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4일 월요일

값싼 전기료, 누군가 희생한 결과


이글은 시사IN 2013-02-01일자 기사 '값싼 전기료, 누군가 희생한 결과'를 퍼왔습니다.

“자꾸 반대만 하면 전력 수송은 어쩌란 말인가.”(한전) “우리를 떼쟁이로 만들 건가. 그간 충분히 대안을 제시해왔다.”(대책위). 지난해 12월4일 국회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해법을 찾는 맞짱토론’에서는 한전과 밀양 주민간에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밀양 문제가 꼬이는 데는 정보 비대칭이 한몫을 한다. 석광훈 녹색당 정책위원은, 신고리~북경남~수도권을 잇는 765kV 송전선로 연계 계획 중 북경남~수도권 구간이 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빠진 만큼 밀양에 765kV 송전탑은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존 345kV 송전선로를 보강해 쓰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 한전은 수도권 노선이 폐기됐더라도 영남권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765kV 송전선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역 에너지 사용이 급증한 것도 아닌 만큼 그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땅 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보상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토지 매수와 이주를 원칙으로 하는 댐·발전소 사업 등과 달리 송전설비 건설 사업은 선로가 지나가는 바로 그 아래 땅(선하지)만을 100% 감정가로 보상한다(위 그림 참조). 송전선로 가장자리에서 좌우 3m까지는 토지가의 28%를 보상한다. 3m 이상은 아무 보상이 없다. 지난해 분신자살한 이치우씨의 논 약 1223㎡(370평)는 송전탑에서 80m가량 떨어져 있었다. 당연히 피해 보상금은 0원이었다.

한전은 송전탑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입증된 바 없는 만큼 송전탑 아래서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전자파 논란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데다 경관 공해 또한 지나치게 무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765kV 송전탑의 높이는 최고 140m에 달한다. 건물 30~40층 높이다. 밀양시 5개 면 중 유일하게 송전탑 건설에 합의한 청도면에 사는 곽씨는 “뒷산에 우뚝 솟은 철탑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벌렁벌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송전탑이 들어선 마을 대부분은 이구동성으로 땅값 폭락을 호소한다.

문제는 우리가 누리는 값싼 전기요금이 이런 일방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전기값이 등유값보다 싼’ 나라다. 이는 ‘유도된 전기 과소비’의 결과이자 주민 갈등, 원전 사고·폐로 비용 등을 최소화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로 블랙아웃(대정전) 위험을 막겠다는 한전 주장과 달리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밀도, 전력망 포화를 전제로 한 지금의 방식이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넘어 ‘공학적 변수’ 자체가 향후 에너지 수급 계획의 한계로 대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새로운 에너지 세제 시스템의 필요성 및 방향]). 

김은남 기자  |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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