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4일 화요일

‘공정·중립 가면 쓸 자유’ 그만 보장하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2-04일자 기사 '‘공정·중립 가면 쓸 자유’ 그만 보장하자'를 퍼왔습니다.
[한줌의 미디어렌즈] ‘특정후보 편들기’와 ‘공개 지지’ 뭐가 다른가

경향신문은 3일자 신문에 (후보선출·공약도 늦었는데 정책검증까지 막는 선거법) 기사에서 현행 공직선거법 문제를 거론했다. 선거법 108조 2의 2항 ‘정책·공약에 관한 비교평가 결과의 공표 제한 등’의 후보별 서열화 금지 조항이 언론의 공약 평가를 차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선거법 108조 2의 1항은 ‘언론기관이나 단체가 정당·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에 관하여 비교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반면 108조 2의 2항에는 ‘후보자 등별로 점수 부여 또는 순위나 등급을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열화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편신문이 대선후보 종편정책 점수 매긴다면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비교평가는 할 수 있다면서 누가 더 개혁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을 제시했는지에 대한 우열을 가리는 행위는 금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정책 비교는 허용하며 후보 우열 표시는 금지 ‘모순된 선거법’)에서는 “‘비교 가능·등급화 불가능’의 어정쩡한 조합으로 인해 공약검증은 나열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언론사의 공약검증이 대부분 ‘어떤 후보의 공약은 이것이고, 다른 후보의 공약은 저것이다’라고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는 이유”라고 했다.
문제 제기의 타당성은 이해간다. 허나, 이 조항 때문에 언론의 공약검증 보도가 나열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평소 언론이 얼마나 공약검증에 투철했는지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할뿐더러, 그렇게 치명적인 문제였다면 일찌감치 언론계 전반에서 공론화했어야 옳다. 경향 기사를 폄훼하자는 게 아니다. 대선이 보름 남짓 남은 상황에서야 개별 언론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나오는 마당인데 공약보도에 대한 언론의 문제의식, 그 수준에 흔쾌히 신뢰를 던질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래, 언론의 수준. 자꾸 걸린다.
문제 제기의 타당성은 이해한다고 전제했다. 근데 지금의 언론상황에서 신문·방송이 너도나도 정책공약을 서열화하고 등급화한다면? 예를 들어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에 점수를 매긴다면, 혹은 과거사 인식이나 대북정책에 관해 등급을 준다면 어떤 분석결과가 나올 것인가. 지금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방송에서, 대표신문이라고 하는 신문에서, 종편에서 용감하게 그런 시도를 하고 나온다면? 가관이겠다. 모니터 대상이나 구경거리로 삼기엔 그 여파가 솔직히 걱정스럽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서열화 평가도 하나의 검증 방법이니만큼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역시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세뇌’ 효과를 가져온다는 반론은 유권자에 대한 무시”라고 일축했다. 허나, 그렇게 돌파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특정후보 편들지만 공개 지지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말 칼럼에서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 지지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다. 적어도 언론이 공정, 중립 운운하며 실제로는 시작부터 끝까지 미래권력 창출에 개입하는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선거법 96조 ‘허위논평·보도의 금지’다.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세히 읽어보면 특정 후보 당락을 위한 허위·왜곡 보도와 논평을 금한다는 말이다. 사실에 입각해서 투명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 지지는 사설, 논평의 영역에서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언론이 없는 입장을 만들어서 공표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다 있다. 언론만 모른 척할 뿐이다. 언론의 입장은 넘쳐나는 여당 대선후보에 대한 칭송과 염려와 배려 속에도, 상대적으로 분량은 적지만 안철수 전 대선후보에 대한 기대 섞인 분석에도 스며있다.
익히 알고 있는 사례지만 소개해보자. 미국 대선 과정이었던 지난 10월 25일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 더'라는 사설에서 비록 오바마에게 실망스러운 점이 있지만 그가 미국을 더 건전한 재정 기반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며 재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롬니 후보에 대해서는 "롬니가 공론을 무시하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현실을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이틀 뒤 뉴욕타임스도 ‘버락 오바마에게 재선을’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강자가 아닌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산안을 만들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 노력해왔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롬니 후보에 대해서는 ‘무모한 예산안 삭감과 신빙성 없는 30년 전 아이디어인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등 대중이 듣기 원하는 것을 말하는 교활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공정·중립 표방의 자유와 편파·왜곡의 자유

이런 정도의 선호와 평가가 우리 신문에, 방송의 보도와 편집에 없는가? 넘쳐난다. 기사의 내용이나 수준과 별개로, 미국 언론과 차이는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 말 그대로 공표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공약에 점수를 매기든, 점수 따라 줄을 세우든 좋다. 입장부터 까란 말이다. 지금 상황은 역설적으로 편파·왜곡언론들에게 중립을 치장하고 공정언론의 명패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유만 보장하고 있다. 누구처럼 진심이 있으면서 없는 척한다. 진심을 본심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독자로서, 시청자로서, 그리고 유권자로서 이런 불쾌한 상황이 그만 되풀이됐으면 좋겠다.

김상철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공저자  |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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