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7일 목요일

새누리당의 ‘박 당선자 알리바이 만들기’


이글은 시사IN 2013-02-06일자 기사 '새누리당의 ‘박 당선자 알리바이 만들기’'를 퍼왔습니다.
대선을 전후해 세 차례나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한 새누리당이 무급휴직자 전원복직 합의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1월 임시국회가 무산됐다. 가뜩이나 후순위인 박근혜 정부의 노동 공약이 과연 지켜질까.

1월24일로 예정됐던 임시국회가 무산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개원을 위해 다섯 차례 협상 테이블을 꾸렸지만,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만은 이견을 좁힐 수 없었다. ‘손톱만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여당과, 국정조사를 시작으로 ‘분열된 야권을 정비하려던’ 야당은 평행선을 그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선 이후 새누리당 태도가 너무 오만하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 인사청문회 등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의사일정 모두를 협조해주겠다고 했는데, 이 요구사안 하나 못 받아들인다”라고 비판했다.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였던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역시 “쌍용차 국정조사가 개원의 걸림돌이 아니라, 여야가 약속했던 것을 반대한 새누리당이 개원의 걸림돌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1월11일 쌍용차 노조가 인수위 앞에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및 해고자 복직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선을 전후해 새누리당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다. 12월4일 여당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4명(김성태·이종훈·김상민·최봉홍)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공식 입장”으로 대선 이후 실효성 있는 쌍용차 국정조사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첫 텔레비전 토론 하루 전날 열린 이 기자회견을 두고 ‘대선용 생색내기’라는 비난이 일 것을 염두에 둔 듯,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하는 얘기가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12월10일에는 김무성 공동선대본부장의 약속이 있었다. 김 공동선대본부장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5대 종단 33인 원탁회의 대리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정조사, 복직 등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새누리당이 촉구하겠다”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는 황우여 대표까지 쌍용차 국정조사를 거들고 나섰다. 황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일부 원칙론자들의 반대가 있지만, 이 문제는 미뤄둘 수 없다”라며 1월 임시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노위원들, 공동선대본부장, 당대표 등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한 이들은 모두 ‘무게감’있는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임시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분위기가 변했다. 쌍용차 국정조사를 무산시키기 위한 ‘알리바이 쌓기’가 시작된 것이다. 일관되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반대해왔던 이한구 원내대표는 1월4일 ‘현안 관련 실태파악을 위한 현장조사’를 이유로 쌍용자동차를 방문했다. 박선규 당선자 대변인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 원내대표가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국민대통합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는 농성 중인 해고자들을 만나 “회사 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예고’하며, 한 달 전 당내 환노위원들의 국정조사 약속 기자회견의 의미를 “환노위 차원의 발표”라고 격하시켰다.

ⓒ뉴시스 1월4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양형근 쌍용차 노조 조직실장(오른쪽)을 만났다.

쌍용차, 이한구 방문 뒤 복직 합의

속전속결이었다. 이 원내대표의 ‘예고’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 원내대표가 방문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1월10일, 쌍용차와 기업노조(김규한 노조위원장)는 무급휴직자 455명에 대한 복직 합의를 발표했다.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 이후 3년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았던 합의안이 단 6일 만에 가능해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무급휴직자 복직은 2014년 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라던 이유일 쌍용차 대표의 말이 몇 개월 만에 뒤집어진 것이다. 국정조사를 의식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명분’을 챙긴 새누리당은 임시국회 개원을 위한 여야 합의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논의의 프레임은 국정조사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왜’에 대한 문제로 변했다.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선 전 약속들은 그렇게 ‘기각’됐다. 

물론, 박근혜 당선자는 지금까지 쌍용자동차 문제를 직접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첨예한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원론 이상을 언급하지 않는 박 당선자의 전형적인 화법이기도 하다.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당선자의 생각은 당 환노위원, 선대본부장, 당대표 등을 통해 ‘간접으로’ 확인될 뿐이었다.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면, 박 당선자는 본인의 브랜드인 신뢰와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쌍용자동차 문제에서 손을 떼고 있는 셈이다. 박선규 당선자 대변인은 “각 사안에 대한 대응보다는, 법과 제도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게 당선자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1월11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서는 “(박 당선자가)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파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분명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개별 사안’인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 마음 아픈 것 외의 의견이 없으며, 벌어진 일의 수습보다는 ‘미래’에 더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에서 밝히고 있는 노동 공약도 마찬가지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와 같이 대기업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할 경우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됨. 대규모 정리해고 발생 시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 정부 특별예산 지원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박 당선자는 누차 “공약을 정성들여 지켜야 한다”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공약 수정 가능성 역시 거론된다. 친박계 핵심인 김재원 의원은 “모든 공약을 무조건 지키는 것이 꼭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고,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낸 정몽준 의원은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후인 1월16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역시 “개별 공약들이 중복되지는 않는지 등을 분석하고 진단할 것이다”라며 이들의 말을 뒷받침했다. 박 당선자의 ‘관심사’에서 안 그래도 후순위를 차지하는 노동 공약들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에서는 환노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만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당의 약속은 남아있다. 노사 간 변화가 있었지만 그 때문에 국정조사가 필요 없다는 건 아니다. 그런 상황들까지 감안해서 협의를 하면 된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는데, 그래서는 야당이 설 자리가 없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당선자는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야당은 여당의 들러리가 아니라 파트너다. 쌍용차 국정조사 요구는 야당의 목소리이자, 박 당선자를 반대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공은 2월 국회로 넘어갔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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