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1-01일자 기사 '“2012년 아픔을 딛고 새롭게 출발합니다.”'를 퍼왔습니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새해 각오
새해가 밝았다. 끝나지 않을 듯 보였던 길고 지난한 2012년도 이제 역사속으로 저물었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 2012년은 어느 해보다 아픈 한 해로 기록됐다. '정권교체'라는 열망과는 달리 보수정권은 5년 더 연장됐고, 살기 위해 송전탑과 굴뚝에 올라간 노동자들은 여전히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뒤에는 노동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절망과 '멘붕'에 빠졌던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새해를 맞아 서서히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는 그들로부터 부터 2013년 새해 각오와 계획을 들어보았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야당과 시민단체 등과 적극 소통하고, 반대했던 국민을 포용하는 품격있는 보수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
양이원영 “삶의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에 집중할 것”
‘열혈 반핵투사’인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지난 대선에서 공개적으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생애 처음으로 민주통합당을 찍을 것 같다. 앞으로 다시 민주통합당을 안 찍기 위해서도 이번에는 2번 찍을 거다”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었고, 삶의 변화에 목말랐기에 간절하게 대선 승리를 바랐다. 환경운동 안에서 문재인 지지를 확산하기 위해 애쓰던 그는 ‘멘붕’도 심했다.
“출구조사 보고 그냥 자버렸어요. 밤늦게 일어나보니 결과가 나왔더라구요.”
야권 지지자들이 다 그렇지만 대선 당일의 높은 투표 열기와 종일 이어진 긴 ‘투표줄’의 결과가 정권교체가 정권연장으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그도 상처가 컸다.
“(선거 결과를 보고)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독하게 말해, 시민단체도 정권교체가 될 경우 얻을 결과는 생각하면서 선거운동은 대놓고 하지 않았어요.”
그는 자신을 비롯한 40대들은 ‘저항’ 담론에는 익숙해도 승패를 가리는 ‘게임’은 낯설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실력으로 졌기에 51%의 선택을 존중하고, 진보진영과 시민단체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주문하는 바를 물으니 ‘약속을 지켜달라’고 답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지속가능한 성장 등 정책은 많은 부분 ‘좌클릭’했기 때문에 약속만 지켜도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권 5년을 ‘벽에 대고 소리 질렀다’고 표현한 그는 ‘소통’도 강조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통령 당선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2014년 지방선거 앞두고 할 일도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탈핵·에너지전환’을 선언한 45개의 지자체를 더 늘리고,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처럼 구체적인 사업을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꼽았다.
생후 18개월 된 아이를 모유수유로 키우는 ‘활동가 엄마’인 그는 새해 개인적 희망으로 운동을 다시 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하프마라톤 1시간 50분대의 기록을 갖고 있고, 시내의 집과 사무실에서 여의도까지 자전거로 오갔다. 등산도 유난히 즐겼다. 그러나 남들보다 육아에 애쓰는 남편이 있다 해도 육아와 운동은 병행하기 힘들었다.
운동과 함께 그동안 하지 못한 ‘수다 떨기’도 새해에 다시 하고 싶은 소소한 일이다. 그가 수다와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한 심신으로 2013년을 향해 달려가기를 기대한다.

ⓒ이승빈 기자 조연희 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 첫해를 앞두고 "진보진영이 더 연대하고 단결해야만 또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연희 "마음을 비우니, 2013년이 보이더라고요"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난 조연희 집행위원장은 이른바 '멘붕'에서는 벗어난 듯 보였다. 그는 "(대선과 교육감 선거가 끝난 이후에) 여행을 가서 머리를 식히고 어제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살아야죠"라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조 위원장에게 2012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였다. 지난해 초 그는 지난 2006년 동일학원의 사립학교 비리를 고발해 해고된 이후로 7년만에 사학비리 고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 지역 공립학교로 특별 채용됐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하루 만에 그의 임용을 취소해 복직을 무산시켰다.
그는 속상함을 딛고 교육희망네트워크에서 활동을 지속하며 연말에는 정권교체와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당선을 위해 활동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과 교육감선거의 결과는 조 위원장에게 아픔만을 남겼다.
그는 "5년동안 워낙 많이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이길 줄 알았다"며 대선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교육진영은 2013년 교육체제에 대해 정치권에 요구하는 활동 해왔는데, 그건 정권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대선결과 때문에 좌절이 많았고 회복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음의 아픔이 몸까지 전해진 것일까? 심지어 조 위원장은 대선이후 며칠을 앓았다고 한다. 그는 "몸이 아프고 그랬는데 저 외에도 많은 사람이 그랬을 것"이라며 "불과 며칠 전까지 가졌던 사업계획을 모두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쌓아두면 병이 들기 때문에 안된다"며 "동지를 믿고 슬프면 슬프다고, 분노하면 분노했다고 쏟아내는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마음을 비운 뒤에야 2013년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사람들을 많이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힐링 할 시간을 갖고 내년 초 쯤 되면 모여서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주민들과의 접촉을 넓히면서 지역 교육사업을 발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려고 한다"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 첫해를 앞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단기적인 것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멀리 볼 필요가 있다"면서 "저는 '전화위복'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더 오랫동안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생각하면 또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선배들은 박근혜 아버지 시대도 살아왔지 않느냐"면서 "일보 후퇴할 수는 있지만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고 전진할 것이다.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이 사회를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지웅 기자 전국여성연대 최진미 집행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전국여성연대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진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 벌이고 싶어요”
새해를 나흘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전국여성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최진미 집행위원장은 대선 결과에서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 2013년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최 집행위원장은 “진보민주개혁세력이 민주통합당을 밀어줬는데 제대로 받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망도 많이 했다”고 그간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선거에서 왜 졌는지, 우리가 잘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계속 돌아봤다”며 “술도 많이 먹고 힘들었지만 노동자와 시민단체 활동가가 자살하는 등 5명이 숨지는 모습을 보면서 낙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노동자들이 잇달아 사망한 뒤 구성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대선 결과에 대한 절망감을 투쟁으로 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시한번 싸워보자는 희망을 빨리 만들어야한다”고 역설했다.
최 집행위원장은 대선이 끝난 뒤 산적한 노동현안을 풀기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한편, 여성운동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활동에도 매진 중이다. 창립한지 5년된 전국여성연대의 그간 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전망을 세우기 위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1월 둘째 주에 사업토론을 하기로 했는데 현재 주되게 나오는 것이 여성 비정규직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처럼 지난 10여년 간 자기 권리를 받지 못한 여성 노동자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성 비정규직 운동의 힘을 느꼈다”며 “일하는 여성 중 78%가 비정규직인데, 그들이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국회의원 선거, 201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013년은 향후 5년을 만들어갈 교두보로 꼽히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 첫해이자 시민사회 진영에게 중요한 시기인 2013년, 최 집행위원장은 ‘감옥에 갈 생각마저 하고 있다’며 자신의 숨겨놓은 각오를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노동자들이 계속 투쟁하고 있는 등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할 때”라며 “박근혜 정권 5년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첫해를 만들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라는) 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이 다르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그래봤자 감옥에 가는 일 외에 무슨 일이 더 있겠느냐”며 “힘차고 떳떳하게 싸우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고희철 정혜규 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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