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3-04일자 기사 '국정원 직원, ‘제3의 인물’ 이 모씨 지목'을 퍼왔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열쇠는 제3의 인물인 이 아무개씨가 쥐고 있다. (시사IN)이 이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가족도 그의 직업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씨는 “글을 썼지만 자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 아무개씨(42)가 잠적한 지 한 달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이씨는 2월22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국정원 직원 김 아무개씨(29)가 자신이 만든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의 ID 16개 가운데 5개를 건넸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그는 1월4일 김씨가 경찰에 출석해 ID 공유 사실을 진술한 직후 자취를 감췄었다.
제3의 인물로 떠오른 이씨의 존재가 드러난 계기는 실명 사이트 때문이었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실명 인증이 요구되는 ‘보배드림’ 사이트에 이씨 명의로 개설된 ID를 썼다. 이씨의 존재가 드러나자 국정원은 “김씨의 지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씨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해명은 흔들렸다.
김씨와 이씨는 나이가 열세 살 차이가 난다. 다닌 대학도 다르다. 김씨는 ㄱ대 출신이고 이씨는 ㅇ대 출신이다. 전공도 이공계(김씨)와 사회과학계(이씨)로 차이가 난다. 이씨의 고향은 부산이다. 지인으로 묶일 연결 고리가 약한 셈이다. 이씨는 2월22일 경찰 조사에서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았다”라고 밝혔다.
(시사IN)은 사건의 열쇠를 쥔 이씨의 행방을 쫓았다. 이씨가 경찰에 출석하기 하루 전인 2월21일 고향인 부산에서 그의 가족을 만났다. 어머니 최정순씨(가명·71)와 매형 등 가족들은 “엊그제도 전화 연락이 왔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국정원 직원은 아니다.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2남2녀 가운데 막내다. 부산 토박이인 그는 1990년 부산 ㄷ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지금 고향집에서 1.4㎞ 떨어진 고등학교다. 이씨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상경했다. 어머니와 큰누나가 부산에 거주한다. 가족이 사는 집은 63.27㎡(19평) 남짓한 낡은 빌라였다. 지은 지 28년이나 된 집이다. 2003년 어머니 명의로 집을 샀다. 기자가 한눈에 보아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다. 이씨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어머니 최씨는 “삐뚤어질 수도 있는 환경이었는데 우리 애들이 다 곧게 자랐다. 아들(이씨) 덕에 내가 고등학교로부터 ‘자랑스러운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대학 지인들은 그를 평범한 고시생으로 기억했다. 한 지인은 “졸업하고 사법고시 준비를 오래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도 “졸업하고 3~5년 정도 고시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계속할 만큼 가정 형편이 안 되어 끝맺음(합격)을 못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남편 몸이 안 좋았다. 30년간 아팠는데 내가 생계를 꾸리느라 아들 뒷바라지를 충분히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매형은 “장인이 아파서 처남(이씨)이 고시 공부를 중단하고 부산에 내려와서 몇달 같이 살았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때 집 근처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하기도 했다.

ⓒ뉴시스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 아무개씨가 1월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고시에 연거푸 낙방하면서 취업 시기를 놓친 그는 친구와 사업을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어머니 최씨는 “친구와 사업을 한다길래 우리는 그런가 보다 했다. 아마 자기 딴에는 (고시) 공부하다가 사업하다가, 또 공부 좀 하다가 그렇게 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매형은 “여행사인가 관광 대행사를 한 것으로 안다. 본인이 그런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지 더 묻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004년에 김희정 의원 선거운동 참여
이씨는 고향집에 자주 내려오지는 않았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했고 미혼인 터라 지난해 명절 때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인들이 기억하는 이씨의 공개적인 활동은 2004년 4·15 총선 때다. 이씨는 17대 총선 때 부산 연제구에 출마한 김희정 당시 한나라당 후보(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김 의원과 이씨는 부산 출신 동향에다가 대학 동기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때 고시 공부를 하던 이씨가 대학 동기라는 인연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그 뒤 연락이 끊겼다. 대학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지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씨 가족도 김희정 의원의 선거운동을 한 것을 정확히 기억했다. 그의 매형은 “부산 친구이고 학교 동기이니 참모를 구한다고 해서 자기(이씨)는 안 하려고 했는데 (김 의원이) 같이 선거운동을 하자고 해서 했다”라고 말했다.
그 뒤 이씨는 대학 동기들과도 연락이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친구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수 꼴통’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이씨는 집에 전화로 연락을 했다. 연락은 주로 가족보다 이씨가 먼저 하는 쪽이었다고 한다. 어머니 최씨는 “내가 좀 아파서, 괜히 내가 먼저 연락하면 걱정할까봐 일부러 안 했다. 아들이 먼저 연락해야 연락이 닿았다”라고 말했다.
“아무 일 아니다. 잘 해결될 것이다”
가족들은 이씨가 지난 1~2년 사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어머니 최씨는 평소 사업 얘기를 안 하던 아들이 털어놓은 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한번은 전화를 해서, 생전 말을 잘 안하는데, 어떤 때는 월급도 못 받는다고 하더라. (목)돈이 없으니 자기는 몸으로 사업을 하다시피 한다는데, 월급도 못 받고 집에도 못 가고…. 그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이씨는 간혹 병원비에 보태라며 어머니에게 돈을 보냈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씨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을 지난 2월18일에야 알았다. 부산 동래경찰서 소속 경찰이 이씨의 행방을 물으러 집에 찾아왔다. 이씨 매형은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왔다고 소개하면서 수서경찰서로 전화를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내(이씨의 누나)가 그때 수서경찰서에 전화를 하면서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다녀간 하루 이틀 뒤 이씨는 전화를 했다. 어머니 최씨는 “경찰이 집에 왔는데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 일도 아니다. 어머니 건강이나 챙기시면 잘 해결될 것이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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