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새누리의 경제민주화 ‘용두사미’로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12일자 기사 '새누리의 경제민주화 ‘용두사미’로'를 퍼왔습니다.

ㆍ주류 ‘보수 결집론’, 쇄신파 ‘중도 확장론’ 눌러ㆍ대선전략도 “집토끼만으로 집권 가능” 제자리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가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만든 경제민주화 핵심 공약들을 대부분 거부하면서다. 그럼에도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등 내부 쇄신파는 반발보다는 침묵을 선택하고 있다. 대선까지 불과 37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무대에서 주연들은 내려오고, 더 이상 그 간판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도 엿보인다.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중도 외연 확장’론의 상징이던 경제민주화 없이 ‘집토끼(보수)’만으로도 집권할 수 있다는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점에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보수의 갱신 실패로 규정할 만한 상황이다. 

■ 막 내리는 경제민주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12일 전북 익산 금마시장을 방문해 미나리를 구입한 뒤 새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9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해산물을 한 쟁반 가득 사고 바지 주머니에서 8000원만 꺼냈다가 돈이 부족해 조윤선 대변인이 5만원을 대신 낸 바 있다. 익산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근본적으로 쇄신파의 ‘중도 확장론’과 당내 다수인 성장론자들의 ‘보수 결집론’의 계속된 다툼에서 결국 수구적 노선이 승리한 것으로 요약된다. 한 경실모 소속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이제 끝난 것이다. 이제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4·11 총선 때 보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100을 요구하면, 박 후보는 70만 수용하는 게 일관된 흐름이었다. 박 후보로선 얻을 것은 다 얻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변화를 상징하며 4·11 총선 승리 기폭제가 된 경제민주화가 대선 국면에선 용도폐기됐다는 의미다.

그 결과 이번 경제민주화 파동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한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12일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많은 유권자가 총선 때부터 우리에게 기대했던 것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선거에 좀 영향이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 한 관계자도 “박 후보 출마선언문에도 나오고, 정강·정책에도 제일 먼저 나온다. 앞으로 TV토론 등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박 후보 고민은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땔감(성장)을 마련하면서 구들장(경제민주화)도 고치자, 즉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경제민주화도)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부에선 “후보에게 언론 플레이를 하고 무조건 다 받아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선대위 관계자)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민주화론의 당내 지원군이던 경실모는 자포자기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은 “이거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선만 아니면 세게 붙어야 하는데, 그러면 박 후보 입지가 좁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이 결별보다는 봉합으로 정리되길 바라는 기류가 다수다. “박 후보는 기업 사내 유보금 투입 등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고 김 위원장은 선거 캠페인 측면에서 시원하게 기업을 비판하라는 것”(당 핵심 관계자)이라는 ‘양시론(모두 옳다)’식 미봉이다. 그만큼 결별 파장이 클 수 있다는 방증이다.

■ 전략의 변화, 결과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선택은 결과적으로 대선 전략의 변화로 분석된다. 불과 한 달 전 김 위원장과 충돌하던 이한구 원내대표를 선대위에서 사실상 배제하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마땅한 대응책을 못 찾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보수 지지층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집토끼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과거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중도·보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실패한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대구·경북이나 부산·울산·경남의 이상 기류를 보면 “보수층에서 박 후보 지지를 말하지 않고 있는 층이 상당수 있다”는 판단도 배경이다. 2002년 대선에서도 등장한 소위 ‘숨은 표’ 논리다. 

하지만 반론도 들린다. 선대위 한 핵심 관계자는 “당이 지금 비대위 전으로 돌아가 집토끼만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번 인혁당 논란이 벌어질 때 당에서 제일 많이 나온 말이 ‘500만표 차이로 이긴다’는 것이었다. 당의 현실인식이 어떤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김광호·이지선 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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