사 시험비리) 사태 때문에 예전과는 달라진 인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충남지부도 “작금의 인사비리 사태 당시 도교육청 핵심 보직에 있던 인물들이 승진하거나 영전되었다”며 “이번 인사비리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인물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전혀 없었으며, 여전히 교육전문직에 종사하던 인물들이 중심에 있다”고 논평했다.

인천교육청 역시 나근형 교육감과 측근 인사들이 승진 대상을 미리 정해둔 뒤 짜맞추기 식으로근무평정 점수를 조작하는 등 인사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교육감은 임용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근무평정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근무평정 확인권을 가진 부교육감에게 압력을 행사해 승진 기준에 맞춰 점수를 부여한 것이다. 승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 근무평정 결과가 나와 있어야 하지만 근무평정 위원들에게 빈 평정서류에 서명부터 하게 한 뒤 미리 만들어둔 결과에 맞춰 평정 점수와 승진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근무평정 확인자인 부교육감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나 교육감 본인이 직접 부교육감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나 교육감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부교육감에게 인사업무 협조를 요청했을 뿐 압력을 가하진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나 교육감은 직선제를 통해 2010년 제8대 교육감이 되기 전 2001년부터 제6·7대 교육감을 역임하며 12년간 인천지역 교육업무를 총괄해 왔다. 인천교육청 역시 그동안 나 교육감과 지연·학연으로 얽힌 인맥이 인사문제를 조직적으로 결정해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청 직원뿐 아니라 일선 교장 인사도 현실적으로 교육감의 입김에 좌우되기 때문에 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평교사들까지 인사문제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장들이 눈치보기에 바빠 학교 현장 분위기도 갈수록 가라앉고 있다. 그래서 교육현장 대신 다른 직렬로 갈 준비를 하는 동료교사도 여럿 봤지만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국 ‘빽’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의 경우도 유사한 방식으로 고영진 교육감이 승진 대상 인사를 결정한 뒤 근무평정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경남교육청에서는 교감에서 교장으로 승진을 결정할 때 부교육감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점을 이용해 비리가 벌어졌다. 교장 승진을 심사할 때 필요한 근무평정은 승진 대상 교감이 소속된 해당 학교장과 부교육감이 각각 50%씩 평정 점수를 매기는데, 학교장은 대부분 교감의 근무평정을 만점으로 제출하는 관행이 있어 교장 승진 여부는 부교육감이 매긴 근무평정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부교육감이 고 교육감의 근무평정 개입을 묵인하는 동안 고 교육감의 지시를 받은 근무평정 담당 직원은 지시대로 승진 대상자 후보 명단을 작성했다. 감사 결과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고 교육감 측은 지시나 개입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평정 과정에 개입 인사 좌지우지

교육감의 입맛대로 승진이 결정되면서 원래대로라면 승진했어야 할 사람이 탈락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문제도 낳았다. 무리하게 승진 내정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줘 서열을 뒤바꾸는 과정에서 승진 대상에 올라 있지 않은 공무원들에게는 더 낮은 근무평정이 부여된 것이다. 5급 이상의 승진 심사에선 적어도 최근 3년 이상의 근무평정을 보기 때문에 비리가 벌어진 해에 받게 된 낮은 점수가 앞으로의 승진에도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이다. 절차대로라면 근무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열려야 할 검증기구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근평조정위원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낮은 평정을 받은 사유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형식적으로 열리거나 서류상으로만 회의록을 만들기 일쑤다. 인사 결정의 최종 단계에서 열리는 인사위원회도 외부 위원들이 참여하긴 하지만 대체로 교육청이 결정한 내용을 승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