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05일자 기사 '국가정보원 사건, 또다른 ‘제3의 인물’ 의혹'을 퍼왔습니다.
'오늘의 유머', 조직적 게시글 의혹 높은 28개 ID의 아이피 내역 분석 통해 제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경찰 수사로 밝혀진 김아무개씨 아이디 이외에 또다른 아이디로 글이 작성됐거나 또다른 제3의 인물이 글을 게시한 정황들이 발견되면서 조직적인 여론 조작 사건이란 의혹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는 경찰 조사로 밝혀진 김씨의 11개 아이디를 포함해 최소 28개 이상의 아이디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며 이명박 정부 홍보 혹은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4일 경찰 수사에서도 김씨가 만든 아이디 11개 이외에 5개의 아이디가 김씨의 지인 A씨에 의해 사용되고, 김씨도 A씨의 명의로 아이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후 나온 의혹 제기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김씨의 아이디는 진짜진짜라묜, 토탈리쿨, 반대는비수, 추천만환영, 숲속의참치, 봐봐라, 이지듀 등 11개다.
5일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는 11개 아이디와 함께 가입순번이 겹치면서 몇초 간격으로 게시글을 올리고 아이피(IP·인터넷 주소)까지 비슷한 또다른 아이디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김씨의 아이디 이외 또다른 수십개의 아이디로 이용자를 바꾸면서 같은 장소에서 게시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3차 조사를 받은 뒤 변호인과 함께 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31일 오후 4시 32분 11초부터 4시 33분 29초까지 14개 글이 몇 초 사이를 앞다퉈 게시됐는데 해당 글은 하나같이 이명박 정부 정책을 홍보하거나 야당 후보들을 비판하는 내용 일색이다. 진보성향의 '오늘의유머'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이 동일 시간대에 올라온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들은 서로 추천(10개 이상 추천)을 해주면서 ‘베스트오브베스트’ 게시판에 올리는 행태를 보였다.
14개 글 중에는 경찰 조사에서 이미 밝혀진 김씨의 아이디 2개가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 아이디 '동해***'의 아이피(222.106.***.232)는 김씨의 아이디로 밝혀진 '토탈리쿨'의 아이피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아이디 11개 이외에 같은 장소에서 또다른 아이디로 올려진 게시물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것뿐만 아니라 해당 시간대 올라온 게시물 작성자인 아이디 '이게***'와 아이디 '시스**'의 아이피 주소는 183.98.***72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개의 아이디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아이디와 별개의 것이다. 두 개의 아이디로 게시물이 올라온 시간차는 불과 9초다. 한 사람이 아이디를 바꿔서 재접속해 올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게시글 간의 등록 시간 차가 너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제 3의 인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지난해 9월 3일 오후 3시 17분부터 오후 3시 24분까지 뭉텅이로 올라온 9개의 게시글 중에도 경찰조사에서 밝혀진 아이디 '진짜진짜라묜'과 '토탈리쿨'의 글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 7개의 게시글도 서로 비슷한 아이피 대역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아이디 '토탈리쿨'은 오후 3시 29분에 글을 올렸는데 오후 3시 53분에 ‘토탈리쿨’과 같은 아이피 대역을 썼던 아이디 ‘동해***’이 글을 올리는 형식이다.
지난해 8월 29일 아이디 '추천***'는 "졸라 좋은 스마트폰 쓰면서 온갖 인터넷 게임하고 통화하면서 백수짓이나 하고 있고 반값등록금해달라고 보채고 대가리 빠싸뿌고 싶더라"고 썼는데 추천 목록에는 김씨의 아이디 ‘토탈리쿨’의 아이피와 일치했던(222.106.***.232) 아이디 '동해***'이 추천했고, 글을 올린 아이디 '추천***'의 아이피와 같은 대역(202.136.***24)을 쓰는 아이디 '오마이***'도 추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9월 4일 김씨의 아이디 '숲속의 참치'가 올린 게시물을 김씨의 아이디 '진짜진짜라묜'이 ‘셀프’ 추천한 것처럼 같은 시간대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올리고 동일/유사 아이피를 가진 아이디들이 서로 추천을 한 것이다.

