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2-06일자 기사 '북핵실험에 속수무책인 정부...'인지부조화부터 해결해야''를 퍼왔습니다.
미국 및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발상의 전환' 필요성 제기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을 입증한 가운데 3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핵무기 실전배치를 앞둔 마지막 단계라는 평가다.
북 핵실험 경고에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초조감을 띠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의 역할’을 부르짖고 있지만 아무도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에는 북핵 문제의 양상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다.
북핵 현실과 인식 사이의 ‘인지 부조화’
그런데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앞둔 한국 정부는 현실과 인식 사이의 ‘부조화’를 겪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은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은 있지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북핵이 개발 단계에 있을 때라면 과도기적으로 성립할 수 있지만 3차 핵실험을 앞두고 있는 지금에도 이를 반복하는 것은 인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으로 비친다.
실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4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일환으로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북한의 농축우라늄(HEU) 보유 수준에 대해 “몇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 정승조 합참의장은 6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는 임박한 징후가 있으면 선제타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전략을 세운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지만, 이미 당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페리 보고서’를 만들었던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북한이 보유중인 플루토늄의 양을 감안하면 5∼6개의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고농축우라늄 생산 능력에서도 “아마도 1년에 2개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능력을 강화해왔으며 핵무기 생산능력과 ICBM 능력을 완성 단계로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은 이미 ‘현실’의 문제인 셈이다.
여기서 정부의 ‘인지 부조화’가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핵실험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핵실험 강행시 더 강력한 대응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도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정부 관계자들조차 ‘더 강력한 대응조치’가 북핵 프로그램의 중단이나 포기로 이어질 수 없다는 걸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 근거한 접근법 모색해야
이에 따라 국내외에선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대북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지만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미국과 한국이 향후 대북협상에 임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의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김대중 씨조차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을 통해 현실을 인정한 기반 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5일자 칼럼에서 “북핵 포기에 관한 논의, 즉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이제 물 건너갔다”며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핵 포기를 거론하는 것은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모두가 버스 떠난 뒤에 해대는 헛소리고 대내 정치용일 따름이다”, “북핵은 현실이며 불변(不變)으로 보는 것이 사태의 진전을 바로 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전통적인 ‘북핵 불용’에서 조금도 움직일 기미가 없어 보인다. 이는 야권도 마찬가지인데 여야 모두 ‘현실의 인정’이 나을 ‘국내정치적 파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씨는 앞서의 ‘조선일보’ 칼럼에서 “발상의 전환 없이는 현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며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도, 한국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핵 공포의 균형을 찾는 방도 등을 거론했다. 그 방도가 무엇이 되건 현실을 도외시한 채 입으로만 ‘북핵 불용’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정책의 시효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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