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4일 월요일

‘언론장악’ MB 5년차… 눈물·분노 뒤엔 희망도 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3일자 기사 '‘언론장악’ MB 5년차… 눈물·분노 뒤엔 희망도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물로 본 2012 언론계]

2012년은 언론계에서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에 맞서 처절히 저항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역사상 언론계 최장기 파업이 있었다. 그리고 언론을 주물렀던 이명박 정부 측근이 구속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언론계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을 모았다. 인물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언론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의 얼굴을 보면 웃음과 눈물, 한숨, 분노가 터져나올 것이다. /편집자 주

김재철, 2012년 그의 이름은 언론계 ‘최대 학살자’

2012년 언론계 결산 인물로 단연 1위는 김재철 MBC 사장이다. 언론계 역사상 170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은 ‘2014년 자신의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법인카드 사적 이용, 무용가 J씨의 관계 의혹, 직원을 대상으로 한정보수집 프로그램 운용 등으로 검찰 고발까지 당하고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비밀 회동으로 민영화 논란까지 일으키며 MBC 내부를 뒤흔들어놨지만 김 사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특히 김재철 사장 체제의 편파보도는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역설적으로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김 사장이 보통 내기가 아니다’라는말까지 나왔다. 9명의 해고자를 양산하고 200여명이 넘는 징계자가 속출되면서 전두환 이후 언론계 ‘최대 학살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김재철 사장이 언론계 결산에서 1위에 뽑힌 것을 두고 2012년 언론계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근행, MB정부에서 살아 남은 유일한 ‘MBC DNA’

김재철 사장이 취임 이후 제일 먼저 해고한 언론인. 12월 19일로 해고 930일째를 맞았다. MBC에 이근행의 자리는 없지만 이근행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PD다.

그는 올해 비영리 시사프로그램 (뉴스타파) 시즌2 제작 및 연출을 주도하며 민간인 불법사찰 등 굵직한 특종과 여론조사의 한계 등 기획기사들을 내놓았다.

이 PD는 를 한국형 ‘프로퍼블리카’로 만들고자 한다. MBC가 못하고 있는 정론보도를 MBC 해직PD가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PD수첩은 완전히 무력화 됐고, 최승호 PD는 해고됐다. MBC에선 대규모 구조조정과 권고사직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뉴스타파)가 여러 곳에서 언론상을 받아도 씁쓸한 이유다.

이제 이근행은 과거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았던 ‘MBC DNA’를 보유한 마지막 언론인이 될 상황에 놓여있다. MB정부 5년,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의 말처럼 이제 ‘반격’의 순간이 필요하다.

최시중, MB 최측근… ‘방통대군’으로부터 언론장악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의 최측근. 이명박 대통령은 그에게 방송통신의 전권을 휘두르는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수장을 맡겼다. 막강한 이권을 배분하는 권한을 쥐고 있는 방통위원장의 자리에 ‘정치적 멘토’라고 불리는 최 전 위원장을 앉힌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여론 통제의 욕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금수 KBS 이사장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 국가 기관이 동원돼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끌어내리면서 최 전 위원장은 언론통제의 중심에 섰다. 종합편성채널은 최 전 위원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종편 심사위원조차도 백서에서 ‘종편의 수익성 전망이 어둡다’라고 했지만 방통위는 종편에 광고 직접판매와 중간광고, 간접광고, 황금채널 배정 등 온갖 특혜를 제공했다.

결국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6억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성탄절 MB측근 특별사면설 대상에 오르면서 또다시 언론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최성진, 계절별 특종… MBC·정수장학회 저격수

올해 계절별로 굵직한 특종을 써냈다. 모두 MBC와 관련된 것이었다. 겨울(2월)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단독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정수장학회와의 관계 및 장물 논란을 이슈화시켰다.

봄(3월)에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과 단독인터뷰에서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뽑아내며 방문진의 편향성과 치부를 드러냈다.

여름(5월)에는 MBC의 170일 파업 당시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비밀행보를 이어오던 김재철 사장을 서울 공덕동의 한 목욕탕에서 만나 단독인터뷰를 진행, 수척해진 김 사장의 ‘맨얼굴’을 보여줬다.

가을(10월)에는 최필립·이진숙과의 만남을 단독 보도하며 정수장학회의 ‘MBC·부산일보 민영화 및 지분매각 기도’를 폭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최 기자가 사내외에서 각종 언론상을 거머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올 겨울 최 기자는 또 다른 ‘특종’을 준비 중이다.

정봉주, BBK 의혹제기에 ‘나홀로 옥살이’… 24일 만기 출소

 “나 20대 아이들 몸이 됐어요. 식스팩 보여줄까요?”

지난 11월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 응한 정봉주 전 의원이 건넨 인사였다. ‘나는꼼수다’의 진정한 ‘깔때기’. 옥살이도 그의 깔때기를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아 현재 충남 홍성 교도소에서 수감돼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 조작을 했다는 허위가 입증되지 않는 상황에서 책임을 졌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그의 교도소행은 오히려 극적 효과를 만들면서 ‘팬심’을 자극했다.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을 비롯한 나꼼수 팬들은 정권의 ‘꼼수’ 때문에 유죄를 받았다며 정 전 의원을 이명박 정부 하 정치적 탄압을 받은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각인을 시켰다. 그는 지난 9월 보좌관을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대선시기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통령후보에 대한 비리검증을 요구했고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감옥생활을 하고는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고 분통이 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의 출현을 두려워 한 것일까? 정치범이고 모범수로까지 인정받아 가석방 절차 에 들어갔지만 법무부는 불허했다. 정 전 의원은 1년형을 채우고 오는 12월 24일 만기 출소한다.

