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5일 화요일

“제2의 김훈 없게 아들 죽음 진상 꼭 밝힐 것” 부친 김척씨 ‘시효만료’ 심경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05일자 기사 '“제2의 김훈 없게 아들 죽음 진상 꼭 밝힐 것” 부친 김척씨 ‘시효만료’ 심경'을 퍼왔습니다.

ㆍ“억울한 죽음 해결 못하면 누가 자식 군에 보내겠나”

대표적 군 의문사 사건인 ‘김훈 중위 총기사망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 2월24일자로 만료됐다. 그동안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 논란이 많았으나 살인죄의 공소시효인 15년이 지남에 따라 살인범이 잡힌다 해도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예비역 중장인 김 중위의 아버지 김척씨(70·사진)는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소시효 만료와 상관없이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다른 군 의문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의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1998년 처음 아들의 사망 원인이 ‘자살’이라는 국방부 발표를 보고 ‘금방 재조사 결과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현장 감식을 하기 전 이미 자살로 보고가 이뤄지는 등 초동수사가 부실했던 데다, 오른손잡이인 아들의 오른손에서 화약흔이 검출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자살이라는 입장을 지금껏 고수하고 있다.

김씨는 아들의 자살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국회로,시민단체로, 언론사로 뛰어다니며 재조사를 호소했다. 그는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지고 군대에 가야 하는 시스템에서 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발생해도 해결되지 못한다면 누가 마음 놓고 자기 자식들을 군에 보내려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육사 21기 출신인 김씨는 최전방 부대에서 일한 군인이다. 평생을 몸 바친 군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배신감은 오랜 세월 김씨를 괴롭혀왔다. 그의 군 출신 지인들은 “군 출신이 왜 군의 진상조사 결과를 믿지 않고 떼를 쓰느냐”고 비난했다. 몇몇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진상규명 운동을 말렸다. 김씨는 “군이 군 출신인 나에게 이렇게 잔인하게 대할 정도면 다른 일반인 유족들에겐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5년간 군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군 내무반에서 뛰어놀던 김 중위는 자연스럽게 군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김씨가 고생길이라며 말렸을 때도 군인이 되겠다는 아들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아들은 육사 52기로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김씨는 그런 아들이 마냥 대견하기만 했다. 

“훈이가 마라톤을 참 잘했는데….” 김 중위 이야기를 하던 김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지금 김씨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다. 김씨는 “지난 14년간 국회 국정감사, 대법원,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사실상 군의 자살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운명한 김씨의 어머니는 임종 직전까지 손자의 사건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김씨는 “잘될 것 같다”고만 했다. 김씨는 “제2, 제3의 김훈이 생기면 안된다고 생각해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며 “군 의문사 조사와 관련된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국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김한솔·사진 김창길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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