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 ‘손익계산서’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10일자 기사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 ‘손익계산서’'를 퍼왔습니다.

·보험업계·병원업계·삼성·국민 중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일까

10월 29일 보건복지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관보에 게재하면서 영리병원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와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 허용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이미 경제자유구역이 전국적(광역시 3곳, 시 이하 지자체 13곳)으로 허용돼 있는 데다, 내국인 진료가 100%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영리법인과 마찬가지이며,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은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험업계’ ‘병원업계’ ‘삼성’ ‘국민’을 열쇳말 삼아 영리병원이 확산될 경우 예상될 수 있는 이익과 손해가 각기 어떤 집단에 집중될지 따져봤다.

보험업계

보험업계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얻을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보험업계에서는 당연히 건강보험보다는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익이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로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병원에서 청구하는 모든 비용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높은 진료비가 발생하므로,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사람들의 민간보험에 대한 수요는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보험업계가 영리병원 도입을 원하는 이유다. 게다가 논의 초기에는 외국인만을 진료할 수 있었지만, 관련법과 시행규칙 및 시행령이 제·개정되는 과정에서 현재는 내국인도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2009년 7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건강보험의 의존도가 떨어질수록 민간보험 의존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최근 민간보험 시장이 급성장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60% 수준인 상황에서 민간보험 시장은 보험료 기준으로 2009년에 이미 약 12조원에 달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민간보험 시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규모가 30조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특히 의료기관 이용시에 발생하는 진료비를 보상해주는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띈다.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은 2003년 5월 노무현 정부가 집단형 실손보험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는데, 가입 대상을 개인으로까지 확장하고 생명보험사의 실손형 의료보험 판매를 허용한 2005년 이후 4년 동안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는 이미 2007년에 15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꼴이다.

보험업계 입장에서 보면, 영리병원 도입이 단순히 민간보험 의존도 상승이라는 효과를 수동적으로만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보다 파급력이 더 높은 것은 보험업계 자본이 영리병원 설립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 및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면, 국내 자본도 외국 자본 50%를 끼고 영리병원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영전 한양대 교수(예방의학)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분석한 논문에서 “의료민영화의 기초적인 자료와 논리는 이들 대형 민간보험회사가 내놓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업계는 기존 보험 시장의 포화와 외국계 보험사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한 난국을 건강보험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보상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책국장은 “정액형 의료보험은 지금 포화상태다. 실손형 의료보험을 키우려면 건강보험이 망하거나,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떨어지거나, 보험회사가 병원을 경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업계


2008년 1월 대한병원협회는 ‘담대한’ 구상 하나를 발표했다. 이른바 ‘5000만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구상은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국인들 5000만명을 국내 병원으로 유치하겠다는 발상이었다. “한·미 양국 항공사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이 방안이 용이치 않을 경우 미국 군함을 이용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보고 ‘의료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보는 병원협회의 시각은 인수위원회 시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 민영화 정책을 검토한 이명박 정부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산업화 정책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병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국내 병원도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병원협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주장이다. 2010년 6월 당시 성상철 대한병원협회장이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료서비스는 미래산업이다. 투자개방형(영리) 병원과 의료채권을 허용해야 의료산업이 도약할 수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의 틀을 유지하면서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영리병원을 대놓고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의협은 지난 9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을 추진하겠다면서 “2012년 9월 19일부터 개설한 지 90일 이내의 의료기관의 장을 대상으로 청구인 모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받도록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이다. 병원업계가 이처럼 영리병원 도입을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형준 인의협 정책국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병원으로 자본이 투입되고 병원에서 올린 수익을 병원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병원은 매력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업계가 영리병원 허용을 원하는 이유는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욕구와 병원 간 경쟁 격화다. 현재 산업구조로는 팽창 가능한 한계상황에까지 와 있는 병원 자본이 주식 발행 등의 형태로 외부 자본을 조달해 덩치를 키움으로써 병원 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런 전략은 대형 병원이 구사하기에 알맞은 전략이다. 

