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대선 이슈로 떠오른 NLL...'북풍' 공세속에 10.4선언 의미 퇴색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0-14일자 기사 '대선 이슈로 떠오른 NLL...'북풍' 공세속에 10.4선언 의미 퇴색'을 퍼왔습니다.
‘역사적 진실’은 안드로메다로...‘정치공세’만 남아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대선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발단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2007년 정상회담 비밀녹취록’을 폭로한 것이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뒤이어 새누리당은 ‘영토 주권 포기발언’,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강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애초 ‘녹취록’를 주장했던 정문헌 의원이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 ‘비밀녹취록’은 없었던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내용이 중요하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으나, 선거를 앞두고 ‘아니면 말고’식 폭로로 이념.안보 문제를 꺼내든 것은 ‘북풍 공세’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NLL 이슈는 이미 대선 중심 이슈로 부각돼버렸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선 탐탁지 않은 일이다. 이슈의 주도권을 새누리당이 쥐고 있을뿐더러, 안보 이슈가 부각되는 것은 통념상 보수정당에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울러 ‘비밀녹취록’은 없더라도 ‘정상회담 대화록’은 존재하는데, 이는 1급비밀로 묶여 있어 대선 전에 대중에 공개되는 게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이 ‘대화록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폭로해도 대선 전까지 사실관계가 분명히 밝혀지기 어렵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해명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승빈 기자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2007년 남북정상회담때 공식수행했던 참여정부 인사들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비밀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민주당은 그래서인지 '대화록' 존재와 관련해서는 적극대응하고 있지만, NLL 자체에 대해서는 논쟁을 삼가는 분위기다. 

문재인 후보는 “책임지겠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2007년 정상회담 공식 수행을 했던 인사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단독회담’이나 ‘녹취록’이 없었다는 점과 NLL 문제가 정상 간에 논의되거나 약속할 만한 성질의 사안이 아니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NLL 문제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서 NLL을 둘러싼 논란 자체는 피해가는 모습이다.

‘NLL 입장차’는 남북 사이에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겪었고, 국민들이 안보 이슈에 민감해지면서 NLL 문제는 ‘이야기하면 큰일 나는 얘기’가 돼 버렸다. 

그러나 NLL을 둘러싼 논쟁은 남북 사이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남쪽 내에서도 NLL에 대한 논쟁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며, 10.4선언에 담긴 ‘공동어로구역’처럼 NLL 주변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 또한 역사가 깊다.

NLL은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서해상의 해상경계선을 같은 해 8월 30일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북한과의 협의 없이 남한 선박과 군함의 월북을 막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말 그대로 ‘북방한계선’이다.

당시 북한의 해군력은 완전히 파괴되어 북방한계선에 대한 자기주장을 할 여력이 없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1953년의 휴전협정에서 육지의 경계선은 확정된 반면, 해상의 경계선은 합의되지 않았다. 

북은 1973년 유엔군사정전위에서 서해5도에 대한 관할권을 제기한 이래, 줄곧 이 지역에 대한 이슈화를 시도해 왔다. 이렇게 된 데는 해당 도서 및 바다가 꽃게잡이와 같은 어로작업에서 중요한 점과 북의 군사방위상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아울러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기본합의서에는 현재의 관할 구역을 존중하되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돼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7월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양호 국방장관은 “NLL은 우리가 어선의 월북을 막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한계선으로 북한에서 이를 넘어와도 정전협정과는 무관하다”고 답한 바 있다. 

2002년 서해교전을 겪으면서 NLL 문제는 남쪽 내에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에도 국제법 학자 등 전문가들은 “북한 측의 NLL 이월을 영해침해로 보기는 어렵다”며 분쟁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2010년 12월엔 더욱 결정적인 발언이 공개됐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일방적으로 설정된 NLL이 국제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개된 외교전문은 키신저 전 장관이 1975년 2월 28일 자신의 명의로 주한미대사관, 주한 유엔군사령관 등에 보낸 것으로 “NLL은 일방적으로 설정됐고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공해를 구분 짓기 위해 일방적으로 경계선을 설정했다면 이는 분명 국제법과 미국법에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서해상 충돌을 국제무대로 끌고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해온 것도 이 지역이 국제분쟁지역화 하는 것을 우려해서다. NLL 이남에 대한 권리가 남측에 있다고 인정해줄 법적 근거와 구속력이 약한 상황 때문이다.

노무현이 뛰어넘은 ‘금기’,...‘북풍’, 논란속에 퇴색되어 가는 본래 의미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지대 합의를 이룬 데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회담을 마치고 국민 보고대회를 하는 자리에서 “박수 한 번 더 치자”고 했을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며칠 뒤인 10월 11일 5당 대표.원내대표 간담회에서 “그 선(NLl)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금지선이었다”면서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웅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5주년 토론회 "한반도, 다시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에 참석한 가운데 10.4 남북정상선언 당시 악수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당연히 보수언론과 정당은 ‘북측의 주장과 같은 논리’라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격은 10.4선언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구상은 NLL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NLL을 둘러싼 남북 입장차와 이로 인한 우발적 충돌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10.4선언에서 남과 북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합의한 것은 남북 군사력이 밀집돼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큰 서해지역에 경제특구를 조성함으로써, 서해상의 무력충돌을 막고 서해를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우리의 아이디어에 북측이 호응해와 60여년 동안 줄곧 분쟁의 장소였던 서해에 대한 ‘해법’을 찾은 셈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올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발표하며 10.4선언을 존중한다고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다시 수구적인 관점으로 회귀해 NLL을 정치쟁점화하는 앞뒤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통합당도 새누리당의 ‘북풍 공세’에는 맞서고 있지만, NLL 자체에 대해서는 정면대응을 삼가면서 10.4선언의 본래 의미가 퇴색돼 가는 국면이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