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3-일자 기사 '31 조 ‘용산개발’ 결국 좌초…알고 보니'를 퍼왔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31조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만큼이나 사업 구조도 복잡하다. 30개가 넘는 출자사가 참여했고 자금 조달 방식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사업이 파국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였고,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를 문답 방식으로 알아봤다.
(1) 용산국제업무지구 어떤 사업인가
2006년 8월 코레일의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됐다. 서울 용산역 인근 철도차량검수기지 터와 서부이촌동을 포함해 51만8600㎡ 부지에 초고층 빌딩과 상업시설을 짓는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 규모는 31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모두 23개의 초고층 빌딩을 짓도록 설계됐으며 랜드마크 빌딩 ‘트리플 원’은 111층, 620m 높이로 두바이의 버즈칼리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모든 빌딩은 지하로 연결되며 지하 공간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6.5배 크기의 초대형 상업·문화시설을 조성한다.
(2) 서부이촌동은 왜 부지에 포함됐나
서부이촌동 사업 부지는 16만1300㎡ 규모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 모두 2269가구가 보상 대상이다. 당초 코레일이 추진한 사업 부지는 철도차량검수기지 터에 국한됐다. 2007년 서울시가 서부이촌동을 포함시켰다. 서부이촌동은 철도차량기지 터와 한강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한강과 연결시켜야 더 큰 ‘시너지’가 난다고 본 것이다. 당시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던 ‘한강 르네상스’와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건설사들로부터 기부채납받는 부지를 공원 등 공공 용도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서부이촌동 재개발 부담을 코레일에 넘길 수 있고, 용산 사업을 한강 르네상스의 상징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카드였다. 하지만 이는 사업 규모를 과도하게 키워 사업성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3) 자금 조달 무산된 이유는
31조원짜리 사업의 초기 자본금이 1조원에 불과한 게 화근이었다. 일단 사업을 시작한 다음 금융권 대출로 사업비를 충당하고, 착공과 함께 분양, 이후 들어온 돈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식이다. 높은 사업성과 건설사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자금을 빌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기법이 동원됐다. 하지만 2007년 말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 전망이 급격히 악화됐다. 분양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주관사이던 삼성물산이 2010년 지급보증을 할 수 없다며 주관사 지위를 내려놓았다. 이후 코레일이 보유한 사업 부지를 담보로 2조4000억원가량의 어음을 발행해 사업비를 충당했다. 이는 대부분 단기성 자금이라 수시로 만기가 도래했고, 만기 연장을 위한 선이자 지급에 급급했다. 출자사들의 추가 투자가 필요했지만 분양 실패를 우려해 거부했다. 코레일도 민간과 공동 투자 방식이 아니면 단독으로 돈을 댈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31조원짜리 사업이 52억원의 이자를 내지 못해 무너졌다.
(4) 대한토지신탁 자금, 왜 못 받았나
지난달 법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코레일의 용산 사업 부지를 무단 사용했다며 443억원을 용산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돈이 지급되면 몇 개월은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면서 자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우정사업본부로부터 토지를 신탁받아 사용한 대한토지신탁도 256억원 지급을 거부했다. 항소심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이길 경우 드림허브에 준 돈을 되돌려받아야 하는데 부도가 나면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코레일이 드림허브 지분(25%)만큼 64억원에 대해서는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다. 부도가 나도 코레일이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하지만 대한토지신탁은 나머지 192억원에 대해서도 보증을 요구했다는 것이 코레일의 주장이다. 드림허브가 돈을 지급하지 못한 건축설계업체 등이 192억원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코레일이 지분 비율 이상으로는 보증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지난 12일 오후 10시를 넘겨 막판에 협상이 결렬됐다. 13일 대부분의 언론이 ‘이자가 지급됐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5) 법정관리 통한 회생 가능한가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사업 주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존속했을 때 가치와 청산 시 가치를 면밀히 따져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코레일은 법정관리 절차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관건은 자금 조달인데 현재 상태에서 새로운 방안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드림허브는 서류상 회사인 페이퍼컴퍼니이므로 매각할 자산이나 수입원이 없다. 일반적인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사옥이나 보유 자산을 팔고 수익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법정관리 신청은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민간 출자사들이 이사회 구성의 70%를 차지하므로 이들의 의견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용어설명
▲ 디폴트 : 사채, 은행 대출금 등 계약상 갚을 시기가 정해져 있는 채무의 원금이나 이자를 계약대로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 부도 : 어음이나 수표를 가진 사람이 기한까지 어음과 수표에 적힌 금액을 받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 파산 : 채무자가 채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법원이 채무자의 재산을 모든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변제해주는 제도로, 파산 선고를 받은 채무자는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 유동화전문회사(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
▲ 자산관리위탁회사(AMC) :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시행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회사.
▲ 법정관리 : 부도를 내고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있을 때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3개월 정도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면 회사는 파산절차를 밟거나 항고할 수 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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