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사설]대한문 농성장 강제 철거를 반대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16일자 사설 '[사설]대한문 농성장 강제 철거를 반대한다'를 퍼왔습니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옆에 차려져 있는 농성장이 강제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 관할 서울 중구청이 이곳에 설치된 천막들을 도로교통법상 불법적치물로 보고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14일 보냈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보름 내 철거하지 않으면 경찰의 지원을 받아 강제 철거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난 4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천막 농성을 시작한 이래 최근 용산참사 유가족,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 주민, 핵발전 폐기 운동가 등이 합류해 이뤄진 ‘농성촌’이 7개월 만에 사라지게 된다. 


결론부터 밝힌다면 이 농성촌을 강제로 철거하는 것에 반대한다. 왜 서울 한복판에 이런 농성촌이 형성돼 존속해왔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단지 불법이란 이유만을 앞세워 철거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배려를 잃어버린 불통지대인지를 증거할 뿐이라고 본다. 그 불법의 폐해는 보행자에게 방해가 된다거나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는 관광명소의 미관을 해친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한 농성촌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기 전에 농성촌 자체의 적법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 인식에 공감한다.


왜 그런가. 농성 참가자 가운데는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강제퇴거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용산참사도 법치의 이름으로 감행된 진압작전 와중에 빚어졌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 속에 희생자들은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화염병을 던진 건 불법이었으되 살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 이 구조적 문제, 즉 “왜?”를 생략한 채 불법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태도다. 그것을 권력의 폭압성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는 1987년 6월항쟁을 비롯해 독재 시절 숱한 민주화 투쟁이 명동성당에서 이뤄졌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명동성당은 언로가 꽉 막힌 한국사회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했다. 25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어느 구석은 그때 못지않게 소통장애를 겪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SKY로 일컬어지는 쌍용, 강정, 용산 사태라 할 수 있다. 시대의 아픔을 상징하는 것이자 본질적 해결을 기다리는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은 오로지 불법성만으로 재단될 수 없다. 함께 아파하며 풀어가야 한다. 과거 명동성당 같은 곳이 현재의 대한문 농성장이다. 이것을 폭압적으로 철거한다면 이야말로 우리사회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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