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2일 금요일
‘무소불위’ 국정원·‘눈치보기’ 경찰, 지금이 개혁 ‘찬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2-22일자 기사 '‘무소불위’ 국정원·‘눈치보기’ 경찰, 지금이 개혁 ‘찬스’'를 퍼왔습니다.
[기고]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 공안기구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이호중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양지웅 기자
국정원 직원의 대선개입의혹 사건이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의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2012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의 신고로 경찰이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의 직원 김모씨와 40여 시간 대치하였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및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는 2달 넘게 진척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이라는 막강한 공안권력기관이 개입됐기 때문인지 경찰의 수사 자체가 투명하지 못하고 의혹투성이다.
대선 사흘 전인 12월 17일 경찰은 부랴부랴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면서 “김씨 아이디와 닉네임 40개를 발견했지만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은 없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였지만, 1월 말경부터는 국정원 직원 김씨의 대선개입의혹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식으로 말을 바꾸었다. 2월 들어서는 네티즌과 언론이 김씨 외에 이모씨 등이 인터넷 상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여기에 동원된 아이디가 당초 경찰이 밝힌 것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 드러나자 경찰은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채로 변명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경찰이 과연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범죄와 경찰의 ‘눈치보기’ 수사가 결합된 이 사건을 보면서 공안기구의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국정원, 경찰, 검찰은 대표적인 공안권력기구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검찰의 정치편향적 수사와 기소행태를 비판하면서 검찰개혁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반면에, 공안기구의 또 다른 축인 국정원과 경찰에 대해서는 개혁의 요구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이 사건은 민간인 불법사찰 등으로 국정원의 국내정치관여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과 더불어, 선거개입 등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조직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듯싶다.
‘대북심리전의 일환?’..국정원의 이런 태도는 궁색한 변명을 넘어선 위험수준
참여연대는 국정원 대선개입, 부실한 경찰 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서 진상 규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김철수 기자
사회적 파장이 일자, 국정원은 직원의 댓글달기를 “대북심리전의 일환으로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강변하였다.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경악했다. 궁색한 변명임을 넘어서 국정원의 이런 사고방식과 태도가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대강 아래 세가지이다.
첫째, 국가정보원법에는 국정원의 직무가 규정되어 있는데 국민을 상대로 한 대북심리전 활동은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보안정보의 수집, 작성, 배포’가 국정원의 직무로 규정되어 있지만, 댓글달기는 정보수집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북심리전 활동이라는 국정원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댓글달기는 국정원법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행위이다.
둘째, 김씨가 댓글달기로 대북심리전을 펼쳤다는 사이트는 ‘오늘의 유머’ 등 우리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속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공간이다. 결국 국정원은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하여 대북심리전을 펼쳤다는 이야기가 된다. 국민들을 심리조작의 대상 쯤으로 여기는 국정원의 태도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지극히 위험하다. 공안권력기관이 시민들의 민주적 공론의 장에 직접 개입하여 여론을 조작하려 하는 시도는 전체주의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셋째, 국정원이 심리공작의 대상으로 삼은 국민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4대강사업 등 집권정치세력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의 글에 몰래 숨어 댓글을 다는 것이 ‘대북’심리전이라면 4대강사업을 비판하는 시민을 종북세력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숨어있다. 우리 사회의 진보 진영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대해 무조건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매도하는 일을 국정원이 앞장서서 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국정원 직원 김씨의 댓글달기는 단순히 직원 개인이 저지른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정원이 국민들을 상대로 하여 조직적으로 펼치는 대북심리전, 정확하게는 종북심리전의 꼬리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시도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 등 권력남용을 제어하기 위한 개혁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외국에선 정보수집 및 수사권한이 하나의 기관에 집중된 예를 찾아볼 수 없어”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의 모습(자료사진ⓒ양지웅 기자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 등 월권과 위법이 난무하게 된 배경으로는 국정원이 국외정보 외에 국내보안정보의 수집권한과 국가보안법위반 등 공안사건의 수사권을 광범위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있다. 특히 국정원의 국내보안정보 수집권한은 정보기관의 본연의 임무를 넘어서서 국내정치에 관여하는 직접적인 근거이자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은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을 갖고 있어 보안정보의 취급에 있어서 다른 행정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국회의 통제는 거의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군림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처럼 과다한 정보수집 및 수사권한이 하나의 기관에 집중되어 있으면서 국회 등의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예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갖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내보안정보와 국외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정보기관이 각기 독립된 기관으로 분리되어 있다. 정보기관의 과도한 권력집중이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권력남용을 낳고 그것은 결국 국민의 인권침해와 민주주의의 후퇴로 나타난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터득한 때문이다.
