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일 토요일

박 대통령, 5·16과 유신 비판을 허하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01일자 기사 '박 대통령, 5·16과 유신 비판을 허하라'를 퍼왔습니다.

“직답을 못하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박근혜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조차 분명히 말하지 못하는 ‘자기검열’에 빠져들고 있다. 국무위원이란 공적 신분으로 역사에 기록될 인사청문회 석상에서 헌법적 판단이 내려진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입장 표명을 줄줄이 유보하고 있다. 뚜렷한 소신이나 논리, 이유도 없다. 그저 “어렵다. 이해해 달라”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남수 후보자의 입장 표명 유보는 다른 어떤 후보자보다 심각하다. 교과서 제·개정 책임을 가진 교육부 장관은 헌법정신을 바탕으로 역사를 지킬 가장 앞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교과서 수정 파동 같은 ‘역사 후퇴’나 왜곡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5·16 군사정변의 법적 실체에 대한 답변을 수차례 회피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장관 후보자들의 이런 모습들에선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던 박 대통령의 영상이 어른거린다. 장관 후보자들이 박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에 벌어진 시대착오적인 ‘자기검열’이란 것이다. 이명박 정부 과오엔 소신 발언을 하던 후보자들이 박 대통령 관련 문제엔 입을 닫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박 대통령 눈치보기는 공무원 조직 전체에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 우려되던 ‘역사의 후퇴’가 현실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그런 조짐들도 보인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1·21 무장공비 침투 사태’ 기념행사를 전례없이 대대적으로 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연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강조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공(功)’은 살리더라도, 그 ‘과(過)’를 역사의 장막 뒤로 가리려는 것은 불온한 도전이다.

역사의 궤도 이탈을 막는 출발점은 결국 결자해지, 박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5·16 논란이 커지자 “5·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사과했다. 그것이 대선 표를 의식해 마지못해 한 것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장관 후보자들, 아니 새 정부 인사 누구에게라도 5·16과 유신 비판을 ‘허(許)’해야 한다. ‘5·16 비판을 허하라.’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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