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청년, '닥치고 투표' 말고 '따지고 투표'하자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8일자 기사 '청년, '닥치고 투표' 말고 '따지고 투표'하자'를 퍼왔습니다.
[기고]새누리당과 민주당 청년공약의 비교분석

편집자주: 현재 민주통합당과 야권 측은 청년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져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려 속에 종종 ‘청년층이 왜 투표해야 하는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보이지 않고 ‘투표하지 않으면 다른 권리주장을 할 수 없다’는 윽박지름이 감지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문제는 그들 당사자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모순들을 집약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고민되어야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한겨레 [2030 잠금해제] 필진 중 하나인 이십대의 마지막 고개를 넘는 김류미씨가 각 정당의 청년정책을 비교하여 분석한 글을 보내왔다. 이 글은 한겨레 [2030 잠금해제]란의 “청년층, 누구를 뽑으시겠습니까?”(링크)에서 분량조절 탓에 미진했던 부분을 보강하여 다시 쓴 것이다.


▲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투표하고 세상을 바꾸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모든 노동자와 국민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이 참석해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뉴스1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투표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현재 접전을 벌이고 있는 두 대선 후보의 청년 정책들을 비교해봄으로써 내일 선거장에 가는 발길에 약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성되었다.

복합적인 청년문제, '청년 정치인'으로 해결가능?

현재 하우스푸어가 양산되고 장년층 신규 자영업진출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자녀세대인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면 부모가 손을 털었다고 했겠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휴학을 반복하며 졸업을 미루거나, 심지어 졸업을 한 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현실을 살고 있다. 이미 과도한 사교육 투자와 경제 위기로 하우스푸어가 된 베이비부머세대는 퇴직을 강요받을 때 버틸 수 있는 한 버티거나, 퇴직금을 들고 나와 자영업에 진출하는 수순을 밟는다.
하우스푸어와 대학등록금이라는 이 두 가지 문제는 이들을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내몰고 있고 그 결과 한국은 노동인구 대비 최고의 자영업자 비율을 가진 사회가 되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등록금과 청년 실업으로 대표되는 청년 문제다. 청년 문제는 많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자 곧 결과다.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차별, 대학등록금, 창업지원, 장년층 정년퇴직 연장, 해외취업 지원, 주거와 임대주택건설까지 청년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회 문제는 거의 없다.
인물이 중심이 되는 한국정치의 특성 때문인지 총선보다 대선에서 오히려 정책적 이슈들이 부각된다. MB 반값등록금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는 어느 청년의 지지유세를 송출하면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청년층과 부동층의 표를 잡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반값등록금은 다시 TV토론에 등장한다.
총선에서 청년국회의원을 만들겠다며 청년 주체를 내세워 청년층의 표를 공략했던 각 정당들은 당시 흡수한 청년층 캐릭터들을 이번 대선 속에 잘 위치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는 김영경 시민캠프공동대표가 각기 청년의 목소리를 대표하거나 2030세대를 위한 정책제안을 하고 있다. 각 캠프의 청년 공약들을 살펴보면 각 정당이 평소관심을 가지고 접근했던 문제들을 어느 정도 정책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누리당, 창의성에 대한 강박과 감출 수 없는 촌스러움

