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공영방송 권력형 불량서비스에 대한 총평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3일자 기사 '공영방송 권력형 불량서비스에 대한 총평'을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후보 지지선언, ‘기계적 중립’ 보도의 정치공작

“나훈아 짝퉁 너훈아도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 호소.”
네이버에 ‘박근혜 지지’라는 검색어로 치자 나오는,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업데이트 정보. 12월 12일 박후보가 도착하시기 전 울산 유세장에서는 그렇게 나훈아 아닌 너훈아씨가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엔)이 그렇게 보도하고 있다. 재미나다. ‘공영방송’ 뉴스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트로트 부르는 설운도가 있고, 한물 간 개그맨 김종국도 있다. 누군들 빠질 소냐. 모두 다 나와라. 신바람 나는 한판이다. 노래하고 까불고 춤추면서, 모두가 선거판에 뛰어든다. 연예인, 스포츠맨, 작가 가릴 것 없다. 정치의 시간은 그렇게 도래했다. 한참 오래된 일이니, 세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정치의 대중(이벤트)화. 아니면, 일찌감치 크라카우어가 간파한 사이비 정치판의 ‘대중장식(mass ornament)’화? 
어떻게 읽든지 간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충성을 약속하는 꼴은 이제 한국 선거정치의 명백한 현실로 자리 잡았다. 일종의 유행이고, 피하기 힘든 유혹이다. 온갖 인기인들과 각종 단체들의 지지로 대중여론을 장악하라! 확실한 공작정치다. 막바지에 이른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연출되는 반복적 현상. 이런저런 간판을 내세운다.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울 것이다. 뭐라 쓴 플래카드를 걸고는, 나란히 카메라 앞에 도열한다. 그리고 엄숙하게 선언한다. ‘우리’는 어쩌고저쩌고 해고 그(녀)를 지지한다! 이런 지지의 정치(공)학에서는 무엇보다 카메라에 잡히고, 방송을 타며,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지지를 표한 들,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도루묵. 그래서 지지자들은 불나방처럼 카메라를 찾는다. 
행사 주최 측도 국회와 같이 기자들이 모일 장소만 노린다. 저녁 방송 선거보도에 온갖 지지 선언 뉴스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제, 거꾸로 뒤집어, 줄줄이 이어지는 많고 많은 지지 선언 기자회견 중 대체 어떤 것들이 왜, 어떤 기준에 기초해서 보여주는지, 방송 뉴스 구성의 방법론과 현실 생산의 메커니즘을 한번 살펴보자. 텔레비전은 어떻게 대선후보자 지지선언을 재현하나? 외설 종편은 논외로 하자. 문제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하나마나한 소리일 듯싶어 그러하다. 하기야 지상파 TV에 대해서도 말해봐야 입만 아픈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저널리즘의 최소 요건 준수를 기대해야 하고, 이에 비춰 문제를 살펴보고 위반의 사항을 단호히 고발해야 한다. 문제가 보일 시, 그 시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 11일자 SBS 8뉴스 화면 캡처.

얼마 남지 않은, 그렇지만 더 이상 여론조사가 발표되지 않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KBS와 MBC는 어떻게 후보자 지지선언의 헤게모니 정치학을 매개하고 있는가? 선한 정치를 행하는가, 아니면 악한 공작에 가담했나? 답을 찾는 것은 간단하다. 다음과 같은 원칙에 비춰 비교 분석해 보면 된다. KBS와 MBC 공영방송은 후보자 지지 선언을, 뉴스의 가치에 비춰, 정치적 판단과 토론에 도움 주는 방식으로 보도하고 있는가? 11일에 있은 정운찬씨 등 전직 장관들의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예로 해서 살펴보자. 공영방송은 이 이 뉴스를 어떻게 다루는 게 맞나? 과연 실제로는 어떻게 다루었을까? 참고로 부터 먼저 살펴보자. 비교를 위해서다. 첫 번째 박근혜 후보 동정 기사에 이은 두 번째 문 캠프 유세 관련 뉴스 말미에 다음과 같이 갖다 붙이고 있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총리는 동반성장에 공감하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수성 전 총리도 지지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재미난 것은, 박후보 관련 첫 번째 기사 말미에서도 SBS는 다음과 같이 절묘한 형평의 미덕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천하장사 출신인 이봉걸 씨를 비롯해 전국씨름연합회 천하장사단 18명은 씨름 중흥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이 얼마나 절묘한 기계(체조)적 균형감인가? 한물 간 천하장사 18명의 무게감으로 정운찬 등 전직 정치인들의 중량과 밸런스를 맞춰준다. 기막힌 정치적 감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똥찬 평형감각에 비춰, 그렇다면 당일의 MBC 저녁 메인뉴스는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100% 싱크로다. 아니다. 다르다. 꼼꼼히 기사를 들여다보시라.

