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3-01일자 기사 '‘논문 표절’ ‘병역면제’ ‘지역감정 선동’…'을 퍼왔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한 주 전,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가 인터넷의 대세로 떠올랐다. 아마 그가 누리꾼의 ‘사디즘’에 불을 지를 만한 인물이었기 때문일 거다. 허씨가 부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붙어 승리한 16대 총선(2000년) 유세 때 뭐라고 했는지 보자. “민주당은 전라도 정권” 그리고 ‘살림살이 나아졌다’는 사람들에겐 “전라도에서 오신 거 아니냐”라고 물었다. 또한 앞으로 부산의 아들딸들이 남의(전라도의) 종살이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없다고도 했다. 2000년 당시에도 지역감정 선동은 몹시 부끄러운 일로 간주되었다. 허 내정자처럼 저열한 선동을 입으로 쏟아내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떤 악덕에 분노할 때 그 악덕의 소유자가 다종다양한 악덕을 겸비해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인물이길 바라게 된다. 이런 욕망을 허 내정자는 환상적으로 채워준다.
예컨대 그는 ‘민주당은 빨갱이의 꼭두각시’라고 색깔 시비를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군대는 가지 않았다. 면제 사유도 석연찮다. 왼손 세 손가락 마비가 그 이유인데, 지금은 아주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자들이 애국을 논하고 빨갱이 운운한단 말입니까?”라는 분개가 인터넷 곳곳을 떠돈다. 허 내정자가 남의 논문 토씨까지 베끼는, 복사 수준의 표절로 이른바 박사 논문을 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비슷한 사연 때문에 ‘문도리코’란 별명을 가진 같은 당 출신 의원과 인물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논문 표절의 허태열이 무난하게 비서실장 통과하면, 은근히 ×××은 차기 경호실장 기대할지도 몰라.” 허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 때였는데 쉬는 김에 박사 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은 ‘웃긴다’고 반응한다. 심지어 표절 논문도 다른 사람이 써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새로 나온다. 이에 더해 농지법 위반 및 부동산 투기 의혹, 심지어 최근 그의 동생이 공천을 빌미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고발된 사실까지 거론된다.
이른바 ‘구태 세력’의 특징들, ‘지역감정 선동’ ‘색깔공세’ ‘논문 표절’ ‘병역면제’ 등이 하나의 몸속에 육화(肉化)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넷째 주에는 ‘흡사마’를 무난히 제치고, 언젠가 ‘이명박 시대, 정치 코미디의 지존’인 ‘보온 상수’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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