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노컷뉴스 2013-02-15일자 기사 '"고용노동부, 왜 노동자에게 등 돌리나요"'를 퍼왔습니다.
대전고용노동청 앞서 100일째 천막농성 노동자들

대전고용노동청 앞에는 허름한 천막이 서 있다. 노동자들이 현장 대신 그곳에서 추운 밤들을 버텨낸 지도어느덧 100일이 됐다. 고용노동청 앞을 지키는 노동자들,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 끝나지 않은 싸움
"기대도 많이 했어요. 노동부 장관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해서 바로바로 진행될 줄 알았는데 무슨... 그 뒤로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유성기업 해고노동자 신 모(44) 씨는 회사가 언론에 숱하게 오르내린 2011년 5월을 잊지 못한다. 이미 노사 합의된 주간 2교대제 근무를 사측은 지키지 않았고,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간 지 2시간 만에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반발하는 노조원들에게 공권력 투입과 대량 징계·해고, 새 노조 설립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이 모든 사태의 뒤에 회사와 '창조컨설팅' 간 공모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후에 발견된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건과 함께 '노조 파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신 씨는 '이제는 끝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장 전면 조사와 처벌'을 약속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과 달리 수사는 자꾸만 늦어졌다. 신 씨가 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가게 된 이유다.
"문건까지 나왔는데... 아무리 확실한 증거가 나와도 (수사를) 안 하는구나. 아무도 우릴 돕지 않는구나. 자본과 정권이 다 얽혀있는 문제라 앞으로도 못할 거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많이 나와요 사실."
그사이 세종시에 위치한 부품업체 보쉬전장에서는 유성기업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측은 노조와의 협상을 피했고, 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서자 지회장을 해고하고 손해배상청구 등을 단행했다. 역시 창조컨설팅과 함께였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천막에는 이 같은 사연을 안은 충청지역 3개 업체 노동자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직무유기 노동부"
"하루는 와이프가 그냥 다 그만두면 안 되겠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요, 전 억울해서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했어요. 회사에서 일하고 노조일 하면서도 한 번도 권력을 남용하거나 불법 저지른 적 없어요. 제가 잘못한 게 뭐가 있나요."
"잘못 없다"는 한 마디. 유성기업 노동자 김 모(36) 씨는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 100일을 천막에서 버텼다. 하지만 기다리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유성기업 사업주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 사건은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고용노동청에 머무르고 있다.
10여 년을 근무한 회사의 배신, '연봉 7천만 원 노조'로 매도한 정부의 배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김 씨에게 가장 야속한 것은 바로 '노동자에게 등 돌리는' 고용노동부의 배신이다.
"어쨌든 노동부는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 거잖아요. 한 번이라도 좋으니 노동자 입장이 돼서 노동자를 대변해달라는 거지. 하루는 어떤 노동부직원이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간 적도 있어요.자기가 해야 되는 일인데 못 했다며..."
이들의 요구는 단 하나다. 지금이라도 사측에 대한 엄정 수사로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것. 대답 없는 노동청 앞에는 '고용노동부가 도와드립니다'와 '직무유기 노동부'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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