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9일 토요일

“언론의 정당한 보도를 처벌한다면 정의란 무엇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18일자 기사 '“언론의 정당한 보도를 처벌한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10월8일 오후 5시께 정수장학회를 방문하기 위해 이진숙 문화방송(MBC) 기획홍보본부장(오른쪽)과 이상옥 문화방송 전략기획부장이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이 본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나눈 문화방송 및 부산일보 지분 매각 논의는 7일 뒤인 15일 <한겨레> 최성진 기자의 보도로 외부에 알려졌다. 경향신문 제공

언론학자들 ‘최성진 기자 기소’ 비판

“정수장학회 MBC 지분매각은 공익성 큰 사안”
“공익 해칠 ‘밀실 논의’ 보도않는 게 직무유기”
“검찰 ‘통비법’으로 취재 옭아매면 언론 위축”

언론학자들은 검찰이 (한겨레)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의 정수장학회 밀실 논의 보도는 언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억누르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강상현 한국방송학회장(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은 “기자의 정당한 행위가 징벌의 대상이라면 우리 사회에 정의는 무엇인지 근본적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올바르지 않은 것을 알고도 침묵하면 과연 그것이 정의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도 “공익성이 큰 사안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한 행위에 국가가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언론학자들은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MBC)·(부산일보) 지분 매각 논의는 공익에 관한 중요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는 “그 사안 자체가 공적 관심사로 당연히 보도돼야 할 사안이다. 대선 후보와 관련된 것은 유권자가 알아야 할 상황으로 마땅히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정보와 사실을 듣고도 보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한 내용이 공공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밀실 논의였다면 그것을 보도하지 않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라는 말이다.검찰이 통신비밀보호법의 내용과 취지를 확대 해석해 형식적 기소 논리를 만들었다며,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통신비밀보호법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법의 취지인데, 자연스럽게 얻어진 공익에 관한 정보로 기사를 쓴 기자를 기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자의 정당한 취재 활동을 법적 잣대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협효과’로 겁을 주겠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몰래 들고 가서 취재하는 방송 시사 고발 프로그램들도 다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는 최 기자가 불법행위를 했다는 검찰 판단에 대해 “어떤 취재 방식을 통해 얻는 뉴스가 공익성이 높을 때는 그 방식을 택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공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의 다양한 취재 방법을 국가권력이 문제삼기 시작하면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보고하지 않은 채 선거를 앞두고 부적절한 밀실 논의를 해놓고도 이를 보도한 기자를 고발한 문화방송 행태를 꼬집는 의견도 있다. 최진봉 교수는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밀실에서 일을 벌인 공영방송 쪽에서 사과할 일이지, 기자를 고발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정수장학회 재산 처분 관련 비밀회동을 처음 보도한 10월13일치 <한겨레> 토요판 1면. <한겨레> 자료사진

■ 최성진 기자 기소에 대한 ‘한겨레’의 입장

한겨레, 기자 기소에 “똑같은 일 생겨도 보도할 것…언론의 의무”

(한겨레)는 검찰이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이번 기소로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우선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이 위축될까 우려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첫째, 한겨레 보도는 형법상 일반 원칙에 따른 정당행위이기에 위법성이 없어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위법성이 없다는 것은, 보도하고자 하는 내용의 공익적 가치가 보호하고자 하는 사생활의 비밀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고 이는 형법 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둘째, 모든 법 논리에 앞서, 국민의 알권리나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기초입니다.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대화는 공적 재산의 매각과 관련된 내용이고, 특히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사안은 (한겨레)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사회적 쟁점이 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정수장학회쪽은) 언론사 지분 매각 문제를 포함한 의혹에 관해 국민에게 투명하고 소상히 해명하고 밝힐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습니다. 언론으로서, 개인간 사적 대화가 아닌 공영방송 매각에 관한 대화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히려 이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똑같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보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언론의 사명입니다.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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