▲ 김씨의 아이디 11개 이외에 일정 패턴대로 같은 시간대에 올린 글의 아이디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비슷한 아이피 대역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타났다. ⓒ오늘의유머 사이트
이렇게 일정 패턴대로 같은 시간대에 올린 글의 아이디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비슷한 아이피를 가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공교롭게도 게시글의 내용까지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디 '고*****'이 올린 글은 김씨의 아이디로 올린 내용과 비슷하다. '고*****'는 지난해 9월 10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가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한등급 상향조정했다고 한다"며 "이번 조정으로 한국은 중국, 일본보다 한단계 더 높아졌고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다"고 썼다. 이 같은 내용은 김씨의 아이디로 지난해 9월 7일과 10일 작성된 내용과 흡사하다. 김씨의 아이디로 작성된 글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등의 내용이다.
아이디 '추천***'는 제주해군기지 찬반과 관련해 "노무현도 찬성했는데 왜 너희들은 반대하냐"는 내용의 게시물과 "노동운동하다가 분신한 전태일 열사. 그런데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게 뭔지 아냐? 전태일 열사는 MB가 서울시장하기 전에는 변변한 동상도 없었지. MB가 청계천 복구하고 전태일 열사 다리도 만들고 동상도 크게 세워주었지"라며 이명박 정부를 홍보하는 내용을 게시글을 올렸다.
이들 해당 아이디들은 공통점들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에서 의혹을 짙게하고있다. 이들 아이디들은 사이트 내에서 대부분 삭제돼 구글링을 통해서도 해당 아이디들의 캐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유머 사이트는 가입 순서대로 회원번호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들 아이디가 같은 날 뭉텅이로 가입돼 특정 번호대에 몰려 있다. 김씨 이외에 또 다른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제3의 인물 또는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김씨의 아이디이외 또다른 아이디가 존재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의혹을 제기한 오늘의유머 사이트 이용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씨의 아이디는 11개라는 경찰 조사 결과를 백번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11개 이외에 동일한 시간대에 동일한 패턴으로 같은 아이피 대역을 가지고 활동한 20여개의 아이디는 다른 사람들이 운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는 "일반 유저도 몇 시간이면 이렇게 대조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국정원과 경찰 측에서는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여론을 조작했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자료들을 걸러내서 발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는 "아이피 주소가 한자릿 수를 빼놓고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같은 무선랜 상황에서 컴퓨터를 돌렸던지 하나의 아이디를 로그아웃하고 바로 다른 아이디로 접속했거나 같은 사무실에서 여러 대의 컴퓨터를 두고 접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김씨의 아이디로 밝혀진 '추천만환영'의 아이피 대역은 '222.106.***56', '222.106.***115', '222.106.***219'이고, 아이디 '동해***'의 아이피는 '222.106.***76', '222,106,***232'로 확인됐는데 네트워크를 끊고 재접속할 때 IP주소를 선택해 할당하는 DHCP 기술에 따라 같은 아이피 구역대에서 노트북, 스마트폰 등 여러 기기를 이용했을 때 한자릿수만 다른 아이피를 할당받을 수 있다는 것이 김인성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김씨의 아이디의 아이피 대역과 연관된 사용자별, 시간별 로그 기록을 받을 필요가 있고 오늘의유머 사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김씨와 연관된 아이피 사용 흔적도 살펴봐야 하는 방대한 작업을 해야 이번 사건의 실체를 알 수 있다"면서 "오늘의 유머 사이트는 국가기관의 여론조작 피해 당사자로서 모든 자료를 전문가에 의뢰해 사전 조사를 하고 의혹이 나오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적인 여론 조작 의혹이 커지면서 국정원 심리정보국을 수사하지 않고서는 사건 실체에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 전 담당부서를 심리정보국으로 격상시켰다. 심리정보국 산하에는 3개의 팀이 있고 70여명이 요원이 배치돼 개인별로 노트북을 지급받고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게시물을 하달받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머지 국정원 조직원들과 해당 부서와 책임자들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경찰 수사 결과와 언론보도로 밝혀진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면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김씨 이외에 또다른 국정원 직원이 대북심리전의 일환으로 조직적인 국내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 진행 중인 상황이고 수사에서 명백히 밝히면 된다”면서 “경찰이 세계 유례없이 국가의 정보기관을 파헤치고 있다. 여론 재판을 하지 마라”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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