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늪에 빠진 재개발 사업, 어떻게 탈출해야 하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5일자 기사 '늪에 빠진 재개발 사업, 어떻게 탈출해야 하나?'를 퍼왔습니다.
[부동산 정책, 이렇게 바꾸자·⑤] "사용자 중심의 정책 방향 필요"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딜레마에 빠진 도시재정비사업

2009년 1월 상가세입자 5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용산참사의 원인은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상가 임차인들에 대한 비현실적인 보상문제와 폭력적인 강제퇴거·철거, 공권력의 과잉진압 등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 용산참사 문제가 서서히 잊혀 갈 즈음, 뉴타운사업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으로 추진한 뉴타운 사업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2011년 1월 시점에 서울시가 2002년도부터 시작한 뉴타운 사업지구 35개 지구 237개 사업구역에서 공사를 시작했거나 끝낸 사업구역은 32개에 불과했다. 86.5%의 사업지구가 착공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자치단체들이 포기선언을 하자 뉴타운 사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뉴타운 문제는 결국 새로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1월 30일'서울시 뉴타운ㆍ정비사업 新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사업성과 전면철거 중심에서 공동체·마을 만들기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의 중심축을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되었다.

서울시는 강북 뉴타운 문제 말고도 10년 넘게 강남 재건축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중이다.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개발된 영동지구(강남구)와 잠실지구(송파구)가 아파트 재건축 가능 법정 기간인 20년이 지나자 2000년대 초반부터 재건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노무현 정부(2003~2008년)가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집값과 혈투를 벌이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주변 지역은 물론 수도권 전체의 집값 상승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강남의 아파트 재건축 사업추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1년 12월 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가락 시영아파트를 제2종에서 제3종으로 종상향하고, 5층 아파트를 최고 35층(용적률 285%)으로 건설하도록 허용한 도시계획 결정은 많은 논쟁을 초래했다.

ⓒ뉴시스

공통의 '구조적 원인'은 개발이익에 기댄 합동재개발방식 원리 적용

2000년대 들어 서울시가 왜 갑자기 이러한 문제들에 노출되기 시작했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은 '현상'에 불과하다. 용산참사-뉴타운 문제-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업 지체 및 종상향 문제를 관통하는 공통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오늘날 진행되는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기본적으로 합동재개발사업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즉 발생하는 개발이익에 기대어 사업을 추진하여 개발비용을 충당하면서도 나머지 개발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의 핵심 전제는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에 따라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사유화다. 만약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합동재개발 방식은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용산참사의 현장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여러 연구들은 재정비사업의 추진 동기를 건설자본과 대토지 소유주들이 개발이익을 나눠가지기 위한 것으로 본다. 법의 이름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재정비사업이 결국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집과 삶을 빼앗아 건설자본과 대토지 소유주들에게 넘겨주는 사회적 장치라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거환경 개선 등의 목표를 내세우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도시 미관 개선을 추구할 뿐이다. 이처럼 도시재정비사업이 도시주거환경 개선이 아닌 개발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추진되면서 정비구역 과도 지정 및 해당 구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여러 문제를 초래했다.

대안적인 도시재정비사업 모델이 갖춰야 할 조건들

합동재개발방식이 오늘날 진행되는 여러 문제들의 공통된 구조적 원인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즉 합동재개발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도시재정비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안적인 도시재정비사업 모델은 지금까지 살펴본 도시재정비사업의 공통 시행방식인 합동재개발 방식이 초래한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 대안적인 도시재정비사업 모델이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조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지가수준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하면서도 도심 적정개발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재개발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재개발 대상지역의 주민들이 실제 부담가능하고 입주가 가능한 가격과 규모가 되어야 한다. 셋째, 재정비사업을 통해 건설된 주택이 주민들(세입자 포함)에게 공급되어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수익성에 맞춘 사업 추진으로 인한 공간적 불균형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떠한 대안 모델로 가야 하는가?

토지가 사유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개발이익의 소유 주체를 둘러싼 주민과 정부 및 건설업체간의 싸움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왔다. 물론 일정 정도 제도 발전이 이루어져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분명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노쇠한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이라는 필연적 숙제를 안고 있다. 또한 개발이익 사유화에 기댄 도시재생은 너무도 큰 사회비용을 초래하고 있음을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개발이익 사유화에 기대지 않고도 도시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대상으로 기존의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주택이 노후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개발이익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사업을 걸러 내고(filtering), 노후하면서도 도시 전체 기능의 관점에서 재개발 필요성이 있는 사업만이 추진되도록 한다.

