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기고]사면권, 대통령의 개인 권리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13일자 기사 '[기고]사면권, 대통령의 개인 권리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이 사적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민주적 절차의 경시와 국가권력의 행사가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이제 막바지에 이른 이명박 정권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행사하려 하면서 부정부패로 형사판결을 받은 측근들, 그것도 형의 선고가 이뤄진 지 얼마 안된 사람들을 그 대상으로 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면권은 사법부의 재판권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서는 안되며, 객관적이고 형평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측근들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사법권을 무력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일반 국민들과의 형평성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어떠한 경우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사면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사법권에 대한 제한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래서 전제주의 시대의 유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현대에 여전히 필요한 것인지 많은 논란이 있다. 본래 사면권의 근거는 실정법 질서가 획일적 정의를 추구해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 정의실현을 위해서 사법권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라 한다.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누어지는데, 일반사면은 죄의 종류를 정해 그 죄를 범한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므로 사실상 법률 개정과 유사한 효과를 갖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특별사면은 특정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만큼 남용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사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식적인 요건과 절차에 따르기만 하면 아무런 제한없이 행사될 수 있는 것인가. 우선 사법부의 재판권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재적 한계를 갖는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면권 행사가 논의되거나, 판결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사면권이 행사되는 것을 극히 피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사면권의 행사도 국가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공공성과 형평성이 지켜져야 한다. 사면권의 행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져야 하는 바,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별사면의 경우에도 사면대상을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제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아무런 제한도 없이 사면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은 사면권의 취지와 그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사면권의 행사가 법에 위반되거나 그 한계를 벗어난 경우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시적 절차를 위반하거나 사면권의 명백한 한계를 벗어났을 때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통해서 사면권 행사를 무효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국가권력의 행사는 법치주의 원칙에 기초해야 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이 국가기관의 권력행사를 따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권력의 행사에 어떠한 제한규정이 없다고 해서 무소불위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 국가권력의 행사가 사적으로 남용돼서는 그 정당성이 결코 확보될 수 없고, 국민들이 그러한 권력행사에 따라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삼권분립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이 확립된 상황에서는 권력분립의 예외인 사면권이 꼭 필요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설사 사면권을 행사하더라도 그 범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김정범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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