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4일 금요일

민주당의 ‘정체성 헛발질’과 조선일보의 훈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03일자 기사 '민주당의 ‘정체성 헛발질’과 조선일보의 훈수'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대선 패배가 좌경화 때문?…진보·과격파 배제하라 부추기는 언론

민주통합당의 정체성 다툼이 시작되고 일부 언론은 열심히 여기에 부채질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창당과정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노동의 가치 존중을 지향하며 좌클릭했고, 진보정당과의 연대도 했지만 대선 패배 후 최근까지 점점 ‘우클릭’의 목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안철수의 멘토’ 법륜스님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에서)이기려면 중도층을 확보해야 하는데 안철수 후보가 그 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며 “안철수로 단일화라는 카드를 썼으면 이기고도 남는 거”라며 기름을 부었고 이종찬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좌클릭을 중지하고 중도에 있는 분도 같이 갈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영환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자신의 블로그에 “중도는 없다고 ‘담대한 진보’를 내세우던 핏대도 다 우리들의 관념의 헛발질”이라며 “소중한 중도를 애써 외면하고 발로 차 버렸다. 이정희의 1%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가 우리의 궤도를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중도개혁으로 우클릭해야 한다”며 “합리적 개혁이나 합리적 보수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신학용 의원은 “중도층을 잡지 않고는 정권을 잡을 수 없음에도 너무 좌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안보 분야에서는 중도우파 정도의 관점을 가져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1월 3일자. 사설.

그런데 정체성 논란의 발화점이 뜬금없이 제주해군기지 문제다. 정청래, 장하나 의원이 2일 오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 공사 강행을 비판했고 이들이 앞서 예산안 통과 전 의원총회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 합의를 재조정하자 언론이 '정체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강경파'인 이들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자체를 반대하고 원내대표의 합의를 뒤엎었다는 것이 언론의 시각이다. 조선일보는 3일 제하 사설에서 “제주해군기지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해를 넘겨 1일 새벽에야 국회를 통과했다”며 “운동가형 정치인들이 한미FTA나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들고 나올 때 (민주당 내)중도파들은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녔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5면 제하 기사를 통해 제주해군기지부대조건을 제시했던 의원들을 ‘강경파’로 몰아세웠다. 국민일보 김상온 논설위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이들이 ‘제주해군기지 6인방’이라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악착같이 방해한 ‘딴지 6인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들을 임진왜란 직전 전쟁 대비를 반대했던 동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단 이 같은 주장이 맞는 것일까? 당사자의 입장은 다르다. 정청래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악의적인 왜곡보도”라며 “(원내대표 간 합의한)4개 부대조건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이를 더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국회에서 법을 허술하게 만들지 말아야 하듯 부대조건을 달 때는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 내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 민주당의 당론은 ‘전면 재검토’다. 이들 언론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국방’과 관련되어 있다며 추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동북아 군비경쟁의 우려나 긴장감 확산, 구럼비 바위 파괴 등 환경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 한국일보 1월 3일자. 5면.

결국 언론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보수화를 훈수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중도파가 중심을 잡은 정당이 아니라 소수 극단세력의 눈치를 보는 운동가형 정치인들이 당의 좌표를 결정하는 정당이 돼버린 것”이라며 “그래서 민주당이 지려야 질 수 없다던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부나, 외부 언론에서 '우클릭'을 말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말하는 ‘중도’의 개념은 모호하다.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이는 5~60대가 중도인지, 이념적 중도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중도표심을 잡기 위해 운동가형 정치인들을 격리’시키라며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의 보수화는 향후 민주당 부활에 도움이 될까?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노무현 정부 말기 뉴타운 광풍을 타고 중도보수화를 선언했고 그 결과 정동영 당시 대선 후보는 2007년 17대 대선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신인 통합민주당은 당의 우경화를 기획하며 ‘뉴 민주당 플랜’을 기획한 바 있다.
그러나 총선에서도 대패하고 2008년 촛불집회를 경험한 이후 통합민주당의 ‘뉴 민주당 플랜’은 햇빛도 볼 수 없었다. 천정배 전 의원 등 당내 386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혁과 좌클릭의 목소리가 높았고 보수적 당내 인사들도 ‘좌클릭’을 받아들였다. 정동영 전 대선후보, 당내 중도우파를 대변한 손학규 전 대표 등은 진보의 기수로 거듭났다.
김기식 의원은 3일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간 것이 대선패배의 원인이니 중도화, 더 나아가서 합리적 보수로 가야 된다는 목소리가 분명 있으나 이는 원인진단도 잘못됐을 뿐 아니라 당의 정체성 노선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조차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서 당의 노선을 쫓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더 진보한 것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는 것은 부적절한 평가”라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 역시 “(당의 중도보수화에 대해)동의하기 어렵다”며 “민주통합당이 그럼 왼쪽에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왼쪽, 오른쪽이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좀 더 아래로 내려가자 라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고 실제로 그 방향이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가 점점 불평등해지고 계층 간 격차가 너무 심화됐다는 점”이라며 “이 문제를 정치가 어떻게 다루느냐가 결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말하는 중도가 고전적인 개념에서 사회경제적인 평등과 불평등, 권력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란 차원은 아니”라며 “한국의 중도는 여든 야든 사회경제적 문제 해법에 큰 차이가 없는 정당들이 내용없이 극단적으로 다투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관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오히려 이번 선거는 한국의 유권자가 진보적이 되었다는 걸 보여준다”며 “그래서 새누리당도 정통적 보수가 쓸 수 없는 빨간색을 쓰고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새누리당 보다 중하층의 삶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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