대표적인 것이 새누리당의 창업과 일자리 창출 공약들이다. IT, 문화, 콘텐츠(ICT) 분야에서2만 명의 창의인재를 양성하며, 현재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공공부문 중 보안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100만 명의 취업의지가 ‘없는’ 청년들에게 창업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오디션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창업기획사를 설립하며 청년창업펀드와 엔젤투자를 적극 운영하겠다는 방식이 눈에 띈다. 새누리당은 전략적으로 어필하지 못하는 부동층을 포섭하기위해 창의적으로 ‘보이는’ 다각도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영입한 총선 전략이었다.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20대로 새누리당 자문위에 영입되었던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 역시 친IT인력으로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조금 딴 이야기지만, IT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젊은 벤처창업가들이 설령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재기를 할 수 있다거나 엔젤투자자등이 되어 다양한 역할을 하며 생태계를 만드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졸업 후 취업’이라는 단선적인 과정에서 떨어져나간 창업가들에게 다음 직업으로 정치권이 선택지가 되는 현실은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새누리당이 이들을 선호하는 이유나이들이 정치권을 택하는 이유는 청년창업에 대한 포장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새누리당의 대학등록금정책은 2014년까지 반값등록금을 실천하되 소득을 10분위로 나누어 차등지원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상위 1-2분위에게는 전액 무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되 순차적으로 75%, 50%, 25%를 적용하고 소득 9-10분위에게는 든든장학금(ICL)의 대출‘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공약집의 표현을 빌리자면 ‘실질적 반값 정책 완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해 일정기간추심을 중단하며 학자금대출이자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물가상승률 고려 실질이자율이 제로가 되도록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재정 지원예산을 증액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직접적인 등록금 인하가 아닌 대학 예산 배치와 기금, 장학금조성을 통한 ‘넓은 의미의 반값할인혜택’의 등록금제도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반값할인’ 이라는 이벤트 페이지를 보는 기분이다. 새누리당은 대학생 주거난을 위해서 철도부지 위에 아파트, 기숙사, 상업시설이 포함된 복합주거타운을 ‘건설해’ 사립대기숙사의 1/3가격으로 기숙사를 제공하는 행복기숙사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토지 매입 없이 기존 시세 대비 반 정도를 저렴하게 대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5년간 20만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하고 있다. 철도부지에 인공대지(deck)를 지어 기숙사로 공급하는 하는 이 안의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철로들이 위치한 곳을 떠올려 보면 쉽사리 그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후보의 정당답게 21세기형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또 다른 토건사업으로 느껴지는 까닭이다. 벌써 이 사업이 이미 국토부가 추진 검토를 했다가 사업성 부족과 안전사고에의 염려 때문에 폐기된 제안이란 폭로가 나와 있는 상황이다.
청년 취업 지원 공약으로는 열정과 잠재력만으로 청년을 선발, 멘토들과 연결해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는 k-move를 내세우고 있다. 해외일자리를 알선해주는 글로벌스펙초월시스템의 경우 국내에 일자리가 부족하니 청년층에게 해외일자리를 연결해주겠다는 발상이다. ‘당장의 취업’보다도 ‘일자리의 질’이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이 부분은 정교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취업의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 노동력을 제공하는데 그치는 현재의 국가지원 해외인턴사업들과 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는 취업 절차에 대한 해결책도 내놓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구축해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채용을 결정하는한국형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이 또 다른 추가적인 스펙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실제로 지난 3차 토론에 나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사교육을 강력하게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의 정책은 이렇게 현재 상황의 본질이 되는 구조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점들을 우선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방편’들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집중된다. 공약집에 들어있는 스펙초월청년취업센터설립, 인재은행 등의 아이디어는 20년 전에나 만들어졌어야 할 이름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단 촌스럽고 맥락이 없다. 그나마 청년층이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인 공공부문(교육, 안전, 복지, 경찰, 소방관, 교육 분야)의 일자리를 확충해 청년층을 채용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인 수요가 반영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이며, 이 부분은 꼭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실현해주기를 바라고 싶다.

