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7일 목요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공보처 부활, 언론 접수 프로젝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06일자 기사 '“미래창조과학부는 공보처 부활, 언론 접수 프로젝트”'를 퍼왔습니다.
“방송정책, 방통위에 남겨야” 정부 출범 진통 예상… “원안 통과 쉽지 않을 것”

박근혜 정부 출범을 보름 남짓 남겨두고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공룡부처가 될 미래창조과학부와 대폭 축소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분담이 임시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가뜩이나 국무총리 지명자가 낙마하는 등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여야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4일 오전 신경민 의원의 발의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청원했다. 민주당은 순수 진흥업무만 미창과부로 이관하고 방송정책과 방통융합분야 규제부문 등은 방통위에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개정안이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개편안에서는 방통위에 통신규제 정책과 함께 지상파 뿐 아니라 유료방송, 뉴미디어, 융합서비스 등을 모두 포함시키고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법령 제·개정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방송발전기금과 한국방송광고공사를 방통위 관할로 두고 방통위 위원의 숫자 및 구성은 여야 추천 5명으로 현행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지만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장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관련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데 반발하는 의원들이 많다”면서 “야당의 반발도 거세서 인수위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사안이 간단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유승희·신경민 의원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언론장악 첨병이 될 괴물 부처 신설을 방치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결사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론으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발목을 잡는다는 부담도 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상당수 의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의원들 마다 편차가 있어서 변재일 의원 등 ICT(정보통신기술)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의원들은 방통위 존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고 결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도 하지 않고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는 것은 ‘위법적 조각’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새누리당도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문방위 의원들의 결전 의지가 2009년 미디어법 통과 때 못지 않게 강렬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3단체는 4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권이 최시중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방송을 장악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공보처나 다름없는 조직을 부활시켜 자본에 의한 무한경쟁을 부추김으로써 더욱 치밀하게 언론을 접수하려는 저의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언론 3단체는 민주당과 별도로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입법 청원했다. 언론 3단체도 방통위에 방송과 융합형 방송, 전파연구와 관리, 미디어 다양성, 방송광고,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론 3단체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와 임원 선임, 방송통신사업자와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허가·재허가·승인·취소 등 중요사항에 대한 특별 다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방통위는 법률안 제출권과 시행령 발의권도 없으며 사업자의 허가·재허가·취소권조차 없는, 무기력한 변방 조직으로 전락됐다”면서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지난 5년 동안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온 방송장악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또 국민이 요구해온 방송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1일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승인을 독임제로 하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고 합의제 기구 있는 나라에서는 한 곳도 없다”면서 “방통위 관료들의 자작극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은 “전담부처(미래창조과학부) 만들어 놓고 셋방살이 하면서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자기들 밥그릇에만 집착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로비하는 방통위 과장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는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주최한 정부조직 개편 관련 공청회에서 “방통위를 해체해 공영성, 공정성과 핵심적으로 연결되는 주요 기능을 독임제 부처인 미창과부로 이관한다는 것인데 방송·통신이 갖는 산업적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결코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앞설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산업 진흥과 관련된 제한적 기능만 미창과부로 이관하고 방송정책과 규제 관련 기능은 방통위에 존치시켜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독립적 규제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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