박종진, 종편 “‘뉴스쇼’로 살아남자”… 그 중심엔 그가 있다

지난해 12월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 한국판 ‘폭스뉴스’가 출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는데 현실이 됐다. 종편들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고 대안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 ‘뉴스쇼’였다. 뉴스쇼 성공의 최대 관건은 진행자의 능력. 채널A의 박종진 앵커는 종편의 뉴스쇼 진행자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꼽힌다. 그의 능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인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종편을 대상으로 총 22건의 제재 중 채널A는 가장 많은 10건의 제재를 받았는데 이중에서 무려 7건이 박종진 앵커가 진행하는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주인공이었다.

제재 내용을 보면 지난 10월 1일 방송에서 이한국 이라는 역술가를 초대해 박종진 앵커가 “(대선)결과가 어떻게 됩니까? 누가 더 기운이 더 센지?”라고 묻고 이씨는“아, 기운이 비슷비슷합니다. 하하.”라고 하자 박 앵커는 “알고 계시는데 방송에 영향을 미치니까 안 하시는 거죠?”라고 답했다.

방통심의위는 시사프로에서 확인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내용을 내보냈다며 법정제제인 ‘경고’조치를 내렸다. 는 종편 4사 개국이후 처음으로 주간 평균 시청률 1.3%를 기록해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방통심의위 한 관계자는 (박종진의 쾌도난마)를 비롯한 채널A의 프로에 대해 “일부러 제재를 감수하는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현, 조선일보 희대의 오보 희생자, 속보쫓는 언론의 ‘민낯’ 보여줘

연예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동 성폭행범’도 아니다. 평범한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전지현(21)씨는 조선일보에 의해 희대의 범죄자로 공개됐다. 지난 9월 1일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그의 얼굴을 공개하며 성폭행범 고종석으로 지목하는 희대의 오보를 냈다. 전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다.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빨리 처리돼서 다시 예전처럼 살고 싶지만 답답하다”고 했다. 전씨는 그 때의 심리적 고통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는 당시 오보가 “빨리 특종을 잡아서 기사를 내려다보니 일어난 것”이라 지적한 뒤“이번 일은 다른 언론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전지현 오보사건’은 범죄자에 대한 속보경쟁과 노출경쟁에 몰입하고 있는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조선일보는 사회부장을 교체하고 지면을 통해 사과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사진=머니투데이 

이효리, ‘녹색평론’ 읽는 섹시스타… 연예인의 ‘말 할 자유’ 늘어날까

연예인의 사회참여활동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인물. 아이돌 출신으로서 (녹색평론)을 읽는 섹시스타로 극적인 진화중이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가하면, “소·돼지·닭 등이 키워지는 체제에 반대한다”며 채식주의를 선언했다. 최근 5년간 맡았던 ‘처음처럼’ 소주모델도 그만 두고 환경에 안 좋은 상품 광고 역시 거부하기로 했다.

그녀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핑클 때는 내 의견이 전혀 없었다…(이제) 몇 억 원 준다 해도 나를 상품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놓는 게 싫다”며 영혼 없는 연예인을 양산하는 엔터테인먼트 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효리는 분명 김제동이나 김흥국과는 전혀 다른 DNA로 진화 중이다. 그녀는 연예인도 사회적 발언에 나설 수 있고, 차별과 폭력에 공감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상식’을 보여주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 “할 말은 한다” 용감한 녀석들의 용감한 ‘직격탄’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소신 발언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 사회를 정면으로 풍자하는 개그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황에서 용감한 녀석들의 존재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MBC 노조 파업이 한창일 당시 용감한 녀석들은 “만나면 좋은 친구, 보고 싶은데 못보게 하는 너희들 잘 들어”라면서 “다같이 1박 2일, 전국 노래자랑, 그리고 무한도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조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결방되고 있는 현실을 짚은 건데, 언론계의 최대 이슈였지만 정권에 민감했던 MBC 파업을 타 지상파 방송에서 언급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박았다.

지난 10월에는 개그맨 정태호씨가 대선 후보를 향해 “벌써부터 서로 물고 뜯고 먼지털기하기에 바쁘다”며 “그렇게 대통령 되고 싶나. 정말 대통령 되고 싶다. 그럼 대통령되는 방법 알려주지. 상대방의 약점을 찾기 위해 상대방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눈으로 우리 국민들 좀 바라봐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현실 정치를 이야기할 때는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씨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이름을 차례대로 말한 뒤 “어젯밤에 꿈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 나왔다”고 말한 것을 두고 시민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 아니냐며 선관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싸이, 세계도 주목한 싸이 스타일, 일방적 찬양기사는 씁쓸

하루에도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두 달 넘게 단 한명의 뮤지션이 주목을 받았다.

기자들은 올해 기사를 쓰며 한 번 이상 그의 이름을 적었다. 세계도 그를 주목했다. (강남스타일)은 싸이의 삶을 바꿔놨고, K-POP의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미디어의 민낯도 드러냈다.

기자들은 한계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기사를 셀 수 없이 쏟아내야 했다. 정치·경제·스포츠 등 많은 영역을 포괄하며 재생산했던 싸이 관련 보도의 핵심은 애국주의였다.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강남스타일)을 두고 “싸이의 애국주의 마케팅과 미디어의 애국주의 저널리즘이 합체돼 괴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싸이에 대한 기사 대부분은 일방적 찬양조 기사가 많았다. 조회수를 노린 기사도 셀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싸이와 강남스타일 현상은 21세기 문화애국주의의 대표적 프로파간다 유형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싸이 앞에서 대다수 미디어는 이성을 잃었다.

이재진·정철운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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