그렇다면 중소형 병원은 어떨까. 정 정책국장은 “한국 병원의 대다수(약 57%)가 개인병원인데, 작은 병원들은 영리법인으로 전환했을 경우 법인세가 지금 개인사업자로 내는 소득세에 비해 10%포인트쯤 낮아진다. 영리법인으로 가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2009년 3월 당시 권영욱 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의료전문지 인터뷰에서 “중소 병원 부도율이 10%에 육박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리병원 제도가 도입되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낭떠러지에 몰린 사람이 동아줄을 찾는 것이다. 500병상 규모 병원을 만드는 데도 자본만 2500억원 이상이 들고 조직과 인력 노하우 등 필요한 게 많다. 중소병원은 경쟁에서 살아나기 위해 투자자금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2월 삼성은 인천시와 송도지구 내 삼성 바이오제약 입주협약을 체결했다. 경향신문자료사진

삼성

보험업계와 병원업계가 영리병원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보험 사업과 병원 사업을 모두 갖추고 있는 집단은 어떨까. 재벌 계열사로는 삼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삼성이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민영화에서 수혜를 입을 대표적인 집단으로 거론되는 것은 비단 삼성그룹이 삼성생명과 삼성의료원을 주축으로 하는 보험사-병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료산업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의 위치로 부상했다. 

삼성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후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산업이다. 삼성은 2020년까지 2조1000억원을 바이오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주요 거점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지구다.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일본 다이와증권은 지난해 컨소시엄(ISIH 컨소시엄)을 구성해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ISIH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다. 삼성은 지난해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을 발족시켰는데, 추진단은 삼성의료원 산하 병원, 삼성 바이오로직스, 삼성메디슨, 삼성전자 의료장비팀, 삼성에스원 등이 계열화한 형태다. 병원, 제약, 의료기기, IT(정보기술)가 결합되는 형태인 것이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2003년 이후 삼성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관통하는 ‘의료산업 선진화’ 정책의 로드맵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2005년 9월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자료집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의료원, 삼성경제연구소의 의료산업 관련 전략이 비슷한 시기 정부 및 국회 입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분석한 바 있다. 자료집은 “의료산업화정책 추진의 핵심 인사들이 제시하는 의료산업화 필요성과 근거는 그동안 삼성에서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채택하고 있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사정이 비슷하다. 2010년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그해 10월 발표한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보건복지가족부 용역 의뢰)를 입수해 폭로했는데, 보고서가 강조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와 원격의료 도입이 당시 국회에 상정돼 있던 건강관리서비스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과 같았다. 한편 중앙일보는 지난해 7월 11일부터 15일 사이에 투자병원(영리병원) 관련 기사 16건을 쏟아낸 바 있다. 이 시기 중앙일보가 보도한 기사 중 하나는 ‘투자병원 법안 8월 국회 처리’(7월 14일자)였다.

박형근 교수는 “바이오산업의 최종 소비처는 병원이다. 노무현 정부 초·중반까지는 의료산업 구상이 잘 진행됐는데, 삼성 비자금 문제가 터지고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주춤했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다시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추진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영리병원 허용으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의 손해는 일반국민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만의,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매도할 일이 아니다. 보건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원의 결과가 그렇다. 2009년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과 보건산업진흥연구원에 공동으로 작성한 용역보고서(‘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영리병원 등 의료민영화 관련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경제관료의 논리를 반영한 한국개발연구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연구원의 결론이 달랐다. 정부 부처 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했던 것이다.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임자인 진수희 전 장관이나 현 임채민 장관과 달리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보고서는 의료기관 성장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조달 방법으로서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곧이어 “단순한 자본조달로서의 측면뿐 아니라 기타 보건의료체계와의 관련성 및 도입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함”이라고 밝혔다. 산업적 측면이 아니라 보건의료체계의 공익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현황에 비추어 영리병원 도입이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결과를 압축하면 이렇다. 우선 “현재의 개인병원이 영리법인 의료기관으로 20%만 전환하여도 국민의료비가 약 1조5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으로 “영리병원 도입시 추가로 필요한 의료인력(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약사)의 공급에 있어 비영리병원으로부터의 이동은 불가피하며, 도미노 현상에 의해 현재 의료인력 공급 취약 지역의 의료인력 수급 어려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봤다. 개인병원이 영리병원으로 20% 전환할 경우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약 66~92개 소속 전문의가 일시에 유출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사의 90%, 병의원의 90%, 병상의 86%는 도시에 집중돼 있고 응급의학과가 없는 지역이 106개에 이른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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