민주당, '노동'에 대한 다양한 접근 돋보이나 재원마련 방안은 물음표

민주통합당은 7대 정책비전 중 1번을 좋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전망 확충으로 잡아 3포(연애, 결혼, 출산포기)세대에게 최고의 복지는 고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인 70%로 높이고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도입해 청년의 ‘실질실업률’을 현재의 22%에서 2017년까지 10%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11년 발표된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은 7.7%이지만, 취업준비자, 구직 단념자 및 18시간 미만의 불안정한 취업자를 포함한 ‘청년실질실업률’은 22%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현재 12%인 것을 선진국 수준인 40%로 늘리겠다는 점에서는 새누리당과 비슷한 선결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이 ‘젊은 층이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접근한다면 민주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용 창출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행정원의 3%이상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해야한다는 권고사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꾸겠다는 한국형 ‘로제타플랜’이다. 이에 대해서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을 낮출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청년실업해소를 위해 가장 실효성이 큰 정책일 것이다. 현재 2193시간인 노동자 평균 연간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 평균 연간 근로시간인 1,749시간을 400시간 정도 상회하고 있음은 두 캠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계속해서 '괜찮은 일자리'와 삶의 질이 이야기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2017년까지 5인 이상 사업체의 실근로시간을 2,000시간 이하로 감축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137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대근로시간제와 근로일간 최소휴식시간제(다시 근무를 재개하기까지 최소한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 연차휴가의 사용촉진을 위해 집중 휴가기간제 도입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특별법'을 한시적으로 제정 방안 검토 등이 이를 위한 적극적 방안들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신규 일자리 창출분야는 ICT분야보다는 보다는 사회서비스, 녹색 일자리등의 대안적인 영역이다. 고용지원을 위한 조세 특례의 한시적 도입,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라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2017년까지 비정규직 비율을 절반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정책 등은 ‘비정규직 감소’를 단 한 줄만으로 명기한 새누리당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 임금 대비 최저 임금비율을 50%로 현실화한다는 제안, 장기실업자 / 청년실업자 / 자영업 폐업자에게 최소한의 구직활동을 보장하는 실업보조금을 지급하자는제안 등도 눈에 띈다. 다만 이런 정책들이 현재의 실업급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민주당의 공약은 새누리당에 비해 노동 등의 큰 이슈들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한편 모든 0~5세 아동의 보육비용 전액 지원, 국공립 보육시설을 현재 수용인원 기준 19.7%인 것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등의 정책은 출산 포기 세대라 불리는 청년층에게 중요한 이슈들이다. 눈에 띄는 독특한 공약으로는 이동통신사 3사의 wifi 무선 인터넷을 공용화해 통신 소비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데이터 통신비를 흡수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도 있다.
대학생들을 위한 공약으로는 반값등록금과 등록금 후불제 도입 등이 있으나 이 부분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거 공약으로는 1인 가구, 노인, 대학생 등에 특화된 맞춤형 소형 주택 공급과 대학생 전용 전세 임대를 공급하고 고시원을 대체할 공공원룸텔을 연 5천 호씩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의 중요한 이슈였던 ‘반값 등록금’이 여전히 해결 과제이며 여기 주거 문제가 더해졌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영경 전 청년유니온위원장이 제시했던 이슈들을 정책에 포괄적으로 담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촛불세대가 20대 됐는데도 '청년 탓'...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중해야 투표할 것


▲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투표하고 세상을 바꾸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모든 노동자와 국민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이 참석해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뉴스1

유난히 단일화가 강조되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정책은 더욱 시선을 받지 못했다. 두 당의공약은 현실 안에서 ‘나쁘지 않게 살 궁리’를 한다는 점에서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이 주어진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기까지 많은 망설임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청년 유권자들을 위한 공약들은 중요하다. 이것들은 최소한 지켜져야 할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주말, 어느 일간지에 올라온 대담은 좌파 버전의 ‘20대 개새끼론’을 잘 보여주는 글이었다. 의병들이 모두 20대였는데 왜 지금의 20대는 투표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글은 어떤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88만원 세대)가 출간되고 광우병 집회에 10대들은 나왔는데 대학생들은 나오지 않는다는 진보 논객들의 글이었다. 지금 20대의 반이 그들이 그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촛불소년소녀들이었다. 이런 훈계가 과연 지금의 청년층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늘 젊은 것들을 훈계하기 보다는 청년 공약들을 함께 살펴보고 구체적인 실현을 고민해줄 어른들을 기대한다. 청년층의 문제는 모든 한국 사회의 문제이다. 청년층은 정신을 차려야 할 훈계의 대상이 아니며, 청년 대상 공약은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청년들을 위한 공약들을 살펴보고 함께 투표장을 가야하는 것이다.


▲ 지난 15일 한겨레 토요판 5면 기사.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이 '20대'를 호명하는 방식은 진보진영이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우리에겐 이와 다른 방식으로 청년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류미 /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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