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1-18일자 기사 '방송뉴스 연성화…“저널리즘 흔들리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수위 등 중요 현안 간략히, 한파·사건사고 비중 커
방송3사의 메인뉴스가 중요한 사회 현안 보다는 한파, 사건 보도에 더 많은 비중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연성화 경향은 방송뉴스의 저널리즘 기능이 현저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4대강 사업의 부실성 확인, 인수위 기자실 해킹 의혹, 인수위의 공약 이행 의지 재확인, 이동흡 비리 의혹 등 많은 뉴스가 있었지만, KBS·MBC·SBS 메인 뉴스는 한파 혹은 사건사고 보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KBS 톱 기사, ‘동해안 폭설’

▲ 17일 KBS <뉴스9> 캡처. 1~4번째 꼭지가 모두 한파 보도였다. 독감주의보가 도니 노약자나 어린이 위주로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생활정보성 보도도 앞 꼭지에 배치됐다.
KBS (뉴스9)는 17일 주요 헤드라인 5꼭지 중 2꼭지를 ‘한파 보도’에 할애했고, 순서도 가장 앞에 두었다. ‘동해안 50cm 폭설…출근길 불편·혼란’, ‘동해안 10년 만의 최대 강설량, 원인은?’, ‘독감 유행주의보…앞으로 한 두달 주의!’, ‘효과적인 독감 예방 방법은?’ 등 총 네 꼭지를 각각 1~4번째 꼭지로 선정, 가장 빨리 전달했다.
17일은 감사원이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전체 수중보 가운데 한 곳을 뺀 나머지 보의 바닥보호시설이 파손됐다”고 밝혀,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함이 드러난 날이었다. (뉴스9)는 주요 헤드라인 4번째 꼭지에서 ‘4대강 부실투성이… 시공, 준설도 엉망’이라며 4대강 관련 뉴스를 전했으나, 본 뉴스에서는 한파 소식에 밀려 8번째로 보도됐다.
다만 인수위 소식은 5, 6번째에 배치하고 ‘이슈&뉴스’ 꼭지(5분 44초)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돌아보는 등 비교적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 꼭지에서는 새누리당조차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드러내며, 박근혜 당선인이 제시한 세입 마련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수위 기자실 해킹 소동은 7번째 꼭지로 보도됐다.
SBS, 신세계 그룹 노조 탄압 보도 ‘단독’이지만 사건 사고에 밀려

▲ 17일자 SBS <8> 캡처. 산후조리원 총기 난동 등 선정적인 사건을 단독 보도, 4대강 관련 보도보다 앞서 배치했다. SBS가 단독 보도한 신세계 전 계열사 노조 사찰 건은 16번째 뉴스였다. MBC 역시 산후조리원 총기 난동 뉴스를 8번째 리포트로 다뤘다.8>
SBS (8시 뉴스)는 인수위가 새누리당이 제기한 ‘공약 폐기 및 속도 조절’에 대해 반박한 내용을 첫 꼭지로 실었고, 뒤이어 인수위 기자실 해킹 소동을 보도했다.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의혹이 나오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소식도 3번째 꼭지에 배치해 앞서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꼭지를 제외하고는 ‘법정원한 50대, 산후조리원서 총기 난동’, ‘취객 깔렸는데 또다시 뺑소니…잔인한 택시’, ‘6년 전 달력 그대로…독거남 백골시신 발견’ 등 한파, 사건 사고 소식이 주요하게 보도됐다.
눈에 띄는 것은 SBS의 단독 보도조차 한파와 단순 사건사고 보도에 밀렸다는 점이다. SBS는 이날 직원을 불법사찰, 기록한 문건이 드러나 논란이 된 이마트뿐만 아니라 신세계 전 계열사에서 사찰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하지만 이 소식은 단독 보도라는 말이 무색하게 16번째에 배치됐다. 지역 시청자들이 보기 힘든 8시 30분대에 방송된 것이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발표 소식 역시 30분을 넘어서 방송됐다.
제일 심각한 MBC, 생활 밀착형 뉴스 집중

▲ 17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1~6번째 꼭지가 한파 보도였고 시사 현안은 뉴스 후반부로 밀렸다. ‘심층취재’에서는 설 연휴를 앞두고 단골 뉴스꺼리인 설 물가 이야기를 다루었다.
제일 심각한 곳은 MBC다. 한파, 생활 밀착형 뉴스가 톱부터 연달아 배치되면서 인수위 등 시사 관련 뉴스는 17번째 후반으로 밀렸다.
대선 기간에도 대선 보도보다 한파 보도에 여념 없는 모습을 보였던 MBC (뉴스데스크)는 17일자 뉴스에서도 1~6번째 꼭지를 모두 한파 소식으로 채웠다. 생활의 지혜에 가까운 정보성 소식을 시사 관련 소식보다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대로,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나올 법한 뉴스의 비중도 타사보다 월등히 높았다. ‘현장M출동’, ‘집중취재’에서는 땔감 난방 사고와 학교 식중독 예방 오존살균기를 다루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발표는 17번째로 밀렸으며, 인수위 소식은 20번째 리포트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18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정연우 학회장은 “방송 뉴스가 (중요 사회 현안보다) 재밋거리나 단순 해프닝을 더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저널리즘 기능이 현저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 국민들이 알아야 하고 공론화시켜야 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보도하지 않아 방송이 사회적 이슈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우 회장은 “방송 뉴스는 이명박 정권 내내 가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었던 4대강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자기반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추진한 의제에 이해관계가 달린 사람들이 왜 방송에서 공정하게 다뤄지지 못하는지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MBC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이재훈 간사는 주요 현안에 비해 한파 보도가 우선 보도되는 것에 대해 “한파 보도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중요한 뉴스를 가리기 위해 사용됐다면 문제”라고 짚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관련 발표 소식이 뒤로 미뤄진 것에 대해 이재훈 간사는 “감사원 자료가 5시에 나와 8시 뉴스에 싣는 데 제작상의 애로점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문제가 있다”며 “엄청난 예산을 들인 사업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는데 뒤쪽에 배치한 것은 뉴스 가치를 무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 poorenbyu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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