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3일자 기사 '윤여준 연설, 민주당에 없던 전략의 고리'를 퍼왔습니다.
친노 샴페인 터트리지 말고 ‘문재인 중심’으로 가야 선거 이긴다

▲ 지난 9월 담쟁이 캠프 1차회의에 참여했던 윤여준 전 장관의 모습. 그의 찬조연설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를 넘어 많은 유권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뉴스1
윤여준 연설이 세간의 화제다. 어째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아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했다는 평가다. 그는 자신이 ‘보수주의자’이며 민주세력의 반대편에 있었던 ‘민주화에 대해 아무 공헌이 없는 사람’이란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런 자신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민주주의를 더 잘 이해하고 국민통합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윤여준의 연설이 말한 것은...
윤여준의 연설은 전반적으로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에서 주저하는 중도층 유권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서 설명하는 ‘타겟 연설’이었다. 그는 ‘후보는 좋은데 당은 싫다고 하는 사람들’, ‘후보는 좋은데 친노는 싫다고 하는 사람들’, ‘후보는 좋은데 대북정책이 불안하다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자신이 만나본 문재인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고 아래 사람에게도 겸손하게 대하며 다른 진영에서 일하던 자신을 두 시간만에 설득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윤여준은 ‘선거에서 이기는 능력’과 ‘당선 후 통치를 잘할 능력’을 구별하는 것도 유권자의 역량이기 때문에 다소 어눌해 보이더라도 후자를 잘할 문재인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한다.
그의 연설은 민주당의 약점은 후보와 분리해내고, 후보의 명백한 약점을 다른 식으로 접근해서 장점으로 전환해내며, 상대 후보인 박근혜 후보의 이름을 한번도 꺼내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가장 아픈 부분만 후벼 파낸다. 그의 연설 속에서 박근혜 후보는 ‘십 년을 알아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고, ‘통합이 아니라 동원’에 능한 사람이 되고,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 되며, ‘선거운동만 잘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면서도 그의 말은 자신이 겨냥했을 50대-중도층-남성들의 세상 인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당선 후 통치역량을 말하려면 후보를 지지하는 정당이나 관료들의 역량까지 평가해야 하지만, 그는 후보 개인의 인품과 리더십에 집중해서 설명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왜 민주당은 지금까지 이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를 위해 필요한 중도층을 포섭할 논리를 윤여준처럼 개발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민주당의 선거전략으로 생각해 볼 때 이는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지’의 문제에 가깝다. 이전 기사에서 지적했듯 (링크) 민주당 측은 포섭해야 할 중도층 유권자들을 ‘돈에 눈이 멀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 ‘사실 별 생각이 없는 층들’, ‘김영삼과 함께 오락가락한 이들’, ‘민주화 운동과 친노세력의 중요함을 느끼지 못한 이들’ 정도로 치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안이한 판단의 근거에는 굳이 이들을 설득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정세판단이 있다. 트위터에서 관찰되는 문재인 후보의 핵심지지층은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지지층에게 ‘승리’의 희망을 주어 투표율을 높이는 전략이란 차원에선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런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저 투표 독려만 할 뿐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다른 접근을 하지 못한다면, 그릇된 정세판단이 ‘뒷심 부족’의 패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민주당의 안이한 정세판단과 부족한 노력
공표된 여론조사를 꼼꼼히 살펴보건대 문재인 후보 측은 분명히 맹추격하고 있고 승부를 초초박빙의 혼전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사실이나 명백하게 뒤집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란 건 사실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말과 같고 문재인 후보가 앞선 여론조사의 숫자가 아직까지는 다수도 아니다. 그런데 복수의 정치부 기자들은 현 시점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번 선거는 이겼다’고 믿는다고 증언한다. 이미 이긴 승부라고 보고 대선 이후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판단의 안이함이 현재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 진영의 자기 확신과 결부되는 모습을 보일 때 중도층 유권자들은 심정적으로 표를 주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트위터 세계에선 친노 성향의 파워트위터리안 몇 명만 대선 때까지 트위터를 못하게 막아도 문재인이 당선될 것 같다는 푸념마저 나온다.
