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민족존망의 엄중한 선택- 평화냐 전쟁이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13일자 기사 '민족존망의 엄중한 선택- 평화냐 전쟁이냐'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북한이 12일 국제사회의 우려와 중단 촉구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발사된 로켓이 위성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주권행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인 파문이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의 요구로 13일 소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를 경고했다.

대북 제재에는 미국과 일본이 적극적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를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심각한 도발행위라고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제재를 강조했다.

일본도 북한에 대한 추가 금융제재를 위해 안보리에 엄정한 비난 결의를 요구하는 한편, 독자적인 제재 강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엄중한 책임을 주장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위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지 중국의 움직임이 변수다. 중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큰 틀을 지키기 위해 번갈아가며 한반도 정세를 격화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위가 어떻게 결정되든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대북 제재에 앞장서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로켓 발사 때마다 이를 미사일방어체제를 비롯한 군비증강의 호기로 삼아왔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부각시키며 한·일 군사협정을 포함한 한·미·일 공동 미사일방어 동맹체제를 적극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12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4월 8일 발사를 앞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장착된 은하 3호. ©연합뉴스

일본도 한·일 군사협정 체결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집단적 자위권 인정과 평화헌법 개정 등 군사대국화의 행보를 더욱 서두를 게 분명하다. 게다가 필리핀이 지난 10일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으니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날개가 달린 꼴이 되고 말았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의 침략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재군비를 이례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중국에 대한 일본의 세력 균형 역할 기대 때문이다. 필리핀은 지난 4월 남중국해의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둘러싸고 중국과 첨예한 마찰을 빚은 뒤 중국을 견제하려고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필리핀의 미국과의 군사협력 강화와 일본 재무장 지지가 중국을 자극할 위험성이 크다. 포위전략으로 중국을 옥죄는 미국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대립과 갈등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미-중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부상, 역내 점증하는 민족주의, 미국의 쇠퇴와 패권 지속에 대한 의문 등으로 동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가 주목된다. 국제체제 재편 과정에서 국가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서의 진단은 경고의 뜻이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에서 한국 정부는 어떠했는가. 정부는 전날까지도 북한이 로켓 해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로켓 발사 직전 비상경계태세를 오히려 한 단계 낮추는 등 발사 징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서 북한 병사가 휴전선을 넘어와 국군 막사 문을 두들겨 귀순한 ‘노크귀순’ 사건에 이르기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대북 정보력도 없이 안보에 무능하면서도 강경일변도의 대북 강경책으로 북한과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위기 상황마저 벌어졌다. 오로지 북한과의 적대적 대결에만 골몰해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 것 이외에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 일이 도대체 뭐가 있는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냉전 대립 구도의 심화 과정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완화하거나 해소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이를 조장하기도 했다. 여당 쪽은 대선 정국에서  대북정책을 완화할 것처럼 포장하여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조건들을 부쳐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 없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신냉전 대립 구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고착될 우려가 크다. 앞으로 몇 년의 기간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될 것인지 사라지게 될 것인지를 가늠할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근본적인 과제는 신냉전으로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실현하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상호 교류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칫하면 신냉전 기류가 엄청난 폭풍으로 돌변해 한반도를 덮칠지 모를 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평화와 번영이냐 아니면 전쟁과 쇠망이냐, 민족의 존망을 판가름하게 될 엄중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정상모·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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