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사설]민주당, 처절한 자기반성이 먼저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1일자 사설 '[사설]민주당, 처절한 자기반성이 먼저다'를 퍼왔습니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통합당이 깊은 침묵과 혼돈에 빠져들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60%에 이르고 범진보진영이 총결집하는 등 ‘지려야 지기 힘든’ 선거에서 패한 후유증이다. 이번 패배 역시 4·11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오만과 나태의 합작품이라고 본다.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이다. 민주당은 이대로라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처절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창조적 파괴에 나서야 할 때다.

문재인 후보는 어제 선대위 해단식에서 “(대선 패배는) 전적으로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후보의 부족함 외에 많이 얘기되던 ‘친노’의 한계일 수도 있고, 민주당의 한계일 수도 있고, 중간층 지지를 좀 더 받아내고 확장해나가지 못한 부족함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타당한 지적이나 이미 늦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패한 뒤 환골탈태를 다짐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대선 과정에서도 ‘새 정치’를 강조했으나 손에 잡히는 혁신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친노 세력은 기득권을 놓지 않았고, 전략가들은 기존 선거문법에 매달렸으며,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당 밖의 안철수 전 후보만 바라봤다. 진보적 시민들의 자발적 결합이 없었다면 박근혜 당선인과의 표차는 3.53%포인트보다 더 벌어졌을지 모른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때 구축한 국민연대를 중심으로 신당을 만들자거나 안 전 후보의 ‘조기 등판’이 필요하다는 등 갖가지 논의가 백출하고 있다. 충격적 패배에 따른 고민은 이해하지만,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고 본다. 민주당이 왜 졌는지, 무엇이 잘못됐으며, 어떻게 잘못됐는지부터 분석하는 게 정도이다. 일례로 50대의 투표 열기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50대는 90%라는 경이적 투표율을 기록하고 이 중 63%가 박근혜 당선인에게 몰표를 던졌다고 한다. 1953~1962년 태어난 이들은 87년 6월항쟁에 ‘넥타이 부대’로 참여하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세대의 표심을 왜 붙잡지 못했는지부터 성찰할 필요가 있다. 패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는 신당 창당이든 ‘헤쳐 모여’든 또 다른 정치공학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주권자들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기존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치를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할 때,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주권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 때 민주당에 새로운 활로가 열릴 것이다. 길고 험난한 작업이 되겠지만, 다른 대안은 없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