결국 문재인의 핵심 지지층은 윤여준의 연설에 열광했지만 윤여준이 공략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권자들은 물론 ‘참여정부 심판론’보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마음이 기운 상황이지만 이 시점에서 ‘참여정부 심판론’에 조금이라도 솔깃하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사인을 준다면 이 선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 후보 측의 선거전략은 발이 너무 느리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윤여준의 연설은 이 발 느린 대응을 장점으로 포장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초초박빙의 승부에서 남의 표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가령 김현철이 사실상 지지선언을 한 시점에서 문재인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한번 찾아가 설득해내는 모양새를 만들어내며 부산경남 지역을 한번 더 흔든다든지,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친노 비서관 9인(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의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용익 선대위 공감2본부 부본부장,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정무행정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 윤후덕 비서실 부실장) 및 기타 몇몇 인사들의 청와대와 내각 불참여를 선언한다든지, 혹은 극단적으로는 안철수 지지자들을 더 확실히 끌어오면서 정치개혁의 대의에도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헌안을 제출한다든지 낼 수 있는 수는 무궁무진한데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막아내는 능력도 매우 부족하다. 김진표 의원처럼 현 시점에서 동성애자에 반대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통제되었어야 하고, 한화갑이나 박주선 같은 동교동계 인사들에 대한 예우도 필요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을 이편에 묶어두는 게 득표확장에 도움은 안 되지만 저쪽에 넘어가면 일정 부분 타격은 있다는 우려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꾸준히 지적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대처가 없었으니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의 입장에선 친노들이 옛날처럼 ‘호남에서 표를 덜 얻어야 영남에서 표를 더 얻을 수 있다’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한 표가 아쉬운 판국에 쓸데없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친노 때리기'가 아닌 '문재인 살리기'가 필요해
물론 친노 인사들을 캠프에서 배제한 것이 오히려 캠프의 대처능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시사in 기사) 과거 정부 인사를 무조건 잘라내고 배척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 측은 중도층 유권자들이 문후보에게 가지는 의구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 그것은 윤여준이 들었다는 그 반응들이다. 비유하자면 그것은 한 남자와의 결혼을 고민하는 여성이 그 남자는 좋은데 시댁의 등쌀과 시누이들의 텃세를 우려하는 상황과도 같다. 남한 사회에서 아직까지 결혼은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의 결합이다. 그리고 정권교체는 분명히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문제가 된다. 그런 상황에선 전자는 좋아도 후자가 미심쩍어서 손이 안 간다는 상황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
실은 이런 구도를 설정한 것 자체가 윤여준 연설의 탁월한 부분이다. 이제 중도층 유권자의 의구심을 덜기 위해 문재인 후보 측이 할 일은 윤여준 연설 동영상을 널리 유포하는 것을 넘어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확실한 리더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친노를 쫓아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후보가 ‘친노의 문재인’이 아니라 자신의 지도력과 스타일로 정치를 해나갈 것이라는 확신만은 줘야 한다. 만일 친노세력의 백의종군 선언이 필요하다면 이런 맥락에서 선언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친노가 잘못했기 때문에 물러난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의 지도자는 문재인이며 친노가 아닌 친문으로 거듭나겠다는 제스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여준 연설은 사실은 문재인 후보가 측근들의 용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할 위인이란 사실도 드러낸다. 그러한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기 위해 그는 ‘선거운동을 잘할 후보’vs‘대통령을 잘할 후보’의 구도를 만들어냈다. 탁월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윤여준의 포장’을 넘어 측근들에 발휘되는 ‘수평적 리더십’의 폐해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가 보여주었듯 측근 인사나 관료조직과의 민주적인 소통이 너무 강조될 때, 오히려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권의 대응이 지리멸렬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평적 리더십'을 넘어서
이런 경우엔 리더가 과감하게 나서 자를 부분은 자르고 혁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령 군대조직만 하더라도 간부들과 공관병에게 엄한 사단장이 사병들에겐 관대할 확률이 높다. 모든 사람에게 관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일인 건 사실이다. 측근들과 관료조직에게만 ‘수평적 리더십’이 적용될 때, 그것이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수평적 리더십’이기는커녕 ‘정실정치’로 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리더가 자신의 판단을 통해 조직을 혁신하는 것이 조직 바깥의 사람들 요구를 받아들이는 ‘소통’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추격이 다소 늦게 시작되어 이제야 박빙 상황이 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마지막으로 넘어서야 할 문턱은 이러한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친노들이 샴페인을 일찍 터트려서는 답이 없고 민주당이 문재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 윤여준의 연설이 보여준 것은 민주당에게 부족했던 이러한 전략의 고리였다. 윤여준의 전략을 민주당 차원에서 재연해낼 수 있어야 이 선거에서의 확실한 승리가 가능하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ua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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