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2-05일자 기사 '북한 3차 핵실험은 1,2차와 왜 다른가'를 퍼왔습니다.
핵무기 실전 배치 앞둔 ‘마지막 단계’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움직임 등 북한의 3차 핵실험 실시가 임박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월 27일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에서 “국가적 중대조치”에 대한 결심을 밝혔으며, 3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기술적 준비를 모두 마치고 최고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6년과 2009년에도 핵실험을 실시한 바 있으나, 3차 핵실험을 앞둔 북한의 태도나 이를 바라보는 한.미의 인식이 1,2차 때와는 사뭇 다르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현 상황은 1,2차 핵실험과는 다른 엄중한 상황”이며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핵개발을 위한 ‘마지막 단계’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3차 핵실험은 1,2차 때의 경험과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에 기초해 핵무기 실전배치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 단계’라는 의미다.
3차 핵실험, 어떻게 실시될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의 내용과 방식, 목표에 대해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초 북한의 3차 핵실험은 2차 핵실험을 실시한 서쪽 갱도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새로 굴착된 남쪽 갱도에서도 2일까지 사실상 핵실험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북한이 서쪽 및 남쪽 두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5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한꺼번에 두 군데 이상에서 동시에 할 것 같다”며 북한이 언급한 ‘높은 수준의 핵시험’은 “소형 핵무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미 상업용 위성 지오아이가 지난 4일 북한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
핵실험을 여러 차례 할수록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례처럼 북한이 동시다발적으로 핵실험을 할 경우 핵무기 소형화 시기를 단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미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을 증명한 상태에서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소형화 기술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핵실험을 거쳐 실제 핵무기를 전력화하려면 이를 운반수단인 사거리 1만km 이상의 미사일에 탑재해야 한다. 군 당국은 탄두 소형화의 기준을 북한 스커드B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중량 1t, 직경 90cm 이내로 보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실험 할까?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 핵물질로 플루토늄을 쓸지 고농축우라늄을 쓸지도 관심사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4일 국회에서 이번 핵실험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관측에 대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어느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만한 HEU를 갖고 있다고 보는지 묻자 “몇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북한이 지난 2010년 11월 미국의 핵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우라늄농축시설을 공개한 후로 북한이 이를 이용한 3차 핵실험을 실시할지 여부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실제 고농축우라늄으로 핵실험을 할 경우 북핵 문제의 양상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통한 HEU 생산이 2~3년 내에 가능해지면서 다량의 핵무기 생산 체제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플루토늄 방식의 재처리는 노출이 쉬워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지만, 고농축우라늄은 소규모 시설에서 제조, 은닉 및 소규모 운반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어디서 얼마나 농축작업이 이뤄지는지 추적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져 이전처럼 국제사회가 감시하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는 미국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원칙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으로, 1,2차 때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 또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최근 국방부가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수평갱도의 구조를 보면 끝부분이 꼬여 있으며 9중 차단문과 3중 핵폭풍.잔해 차단벽이 설치돼 있다. 이로 인해 핵실험이 실시되더라도 한.미 당국의 방사능 물질 탐지 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으로 가나?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높은 수준의 핵시험’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북미 관계가 본질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기술력을 입증한 데 이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상, 미국 정부의 접근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통해 미국이 자신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나 평화체제 협상 등에 나설 것을 의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전과 다른 차원의 핵능력을 한 손에 쥐고 북미협상을 주도하려는 타산이라는 것이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5월 헌법 서문을 개정해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명시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 또한 이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북 협상이 불가능해진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새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암묵적으로 핵보유 사실을 전제하고 대북 협상에 나서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한.미 당국은 연일 3차 핵실험을 ‘저지’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하며 다른 한 축으론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시 더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핵실험을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면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여부가 북한의 판단에 달린 일이며,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제는 미국이 과연 3차 핵실험 이후 달라진 북미관계의 틀에 따라 비핵화 논의를 넘어서는 대북협상에 선뜻 나설 것이냐다.
현재 한.미가 동해상에 핵잠수함과 이지스함을 총출동시켜 대북 '무력시위'를 하듯 대북 압박을 이어가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면서 서로가 정세를 격화시키는 긴장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에 이른 봄이 오기를 낙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

ⓒ뉴시스(국방부 제공) 한국과 미국의 해군 함정들이 2월 4일 오후 동해상에서 연합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