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박근혜, 경제민주화 버리고 ‘줄푸세’로 ‘우향우’?...김종인은 ‘팽’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1-12일자 기사 '박근혜, 경제민주화 버리고 ‘줄푸세’로 ‘우향우’?...김종인은 ‘팽’'을 퍼왔습니다.

ⓒ김철수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여의도 국회 비상대책위원장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웃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버리고 '우향우' 노선을 택하면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뭘 어쩌겠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박 후보는 11일 중앙선대위 회의 직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박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기존 순환출자 유지'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더 이상 자신이 할 일은 없다"며 섭섭한 심기를 드러냈다.

회동 직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도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 "당시 합법적으로 다 허용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전부 다 끊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게 된다"며 "몇 조원씩 들어가는 것보다는 투자와 실제 일자리 창출에 쓰는 것이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박 후보가 기본 입장을 거듭 재확인한 것으로 사실상 경제민주화 정책공약에서 김 위원장의 '대기업 규제 방안'을 배제할 뜻을 분명히 하는 발언이었다. 또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중도층 등 '산토끼'를 잡는 대신, 재벌 등 전통적 지지층인 '집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러한 박 후보의 '우향우'는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산학정 특강에서 경제위기 해법으로 경제민주화와 경기부양책을 병행하는 '투트랙' 노선을 제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당시 특강에서 "다음 정부 5년 동안 예상되는 침체 상황을 맞아 경기 활성화와 성장 잠재력을 배양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기업들이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현실을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인세 세율 문제도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 공약의 주역이며 박 후보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장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 손을 사실상 들어준 것이었다.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논쟁에서 '당무 거부'까지 하면서 강경하게 경제민주화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맥이 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 토론회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가 이 문제(경제민주화)를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던 김 위원장이었다. 

박 후보가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에 재차 찬물을 끼얹은 것은 지난 8일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그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며 "순환출자 기존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비용이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특정 대기업을 때리기라든가, 기업과 국민의 편 가르기는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우향우'..야권 "실연당한 김종인에게 위로"

야권에서는 일제히 박 후보의 '우향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0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 박광온 대변인은 "박 후보는 처음부터 경제민주화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경제민주화를 이용할 만큼 이용하고 이제는 휴지통에 버리는 것인지 밝혀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캠프 황대원 부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김종인 개혁파의 경제민주화 구상은 새누리당 수구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고 질타했고, 허영일 부대변인은 "줄·푸·세 공주가 박근혜 후보의 본래 모습"이라며 "실연당한 김종인 위원장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비꼬았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도 이날 부산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박 후보의 기존 순환출자 규제 반대 입장에 대해 "'유신은 어쨌든 지난 역사니까 그냥 넘어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간판으로 내세워 4월 총선에서 이겼다"며 "몇 달이나 됐다고 이렇게 물러설 거면 총선 결과도 일부 물러야 되는 게 아닌가 묻고 싶다"고 몰아세웠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도 지난 9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 후보가)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살을 드러냈다"며 "말로만 경제민주화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별설'에 대해 "뭐 결별이 간단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생각을 한번 해 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박 후보와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어떻게 떠날 것인가'를 주변 인사들과 상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명규 기자 pres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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