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사설]박 당선인은 노동자들의 절규를 듣고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4일자 기사 '[사설]박 당선인은 노동자들의 절규를 듣고 있나'를 퍼왔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노동계의 기류가 심상찮다.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모씨가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다음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이모씨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같은 날 민권연대 활동가인 또 다른 최모씨가 자취방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극심한 생활고, 외상 후 스트레스, 대선 결과에 따른 절망감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5년을 또… 못하겠다” “양심이 허물어진 삶은 의미 없다”는 그들의 마지막 말이 예리하게 가슴을 저민다.

이런 죽음의 행렬을 바라보며 애석함보다 더한 것은 산 사람들의 자괴감이다. 사지로 내몰린 그들의 절규에 귀를 막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지난 10월8일 23번째 쌍용자동차 사태 희생자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알려진 유성기업에서 유모씨가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등 노동자의 죽음이 최근까지도 이어졌지만 노동 현실의 개선은 지지부진했다. 지금도 최병승씨 등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70일째, 홍종인씨 등 유성기업 노동자가 66일째, 한상균씨 등 쌍용차 노동자가 36일째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잘 말해준다. 

노동자들의 절규에 누구보다 귀를 기울여야 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본다. 그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힘이 박 당선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실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생활을 챙기겠다”는 것은 대선 후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한 첫 약속이기도 하다. 진정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박 당선인에 대해 가장 절망하는 계층부터 먼저 보듬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지금 노동자들은 선거 결과에 절망하면서도 박 당선인의 입만 쳐다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번이라도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서 국민통합은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시급한 노동현안에 대해서는 대선 전이라도 정치권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도 쌍용차 국정조사의 대선 직후 실시를 약속한 바 있다. 이제 대선도 끝난 만큼 정치권은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긴급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은 박 당선인에게 있다고 본다. 말 한마디가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새 정부 준비에 여념이 없겠지만 노동자들의 절망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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