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12-31일자 기사 '[청소년 노동인권](3)알바비 4억2400만원 ‘꿀꺽’ 나쁜 사장들…'을 퍼왔습니다.
올해 초 고용노동부가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편의점 등 청소년을 고용하고 있는 918곳을 점검한 결과, 304곳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점검 대상 사업장의 무려 3분의 1이 청소년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 사업장이 청소년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 총액은 4억2400만원. 적발된 사업장 1곳당 평균 139만원의 임금을 청소년들에게 주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그나마 알아내기 쉬운 편이다. 청소년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 여겨 항변할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임금을 떼이는 사례도 많다. 중3 겨울방학 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피자집에서 배달 일을 했던 한 친구의 이야기다. 이 친구는 당시 사장으로부터 “손님들한테서 음식이 식었다고 전화가 오거나 늦게 배달된다고 항의전화가 오면 항의 한 번 들어올 때마다 시급을 100원씩 깎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 한번은 다른 아이가 배달하다가 다치는 것을 봐서 안전하게 가려고 좀 느리게 오토바이를 운전했다고 한다. 그러자 손님들의 항의전화가 많이 와서 사장이 4200원인 시급을 3500원까지 깎았다고 한다.

월급을 주기는커녕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치킨집에서 일했던 고2 친구의 이야기. 하루는 이 친구가 몸이 아파서 출근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사장이 결근하면 벌금 5만원이라며 월급에서 깎겠다고 했고, 이 친구는 화가 나서 일을 그만두면서 당시 못 받은 임금을 사장한테 달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이 하는 말이 “벌금 5만원이 있으니 그거나 먼저 내”였다고 한다.
일을 못한다고 혹은 결근했다고 성인 노동자한테 벌금을 물리는 사장은 거의 없다. 왜? 불법이어서 사장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지각·결근으로 일하지 않은 시간에 대해서 딱 그만큼 차감할 수는 있다). 그런데 유독 청소년들에게만 벌금을 물리고 임금마저 떼먹는 일이 더 많이 벌어지는 것은 청소년이 어리고, 자신의 권리를 몰라 주장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은 정말 ‘일할 맛’ 안 날 것이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청소년 노동자의 편이다!
일하는 청소년의 임금과 관련된 문제는 ‘잘 모르거나, 열악하거나, 안 주려고 하거나’ 할 때 주로 발생한다. 청소년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으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사장이 몰라서 임금을 제대로 안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사장이 모르는 것을 찾아봐 가면서 챙겨주는 경우는 드문 게 현실이다. 그러니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내가 알아야 한다(지금 잘 알아두면 나이가 들어서도 다 도움이 된다). 임금은 노동시간, 휴일 등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니 임금을 제대로 챙기려면 우선 이 연재물에 나오는 내용을 잘 스크랩해두면 좋을 것이다. 오늘은 임금 지급의 기본원칙에 대해 알아보자.
사장이 임금을 지급할 때는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 있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세금, 사회보험료를 제외한 ‘임금 전액’을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이를 위반한 사장은 징역 또는 벌금의 형벌을 받는다). 즉 ‘두 달에 1회’ 또는 ‘어떤 달은 10일, 그 다음달은 15일’ 이런 식으로 지급하면 안된다. 또 사장이 노동자로부터 정당하게 받을 돈(가령 사장이 노동자에게 빌려준 돈)이 있더라도 이를 임금에서 빼고 나머지를 지급하면 안된다. 일단 임금을 전액 지급하고, 그런 다음 노동자로부터 받을 돈을 달라고 해야 한다.
열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 문제는 최저임금에 관한 것이다. 현실에서는 일자리에 비해 노동자 수가 더 많고, 일자리가 없어지면 노동자는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사장의 힘이 노동자에 비해 훨씬 크다. 이런 현실에서 사장이 임금을 낮게 정해도 청소년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너무 낮으면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국가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임금의 최저선을 매년 정하는데, 이를 최저임금이라 한다(물론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도 영위하기 어렵다).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노동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은 반드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이보다 적게 지급하면 처벌을 받으며, 그 차액만큼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1시간당 임금(시급)으로 정하고, 2013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급 4860원이다. 그러므로 겨울방학을 맞아 일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1월1일부터는 시급 4860원 이상으로 계산해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꼭 알아둬야 한다.
최저임금과 관련하여 꼭 놓치지 말아야 사실이 있다. 최저임금대로 계산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음식점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3시간씩 1주 15시간을 일하고, 최저임금 시급 4860원을 받기로 했다고 치자. 열심히 일하고 한 달이 지난 다음 월급을 받았는데 딱 일한 노동시간 수에 시급을 곱해서 임금이 지급되었다면, 최저임금보다 월급이 적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왜냐하면 1주 15시간 이상 일을 하면 매주 주휴일수당(하루치 임금. 주휴일수당은 이후 자세히 설명할 것임)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급이 최저임금과 같고 1주 노동시간이 15시간 이상인데, 만약 ‘최저임금 시급 × 실제 노동시간 수’만큼만 월급을 받았다면, 반드시 확인해보라. 99%가 최저임금보다 적을 것이다.
만약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거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나아가 사장이 남은 임금을 일부러 ‘안 주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황에 따라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또 어렵지 않다. 그런데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제대로 받지 못한 임금, 밀린 임금을 반드시 받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는 것이다. ‘못 받은 임금 액수가 적다고, 그때 생각만 하면 짜증이 난다고, 사장이 안 좋은 소리를 할 텐데 그럼 감정만 더 상한다고’ 참는다면, 너무 억울하고 자신만 손해다. 못 받은 임금은 내가 놀고 싶은 시간, 공부하고 싶은 시간을 쪼개서 땀 흘려 얻은 정당한 권리다. 사회적 약자가 정당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경우를 보면, 알게 모르게 강제에 의해 사실상 굴복하게 된 경우일 때가 많다. 이런 식으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면 자신을 무시하는 격이 된다. 또 내 또래인 다른 청소년들이 제2, 제3의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꼭 받아야 한다.
못 받은 임금을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못 받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이 3년이라는 사실이다. 가령 3년 전부터 사업장을 그만둘 때까지 일한 노동에 대해 당시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면, 그 차액은 지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 못 받은 임금이 있으면 먼저 임금을 받지 못한 사실을 나타낼 수 있는 자료(노동시간과 임금 액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한다.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매장에 붙은 구인광고를 휴대전화기 등으로 찍어 놓은 것이나 인터넷 구인광고 화면을 캡처해 놓은 것, 통장 입금내역(임금은 반드시 은행 통장으로 받자) 등이다. 그런 다음 이러한 자료를 들고 학교나 동네의 안심알바신고센터에 신고를 하거나 일했던 곳과 가까운 노동지청에 찾아가 신고한다(만약 아무 자료도 없다면 같이 일했던 친구의 증언도 좋다. 자료도 없고 친구의 증언이 없어도 일단 찾아가 신고하라). 신고한 이후부터는 안심알바신고센터나 노동지청이 신고된 내용을 처리해준다. 만약 처리과정이 지연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cafe.daum.net/nodongzzang)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 처리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만약 처리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역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로 연락해 도움을 구하면 된다. 이처럼 ‘못 받은 임금 돌려받기’는 어렵지 않다. 꼭 돌려받아서 친구랑 맛있는 것이라도 하나 더 사 먹자!
권혁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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