▲ 11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디테일에서는 여전히 미묘한, 의미심장한 차이가 발생한다! 똑 같이 첫 번째 박 후보 유세 뉴스에서 기자는 “또 이봉걸씨 등 씨름연합회 천하장사단과 전직 대사, 해양수산계 인사들이 박근혜 후보 지지대열에 합류했습니다.”라고 쓴다. SBS 뉴스보다 좀 더 풍성해졌지 않은가? 전직 대사도 합류했고, 해양수산계 인사들도 모였다. 그렇다면 두 번째 문 후보측 관련 뉴스에서는? 기자는 다음과 같이 딸랑 한 줄로 정리하고 말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운찬 이수성 전 총리가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그걸로 끝이다. SBS의 기술보다 더 뛰어난 고 난이도의 플레이라 할 것인가? (SBS8뉴스)에게 ‘기계적 중립성’ 측면에서 10점 만점을 준 당신은, 이렇듯 실력 발휘한 MBC (뉴스데스크)에게는 대체 얼마나 높은 점수를 주실 텐가? 지지선언 보도는 이렇듯 박을 띄우고 문을 깎는 용도로도 쓰인다.  
이제 마지막으로 점검할 채널은 KBS. 악명의 낙하산 사장이 날아가고 대신에 무명의 듣보잡 사장이 들어선 우리의 ‘국가기간방송’ ‘국민의 방송’. 같은 날 뉴스를 까보자. “이봉걸씨 등 천하장사단 19명과 전직대사 모음 등 박 후보지지 선언은 잇따랐습니다.” “막판 세 불리기도 가속화 돼, 보수 성향인 정운찬․이수성 전 총리가 문 최고 지지에 동참했습니다.” 어떠하신가? SBS의 판박인가? MBC보다 나은 듯해 다행인가? 그 정도의 ‘중립성’이면 됐다고 봐줄 것인가? 박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은, 그게 누구든 거의 빠트리지 않고 카메라로 잡고 뉴스로 내주던 채널이다. 그런 정황에 비춰볼 때, 균형은 한창 무너진 것 아닌가? 공정한 플레이, 균형감 있는 퍼포먼스라고 평가할 수 없다. 기계적 중립의 교묘한 잣대는 KBS 대선보도를 치명적으로 옥죄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치적/공적 기능을 억압한다. 
요컨대 내용이나 의미와 관계없이 그냥 (정운찬 이든 누구든) A는 (이봉걸이라도 괜찮으니) B로 맞춰주는, 기계체조적인 균형 감각의 대선 보도를 우리는 지상파 TV에서 지켜보고 있다. 모른다. 이러다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너훈아 같은 이가 지상파에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와 명분으로 온갖 사람과 단체들이 이미 저녁 뉴스를 타지 않았나? 기계적 균형조차 포기한 공영방송은 특정 후보에 대한 특정 세력의 일방 지지를 뉴스로 포장해 중계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보수권력 선전에 음모적으로 가담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지지 선언의 단순 중계, 일방 뉴스, 기계적 보도는 이 땅의 정치가 얼마나 반동적으로 돌아섰는지를 반증할 뿐이다. 지금의 단순 기계적 지지 선언 관련 뉴스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대사에 임하는 한국 방송의 정치적 무능과 무책임을 그대로 드러낼 따름이다.    
중립의 기계주의는 단순히 후보자 지지 선언 보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영방송’ 뉴스의 대세이고 지상파 TV의 보편현상이기 때문에 위험하며, 더욱 교묘한 편파방송과 연동되어 있기에 매우 불순하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현 정권 들어 철저하게 붕괴된 공영방송 뉴스의 최악의 서비스를 선거라는 결정적 국면에서 비극적으로 목도하고 있다. 해체된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대미! 우울하고 두려운 미래의 전경이기도 하다. 파탄에 이른 공영방송 뉴스는 대의민주주의의 중대한 정치과정마저 얘 장난 같은 유아적 게임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정치 진보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결국 이번 대선 보도는 종편에서의 외설적 정파 저널리즘 탄생과 더불어,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공영방송’의 권력형 불량서비스를 총평으로 정리되고 마는 것인가?   

전규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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