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9일 토요일

4대강 사업, 하이에나 언론의 ‘썩은 고기’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18일자 기사 '4대강 사업, 하이에나 언론의 ‘썩은 고기’'를 퍼왔습니다.
언론은 물론 감사원과 검찰도 ‘하이에나’가 된 멋진 신세계

▲ 4대강조사위원회를 비롯한 대한하천학회,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총체적 부실 4대강 사업, 국민 상대로 한 정부의 거짓말 들통' 기자회견을 갖던중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설계의 잘못으로 16개의 보의 안전성에 결함이 발견됐고 수질악화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홍수를 막기 위한 준설계획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뉴스1

2006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경향신문의 정면 비판이 불쾌했던 당시 청와대 비서관 양정철이 “하이에나 행태로는 정론지가 못 된다”고 일갈한 적이 있다. 당시 경향신문은 “우리가 하이에나면 참여정부는 ‘썩은 고기’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아프리카의 하이에나는 편견과는 달리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는 강력한 맹수로 알려졌지만 사체를 먹이로 하는 ‘스캐빈저’(scavenger)의 이미지에서 나온 은유는 여전히 강력하다. ‘하이에나’라는 비판은 만만한 권력, 죽은 권력을 물어뜯는 언론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강준만 교수는 결국 (한국 대중매체사)(인물과 사상사, 2007)란 제목으로 결론지은 한국 언론사에 대한 방대한 저술의 제목을 처음에는 (카멜레온과 하이에나)(인물과 사상사, 1998)라는 제목으로 잡았다. 이는 한국 언론의 속성을 ‘말 바꾸기’(카멜레온)와 ‘죽은 권력 물어뜯기’(하이에나)로 규정할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 제목은 2000년 개정판에서 (권력변환)이란 제목으로 바뀌고 결국 다시 (한국 대중매체사)로 귀결된다.
2013년 1월의 시점에서 언론에게 ‘썩은 고기’는 이명박 정부일 것이다. 물론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면 언론 뿐 아니라 각 권력기관들이 전임 정부를 ‘썩은 고기’로 치부하고 단단히 별렀을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집권세력에게 ‘정권교체가 아닌 것을 정권교체처럼 보이게 하는 시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해야 하는 현 집권세력의 입장에서 ‘4대강 사업’은 만만한 ‘썩은 고기’일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다른 과오들, 가령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나 민간인 사찰 문제나 독립영화 등 문화산업 영역에서의 행패 등은 사실 현 정부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문제다. 박근혜 당선인의 주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주체들을 아무리 미워하더라도 이런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다르다. 일회적인 사업이라서 연속성을 우려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비판할 수 있는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만일 4대강 사업이 의사결정 구조의 독단성의 측면에서만 문제가 된다면 새 정부 사람들도 이를 비판하는 것을 꺼릴 것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민주주의 문제를 떠나 일단 경제성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판하기가 쉽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적인 사업이었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아닌 것을 정권교체처럼 보이게 하는 시늉’에 대해 안성맞춤이다.

▲ 오늘자 조선일보 1면 기사. 감사원 결과 발표는 대부분의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되었다.

조선일보까지 합세해서 ‘4대강 사업’의 경제성 문제를 비판하기 시작한 상황은 이와 같은 정치적 계산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보수언론 뿐 아니라 권력기관들의 행태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제야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2010년 1차 감사 때는 하지 않았던 말을 이제야 하고 있다. 보수언론의 보도는 그들의 검증을 받아서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2차 감사 결과는 중앙일보를 제외한 모든 언론의 1면에 보도되었다. 그 며칠 전에 나온 조선일보의 1면 비판은 환경부의 내부 보고서를 참조한 것이었다.
넓게 보아 감사원, 검찰, 보수언론 모두 그 정권의 임기가 끝날 때 즈음에야 ‘본연의 권력 감시기능’을 발휘한다는 비평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하이에나’들의 세상이다. 물론 법적으로든 제도적으로든 담론적으로든 ‘5년 후에라도 검증’받는 것은 영영 검증받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낫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남한 사회의 ‘민주주의’는 5년 동안 최고 권력자에게 모든 상황을 위임하고 그의 임기가 끝날 때 즈음부터 그의 시대에 발생했던 모든 과오를 그의 책임으로 돌리는 ‘위임 민주주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대선을 ‘87년 체제의 종언’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데, 나름대로 장점도 있는 ‘5년 단임제’란 제도가 어떤 식으로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특히 감사원과 검찰 같은 권력기관이 일종의 제도의 한계 때문에 활동이 제약되는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언론의 경우 자신의 본령인 비판의식을 ‘시기를 미루어’ 발휘하는 상황이 납득되기는 어렵다. 더 이상 언론이 ‘하이에나’로 비유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깊숙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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