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6일 수요일

[사설]이동흡 후보자는 헌재소장 자격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14일자 사설 '[사설]이동흡 후보자는 헌재소장 자격 없다'를 퍼왔습니다.

신임 헌법재판소장에 내정된 이동흡 후보자의 자격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양파껍질 벗겨지듯 새로운 의혹이나 비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헌재의 위상에도 흠집을 남겼다. 어제는 수원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직원들에게 삼성의 협찬을 독촉한 게 문제가 됐다. 그는 “송년행사 때 경품추첨을 해야겠으니 삼성에서 협찬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와 직원들이 “삼성은 관내 기업인 데다 민형사 사건도 많으니 협찬을 받으면 절대 안된다”고 만류했으나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직원들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 법원장이 옷을 벗을 수도 있다. 절대 못한다”고 버티면서 유야무야됐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청렴을 책임져야 할 법원장이 앞장서 협찬을 요구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삼성 정도면 법원에 꼬투리 잡힐 일도 많으니 수백만원어치의 물품은 공짜로 받아 쓸 수 있다는 발상이라면 법관의 자질이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자의 처신이 구설에 오르내린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9월 헌재 재판관에서 물러났지만 지금도 짐 보따리를 헌재 창고에 보관 중이다. 그는 당시 헌재 직원들에게 “어차피 다시 돌아올 텐데 짐을 챙겨갈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된 뒤 “헌재 창고에 짐을 보관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돌아온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재판관으로 근무하면서 차량이 홀짝제에 걸리자 끝자리가 다른 관용차를 배정받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용차로 딸을 출퇴근시킨 것도 문제가 됐다. 재판관 시절 헌재 내부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직원들의 출석을 독려했다는 얘기도 있다.

헌재법 4조를 보면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다. 사법부의 생명은 도덕성이다. 시시비비를 다루는 법관은 사건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사법부 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법관의 법률지식이 아니라 법과 양심에 따른 법관의 결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주로 다루는 헌재 소장의 도덕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아가 이해당사자들의 충돌을 조정하고 설득할 수 있는 권위가 서야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자질 시비는 헌재 25년 역사에도 누를 끼칠 수 있다. 헌재는 최고 사법기관 자리를 놓고 대법원과 다투는 중이다. 심지어 대법원에서는 헌재 흡수통합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헌재의 위상이 도전받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앞서 헌법해석에 대한 이 후보자의 편향적 성향이 소수자를 위한 균형적 법해석이 요구되는 헌재의 수장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법관으로서의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진 마당이다. 이제 이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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