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017일자 기사 '선거에 져도 민주당은 기득권 절대 안버린다'를 퍼왔습니다.
[민주당 이대로는 안된다 ②] 겉으로만 반성, 속내는 이미 당권경쟁…호남믿고 안주
지난 15일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는 광주를 방문했다. 문희상 비대위는 출범 후 첫 사업으로 ‘회초리 민생투어’라는 이름으로 이날부터 전국순회를 시작했다.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해 ‘민주당이 반성하고 있다’는 뜻과 ‘민생현장으로 내려가겠다’는 메시지를 위한 행보이다.
그러나 그런 뜻은 시민들에 잘 통하지 않는다. 문재인 후보에 90%의 표를 몰아준 광주의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 회초리를 드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나마 민주당에 쓴소리를 하기 위해 모인 광주지역 시민들은 몇 차례 “기득권을 버리라”고 강조했다. 무진 스님은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친노 세력 등 계파 정치에 연연한 것이 패인”이라며 “정말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계파정신을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4·11 총선 패배 이후에도, 17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단골손님처럼 등장한 문제이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도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국면에서 안 전 후보로부터 수차례 요구받은 민주당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문재인 후보조차 수차례 “민주당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며 “정치혁신의 의지가 없다”고 협상중단까지 선언했다. 그래도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왜일까?
▷책임없는 ‘사죄’ 이벤트… 당내 정책경쟁 실종 ‘세 대결’만 판쳐= 문희상 비대위가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회의 삼배’를 할 때, 정작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핵심인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박사는 “석고대죄 투어를 하고 있지만 하나의 이벤트일 뿐,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박사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후보는 의원직 사퇴 등의 방식을 통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며 다른 주류세력들도 당권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기에서 꽉 막혀있기 때문에 절하고 석고대죄를 해도 민주당이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그 어느 누구도 ‘장렬하게’ 책임지지 않는 이유는 당내 뿌리깊은 계파주의 탓이 크다. 민주통합당이 출범한 이후 언제나 당권은 친노 세력이 장악해왔다. 한명숙-이해찬으로 이어지는 체제가 대표적이며, 정세균 전 대표계,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구민주당계 등과의 연합을 통해 ‘당 내 정권’의 유지해왔다.
그 과정에서 폐해가 잇따랐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소수 계파의 과두세력이 당 내 권력을 분점하는 폐해를 깨기 위해 대의원제를 도입했는데, 되레 대의원조차 과두세력이 나눠먹었다”며 “또한 전당원투표제를 도입하니 당원들도 여기에 나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결국 민주당은 당권 경쟁과정에서 토론과 정책을 통한 당권경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세 대결’에 의한 일종의 패거리 경쟁에 의해 당권이 결정돼왔음을 뜻한다. 이해찬-박지원 담합에 대한 숱한 외부의 비판에도 이 체제로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계파별 세력을 배려해야 하므로 국민을 위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은 뒷전인 채 그저 ‘싸움의 법칙’(경선 룰)에만 늘 몰두했다.
김태일 교수는 “민주당의 기득권을 다르게 표현하면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를 못 따라가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것이 흔히 얘기되는 이른바 ‘계파 정치’의 폐해로 정당이 사회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보다 계파의 생존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내부 정치가 이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반성, 마음은 콩밭에… 모바일투표 논쟁의 본질= 이런 측면에서 관심 가는 대목은 최근 ‘모바일투표’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그 중심에 ‘전당대회 룰’이 있기 때문이다. 비노 측은 모바일투표가 친노·주류 측이 기득권을 재창출하는데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모바일 선거인단을 구성해 치른 선거에서 당권은 한명숙·이해찬(대표)이 가져가고, 대선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타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선출됐다. 모바일투표 결과는 친노·주류 측의 백전백승이었다. 그래서 비노 측은 모바일투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웅래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당원 뜻 보다는 모바일투표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해 당을 움직여 당원의 권리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의원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에 대해 “소수의 조직된 사람들에 의해 당심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박기춘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지도부, 의원, 당직자들이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앞에서 국민들께 사죄의 절을 올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그러나 친노·주류 측은 모바일투표가 없어지면 당심과 민심에 괴리가 발생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친노계 인사인 박범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민주당의 역사”라며 “단점과 폐해가 있다면 기술적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1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투표 폐지 주장은 대선에서 문재인 전 후보를 찍었던 48% 지지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면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대선 패배에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거듭나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다툼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이다. 눈은 국민을 보고 있으나 정작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것이다. 이런 민주당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호남만 믿는다”? 옛말= 민주당에는 기본적으로 30석의 의석이 있다. 호남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민주통합당은 이 덕분에 수도권에서 ‘반타작’만 해도 원내 2당이 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호남정당’으로 시작한 민주통합당의 태생적 한계이다. 15일 광주 방문 당시 한 상인이 민주당 비대위를 향해 “호남 좀 그만 이용해 먹으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해 10월 광주를 찾아 “호남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문 후보는 “쇄신의 시작은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말했지만 여기에 응답하는 당 내 인사는 정동영 상임고문 뿐이었다. 그나마 타협안으로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으로 조정했지만 이에 대해 호남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뒷말이 오갔다.
정작 호남의 민심은 매우 싸늘하다. 유창선 박사는 “호남 민심이 ‘무조건 민주당’이 아니라는 점은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 알 수 있다”며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 다른 쪽으로 갈 수 있다. 호남 민심이 민주당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호남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있다”며 “노무현 정권 이후 호남은 청산의 대상이었고 이번 대선에도 호남이 문재인 후보를 지원만 해줬지, 정작 호남에서는 대선 후보 하나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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