둘째, 수익성이 없는 노후한 주택재개발 지구를 대상으로 사적 토지재산권 체계를 공적 토지재산권 체계로 전환하여 공공토지임대제에 기반한 '토지임대형 도시재정비사업'을 추진한다. 개발이익 사유화를 예방하면서 건강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 바로 토지를 공유하면서 개인에게 임대해 주는 공공토지임대제이다. 수익성이 없는 노후한 주택재개발 지구를 방치할 경우 불량 주거지로 전락하게 되어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때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기반시설을 공급하고 주택 개량비를 보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정부는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주민의 동의를 얻어 사적 토지재산권 체계를 공적 토지재산권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셋째, 개발이익 증가에 따른 수익성이 충분하지 않아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강남 재건축단지에 공공토지임대제에 기반한 '토지임대형 도시재정비사업'을 적용한다.

토지임대형 도시재정비사업 시행방식의 기본원리

① 주민 참여형 주택개량 및 전면철거 재개발

먼저, 주민 참여형 주택개량의 경우 재산권자인 주민이 토지소유권을 지방정부에 매각하고 동시에 주민은 지방정부와 토지임대차계약을 맺어 토지사용권을 획득한다. 이후 재산권자는 토지소유권 매각에 따른 보상비로 주택을 신축(개량)한다. 이렇게 하면 주민의 재정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지방정부 역시도 사업 완료 후 토지사용권 임대로부터 꾸준한 수입을 창출하여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전면철거 재개발 방식에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② 전면철거 재건축

사업성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도시재정비 사업의 필요성이 강화되는 재건축 단지의 사업추진 방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앞에서 살펴본 주민 참여형 주택개량 방식은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라는 특성상 적용할 수 없다. 아파트 리모델링 방식 역시 노후도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적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전면철거 방식이거나 아니면 뉴욕의 슬럼가처럼 되는 것뿐이다.

뉴욕의 슬럼가가 되는 것을 배제한다면 결국 남는 방식은 전면철거 방식이다. 그럼 그 재원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단독주택은 소유자가 자기 부담으로 리모델링이든 신축이든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소유자들이 자기 부담으로 재건축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강남 재건축 단지처럼 이미 투기 목적으로 건축 수명이 다한 아파트를 구입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는 더욱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개발이익 환수 원칙을 고수하면서 재산권자들에게 토지임대형 주택, 즉 아파트 지분의 토지재산권을 지방정부에 양도하여 재건축을 추진한 후 기존 재산권자에게, 가령 40년의 토지사용권을 보장하며 또한 토지재산권 매각 대금으로 건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면 기존 재산권자에게는 하나의 출구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며 도시재정비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지방정부에게는 하나의 입구전략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양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재산권자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토지임대형 주택은 기존 아파트 재산권자에게는 토지소유권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토지사용권(연장 가능)과 건물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 기존 재산권자들은 토지재산권 매각 대금으로 건물분 아파트를 구입하기 때문에 재정부담은 없지만 매 달 또는 정기적으로 토지임대료를 납부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에 기존 아파트 매입 자금과 신축 아파트 건축비 부담이 발생하지만 건강한 도시재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리고 현금흐름을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지방정부는 정기적인 토지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서 빠른 시간 내에 부채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후 안정적인 지방정부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각 사업주체의 재정조달 체계와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성찬, "대안적인 토지임대형 도시재정비사업 모델 연구", 한국도시행정학회, 2012년 6월을 참고할 것).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토지임대형 도시재정비사업 모델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기존 재산권자의 토지재산권에 대해 시가에 준하는 보상을 실시하기 때문에 재산권 분쟁 소지가 없다. 둘째, 개발이익을 토지임대료로 환수하기 때문에 지가가 아닌 지대가 토지가치의 중심 역할을 감당한다. 셋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개발이익 환수 원칙을 고수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거품이 낀 지가가 차츰 정상 지가로 회복(하락)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정부의 토지매입 재정부담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넷째, 기존 재산권자는 큰 부담 없이 새로운 아파트를 획득할 수 있으며, 토지전세금 제도를 활용하면 매 달 토지임대료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섯째, 토지임대형 주택 가격을 낮추고 환매조건부를 결합하면 기존 세입자들을 흡수할 수 있어 일정 정도 주거복지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개발이익 사유화에 의존하는 현행 도시재정비사업 모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변화에 맞지 않게 된 낡은 옷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같다. 이제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하면서도 도시재정비사업을 추진하여 건강한 도시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토지임대형 도시재정비사업 모델'에서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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