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새누리당 브리핑 '금태섭 회견' 기사들…진실공방으로만 몰아
"박근혜와 안철수의 대선 전쟁이 네거티브로 막이 올랐다".
7일자 동아일보 3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부터 4면까지 총 4개면에 걸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폭로한 ‘새누리당의 대선 불출마 종용’에 대한 기사 11건을 실었다. 사설까지 하면 총 12개이다.
전체적인 기사 배치로 볼 때, 동아일보는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중계하면서 이것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전한 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평가절하하는 태도를 취했다.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안철수에 대한 의혹을 내밀며 불출마를 종용했고, 사정기관 등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금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동아일보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 ‘검증에 대한 물타기’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의 대부분 정치권의 비난을 인용하면서 본질을 회피했다. 금태섭 변호사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정준길 공보위원도 금 변호사가 밝힌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의 공보위원이 최대 라이벌로 거론되는 안철수 원장의 측근에게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부적절한데도 동아일보 기사에서 이를 분명히 비판하는 대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안철수 측 금태섭 변호사와 박근혜 캠프 정준길 공보위원 간 ‘진실공방’을 중계한데 이어 2면 머리기사에서는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하단에는 정준길 위원의 주장을 실었다.
문제는 여기부터이다. 동아일보는 3면부터 안철수 원장 측의 ‘새누리당의 불출마 협박 및 불법사찰 의혹 제기’가 언론의 검증 공세에 반전카드이자 물타기라는 의견을 전하면서 이를 “네거티브”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브리핑과 비슷한 논조와 내용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6일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금 변호사의 태도는 구시대적이고 정치공작적 행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안 원장에 대한 언론 검증이 시작되자 물타기를 하기 위해 사적 통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안 원장 측을 비난했다.
▲ 동아일보 7일자 3면 머리기사
특히 동아일보는 3면 머리기사 <朴 vs 安 대선 전쟁, 네거티브로 막 올랐다>에서 사정기관의 불법 사찰 가능성과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된 것 아니냐는 금 변호사의 의혹제기 자체를 비난했다. 동아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언론의 정당한 검증을 피하려 했다’는 비난이 일 수도 있다”면서 “금 변호사의 폭로가 ‘기존과 다른 정치’를 추구하는 안 원장에게 자칫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폄훼했다.
동아일보는 3면 하단 <언론검증에 불만… 安측 ‘이상한 음모론’>에서는 금 변호사가 제기한 ‘사정기관-새누리당-언론 카르텔’ 의혹에 대해 “유력한 대선 주자를 검증하는 언론 보도를 자신의 추측과 의심만으로 폄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7일자 3면 하단 3단 기사
금 변호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에서 적법한 방법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개인정보를 보도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동시에 취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일부 언론 뒤에 숨은,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이 현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 않은지 강한 의문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동아 4면에서는 폭로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을 강조했다. 동아는 안철수 원장 측이 구태정치를 펴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기자회견과 같은 시각에 열린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같은 면 하단에는 <도청사건-병풍의혹-BBK... 5년마다 폭로전> 제하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각종 폭로가 끊이지 않았다”며 “이 중에는 대선의 흐름을 바꾼 메가톤급 폭로도 적잖았지만 상당수는 나중에 허위로 밝혀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992년 ‘초원복집 도청사건’, 1997년 ‘김대중 후보 670억 원대 비자금’, 2002년 ‘이회창 후보 아들 불법 병역 면제 의혹’(병풍의혹),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나온 ‘이명박 후보 BBK 실소유주 주장’ 등을 예로 들었다.
▲ 동아일보 7일자 4면 하단 3단 기사
동아는 과거와 달리 박근혜 후보의 대응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이 신문은 현영희 의원 공천헌금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초 박근혜 후보에게 “이명박 대통령도 측근 비리가 터질 때마다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말하다가 나중에는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태로 악화됐다”며 “박 의원이 이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친구 사이에 편하게 오간 얘기를 갖고 불출마 협박을 했다고 폭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어렵다”고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잣대로만 보면 대응방식에서 미온적인 박 후보를 질타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현재로선 어느 쪽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가리기 어렵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유보적인 평가를 내리는 선에 그쳤다. 이번 사건이 캠프 공보위원이 문제를 일으켜 불거진 논란이었다는 점에서 박 후보의 철저한 대응을 주문할 법도 하지만 동아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진실 공방으로 몰아갔다.
한편 금태섭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정 위원은 구체적 근거는 말하지 않은 채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 이걸 터뜨릴 것이기에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말하면서 ‘안 원장에게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언론에 보도된 안 원장에 대한 사찰 논란과 더불어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는 정 위원의 언동에 비춰볼 때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사정기관의 불법사찰 의혹과 새누리당 연루설을 제기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