2차 대전 후 서독이 동서독의 냉전 와중에서도 위와 같은 정보기관의 권력분산과 견제를 중요한 개혁과제로 인식하였음은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우리에게도 당장 시급한 국정원개혁은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국외정보와 대북정보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개편하면서 국정원의 업무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검찰 잡는다고 경찰의 권한을 키워주는 것 결코 해법 될 수 없다”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노라면, 눈치보기수사, 봐주기수사, 축소은폐수사의 전형적인 폐해가 엿보인다. 경찰의 실력으로 보건대 이 사건의 수사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2달이 지나도록 수사에는 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언론의 의혹제기에 변명하기만 바쁘다. 건전한 국민의 상식으로 판단해 보면, 경찰은 지난 2달 동안 국정원측과, 그리고 집권세력과 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다룰지 협의하는데 골몰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국정원 대선개입, 부실한 경찰 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서 진상 규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김철수 기자
이 사건은 집권정치세력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우리 시대 경찰의 적나라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경찰은 막강한 권력을 지닌 공안기관 중 하나이다. 사법기관으로서 경찰은 검찰과 더불어 수사권을 행사한다. 경찰의 수사는 검찰의 지휘를 받게 되어 있지만, 경찰은 초동수사의 대부분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게다가 2011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에 의하여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개시권을 갖게 되어 경찰의 수사권이 부분적으로 확대된 바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검찰이 수사권을 정치적으로 얼마나 편향되게 사용해 왔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검찰개혁방안의 하나로 수사권의 분리 내지 조정이 거론되어 왔다. 박근혜 당선인도 대선공약의 하나로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는 검경수사권조정을 추진할 의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보면,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제어하겠다는 식의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경찰의 수사는 검찰 못지않게, 아니 어떤 면에서는 검찰보다 더더욱 정치권력의 영향에 취약하다. 검찰이건, 경찰이건 간에 수사권을 행사하는 사법기관은 공정성과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춤으로써 수사권의 정치적 남용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개혁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검찰 잡는다고 경찰의 권한을 키워주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공안기관 개혁의 요체는 권력의 분산, 그리고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의 확보에 있다.
“우리는 시민을 향한 경찰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목격하였다”
이 사건 수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경찰의 수사권 외에 경비 등 치안권력의 남용문제도 함께 개혁의 도마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 동안 경찰의 권한남용 내지 인권침해의 문제는 주로 집회시위관리나 대규모 파업현장의 공권력투입 등에서 문제되어 왔음을 상기해 보자. 단적인 예로, 쌍용자동차 파업 동안에 경찰이 단전단수 및 음식물과 의약품의 반입차단, 최루액 투하 등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조치를 과도하게 사용하였고 이러한 공권력남용은 쌍용자동차 사태에 관한 국정조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촛불집회에 대한 과도한 탄압, 용산참사사건, 반값등록금집회 등에서 우리는 시민을 향한 경찰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목격하였다. 이명박 정부 5년만 놓고 보아도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남용의 문제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경찰은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광범위한 범위에서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으며,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물대포를 쏘고있는 경찰의 모습(자료사진)ⓒⓒ민주노총 충북본부 제공
파업이나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의 공권력남용은 그 자체로 심각한 개혁과제로 인식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번 국정원 직원 수사는 경찰의 수사권 역시 정치적 영향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제 경찰에 대한 “총체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경찰은 범죄수사뿐만 아니라 치안정보의 수집, 경비업무 등의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찰조직으로 인해 경찰이 시민에 봉사하는 경찰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이익에 봉사하는 조직으로 기능해 왔음을 냉정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경찰 개혁의 방향은 경찰의 치안경비권한과 수사권한을 적절히 분리하여 경찰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막고 그 경찰의 권한이 정치권력의 영향력 아래 왜곡되거나 남용되는 것을 민주주의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경찰권력을 통제하는 주체는 분명 ‘시민’이어야 한다. 경찰개혁의 방향은 아래의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는 수사경찰과 일반경찰의 분리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범죄수사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조직과 치안・경비 등 위험예방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조직이 상호 분리되어 있다. 수사경찰은 사법기관의 일종으로 그 권한과 직무는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규율되며, 일반경찰은 주로 위험예방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별도의 경찰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번째 축은 지방자치의 실질화에 부응하여 경찰을 지방분권화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조직과 직무에 있어서는 아직도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찰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경찰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측면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의 실질화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외국은 지방자치제의 발전과 함께 당연하게도 범죄수사 및 치안 등 기본적인 경찰업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로 체계화되어 있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국가경찰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국가경찰과 대등한 지위의 지방자치경찰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경찰조직을 분권화하는 경우에 국가중앙조직으로서 경찰은 테러범죄, 조직범죄, 기타 광역범죄에 대한 수사권만을 보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권력을 제어하는 출발점은 권력의 분산”
국정원 여직원 수사 발표하고 곤혹스러워하는 수서서장ⓒNEWSIS
경찰권력의 분산이 개혁의 시작이라면 개혁의 궁극적인 지점은 공안권력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다.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가 전부인 현재의 상황은 민주경찰을 담보하지 못한다. 경찰청에는 경찰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심의기구에 불과하여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활동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통제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여러 모델이 논의될 수 있다. 하나의 예이지만, 영국 경찰의 경우 시민참여형 경찰위원회를 설치하여 시민들이 지역경찰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경찰위원회에서 지방경찰청장 및 차장에 대한 임명・해임권을 행사한다. 우리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경찰, 검찰은 대표적인 공안권력기관이다. 검찰개혁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개혁이슈가 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국정원과 경찰의 개혁에 관한 사회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국정원의 위법한 정치개입, 그리고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에 따가운 질타를 보내는 시민의 시선은 이제 국정원과 경찰의 제도적 개혁으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과도하게 집중된 그래서 남용을 일삼는 권력을 제어하는 출발점은 권력의 분산이다. 그 다음, 공안권력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권력의 분산과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 이 명제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초건만 우리는 아직 그 기초를 닦지 못했다.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호중(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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