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4일 목요일

20대는 정말 ‘막장’만 있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4일자 기사 '20대는 정말 ‘막장’만 있나?'를 퍼왔습니다.
[20대 오해와 진실] 언론, ‘20대’ 타자화

소크라테스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말세다.” 소크라테스도 말한 적 있다고 알려진 ‘젊은이’들에 대한 클리셰 같은 말이다. 그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논리적으로 증명해보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다. 만약 시대를 초월해 저 말이 진실이었다면 ‘버릇이 없는 애들보다 버릇이 없는 애들보다 버릇이 없는 애들보다 ... 더 버릇이 없는’ 그런 세대가 사회를 유지해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았겠는가. 버릇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인식을 사실 쉽게 하기는 어렵다. 전자의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20대를 대상으로, 심지어 20대들도 10대들을 대상으로 ‘요즘 애들’이라는 말을 꺼내는 일이 흔해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론도 이런 식으로 젊은 세대를 ‘타자화’하는 데 한 몫 한다. 10대, 20대의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 ‘경악’하게 만드는 기사나 그들의 범죄 사실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매일같이 넘실댄다. 3월 4일부터 3월 8일부터 국내에 발행된 모든 기사 중 제목에 ‘20대’가 포함된 기사는 159건이다. (참조: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가온) 그 중 57건의 기사는 20대의 범죄를 다룬 사회면의 사건․사고 기사였다. 10대의 범죄를 다룬 기사도 같은 기간 35건이나 됐다. 대학생, 여대생, 명문대생, 청소년, 중학생, 고등학생과 같이 나이대와 긴밀하게 연결된 직업 명사가 등장하는 범죄 기사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곱절로 늘어난다.

▲ 20대의 범죄를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는 언론 (포털 화면 캡처)

소위 ‘기성세대’의 범죄는 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다뤄졌을까. 같은 기간 30대가 용의자인 범죄는 48건, 40대는 35건, 50대는 43건, 60대는 14건, 70대는 7건이 기사로 다뤄졌다. 기성세대의 범죄의 경우에도 연령을 기준으로 한 단어 대신 직장인, 고위급 간부, 정치인 등의 직업 명사를 동원해 보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청소년, 대학생’ 등의 단어와 달리 특정 연령대를 지칭하기 보다는 특정 직업군의 부도덕성을 가리키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똑같이 볼 수는 없다.

‘젊은 세대의 범죄’ 과장하는 언론

20대는 정말 30~50대에 비해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나. 10대의 범죄는 다른 세대와 비슷하게 많이 나타나는가. 이 질문에 ‘예스’라고 답할 수 있다면 언론의 이러한 보도 양태는 그저 현실을 반영할 뿐, 편향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통계가 보여주는 진실은 언론 보도가 젊은 세대의 범죄를 실제에 비해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경찰청범죄통계에 분석된 범죄자의 범행 시 연령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전체 범죄 181만 5233건 중 20대의 소행인 것은 29만 7667건이다. 30대 40만 6994건, 40대 51만 3732건, 50대 34만 8708건으로 최소한 20대의 범죄 건수는 30-50대보다는 적다. 10대, 즉 미성년자의 범죄 건수는 8만 6616건이다.

▲ 범죄자 범행시 연령 ⓒ경찰청 수사국 수사과

(범죄건수를 통해 20대보다 기성세대가 사실은 더 ‘나쁘다’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구 구성비에서 차이가 있고, 청년보다 중장년층이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까닭에 대해서는 범죄학에서 다양한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노년층의 범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경찰청범죄통계와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연령별 범죄건수를 종합하면 매체들이 10대, 20대의 범죄를 더욱 민감한 잣대로 보도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단순한 보도 건수로도 차이가 나지만, 종이신문의 경우 보도 면, 인터넷신문의 경우 메인화면 배치되는 범죄 보도는 젊은 세대의 소행인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대 막말남, 20대 막장녀 같은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20대가 기성세대에게 폭언을 행사하는 일과, 기성세대가 20대에게 폭언을 행사하는 일의 횟수를 비교하면 사실상 후자가 현실에 더 많을 것이다. 다만 이 20대와 기성세대의 관계에 대한 유교적인 장유유서의 잣대를 들이대 후자는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전자는 세상이 망하는 소리가 들리는 일로 포장할 뿐이다.
지면의 한계를 비롯한 제약 덕에 미디어는 나름의 기준에 따라 사건들의 뉴스 가치를 판별하여 어떤 것은 기사화하고 어떤 것은 버린다. 이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 ‘나름의 기준’이 잘못되었을 가능성, 특정한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뉴스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범죄 사실이나 행동 양식, 문화에 대해서 더욱 민감한 잣대가 작용되고 있다는 점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20대 범죄가 기성세대의 범죄보다 흥미롭게 여겨지기 때문일 테다. (논외지만, 외국인 범죄가 내국인 범죄에 비해 훨씬 적게 일어남에도 더 큰 문제로 다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기사를 쓰기 때문인지, 혹은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가치가 10대와 20대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되고 있기 때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어찌됐든 이러한 보도 편향이 10대, 20대에 대한 사회, 기성세대의 인식을 왜곡하는 영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경악스러운’ 범죄 소식을 접한 어른들이 “요즘 애들은 왜 그렇게 하고 다니나 모르겠다 우리 땐 안 그랬는데 넌 그러지 말아라” 하는 이야기들을 재생산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말하고 싶다. 20대도 ‘싸가지’ 있다고. 얼마나 우리가 예의를 지키는 옛 전통에서 멀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성세대만큼의 상식은 가지고 살고 있고, 사리를 판별할 줄 안다고 말이다. 언론의 자극적 보도를 기준으로 10대, 20대를 모두 매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전에 언론들이 먼저 정신 차리고, 사건․사고 보도에 있어서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은 백 번 생각해도 옳지 않다.      

▲ 고함20 김선기 대표
기성 언론에서도 20대는 ‘핫’한 주제다. 20대가 저지른 범죄, 20대의 여론, 20대의 문화 등은 허구한 날 다뤄지는 단골 소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20대의 목소리가 기자들에 의해 윤색된다는 것이다. 20대는 언론을 통해 ‘삼포 세대’, ‘개념 없는 세대’,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20대 전체가 통으로 묶을 수 없는 매우 다층적이고 개별화된 집단이라는 팩트는 무시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체계적 왜곡은 20대에게 낙인을 찍기도 하고, 20대에 대한 정책적 논의를 할 때도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붕 뜬’ 정책들을 만들기도 하면서 부정적 효과를 창출한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는 20대의 한 사람으로서, 또 ‘20대의 목소리를 직접 내는 것’을 큰 목적으로 하는 언론매체 (고함20)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20대에 대한 오해들의 진위를 심층적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김선기 / 고함20 대표  |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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